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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공간으로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메시지는

최고 권력자에게 통치행위의 근간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는 이런 말을 시간과 공간이란 틀로 엮어냈다. 과거·현재·미래로 흐르는 시간에다 한반도 등의 동아시아란 공간을 더했다. 마치 ‘시간지리학(시간과 지리적 공간을 통해 사회적 사건들을 구조화하는 학문)’을 연상케 한다. 
 
경축사는 ‘대동단결선언(1917년)’이라는 100년 전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해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 함께 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는 비전 제시로 끝났다. 또 경북 안동의 임청각과 강원도 평창, 러시아 사할린주를 언급하며 불행한 과거사의 단절이라는 의미를 공간에 담았다.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몽골 슈바이처' 이태준 선생.

'몽골 슈바이처' 이태준 선생.

◇시간, 정통성=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재확인했다. 특히 항일독립운동을 강조했는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건국의 이념이 됐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항일 무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이태준 선생과 서로군정서의 남자현 여사를 언급했다. 이태준은 1914년 몽골로 건너가 의료활동과 독립운동을 병행해 ‘몽골의 슈바이처’라고 불린 독립운동가며, 남 여사는 영화 ‘암살’에 등장한 ‘안윤옥(전지현 분)’의 실존 인물로 평범한 전업주부였다가 1919년 서로군정서에 참여해 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주만주국 일본 대사 무토 노부요시 등의 암살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엔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다”며 “(독립운동)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암살'에 출연한 전지현, 오른쪽은 남자현 지사.

영화 '암살'에 출연한 전지현, 오른쪽은 남자현 지사.

2017년 현 안보 국면도 거론했다. 그는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으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북한이 괌 미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가운데 8월 위기설이 고조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한일 관계를 두곤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경북 안동의 임청각. [중앙포토]

경북 안동의 임청각. [중앙포토]

◇공간, 단절=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역 이름을 언급한 다음 그간 내세운 정책과의 연계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종의 연상작용이다. 그는 경축사 도중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다. 9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곳”이라 말했다. 임청각은 조선 중종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1519년에 세운 별당형 정자로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자 애국지사 8명을 배출한 고성 이씨의 종택(종가가 대대로 사용하는 집)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 다수 출생한 집’이라 낙인찍혀 마당 한가운데 철로(중앙선)가 들어서고 50여칸의 행랑채와 부속 건물이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다. 문 대통령은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적폐청산의 고리로 임청각을 활용한 셈이다.  
 
임청각이 위치한 경북 안동과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왼쪽), 일제강점기 당시 한인들이 강제이주된 러시아 사할린섬. [구글지도 캡쳐]

임청각이 위치한 경북 안동과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왼쪽), 일제강점기 당시 한인들이 강제이주된 러시아 사할린섬. [구글지도 캡쳐]

강원도 평창엔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가 담겼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사할린섬도 언급됐다. 1944년 일명 ‘조선인 사냥’이라 불린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인해 한인들이 탄광과 군수공장에서 혹사당한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들은 해방 후에도 귀환하지 못하고 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시베리아와 사할린 등 곳곳에 강제이주와 동원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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