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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침묵하는 아베, 사과하는 일왕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올해도 가해자의 반성은 없었다.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전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중요시하는 나라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책임이나 반성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때부터 역대 총리들이 말해온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깊은 반성’이나 ‘애도의 뜻’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역대 총리들이 해온 ‘부전(不戰)의 맹세’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부전의 맹세는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일본 평화헌법의 기본 이념과도 연결된다.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취임한 뒤 참석한 다섯 차례의 패전일 추도사에서 ‘가해자의 양심’은 사라졌다.
 
패전일을 맞이한 그의 본심은 야스쿠니 신사 관련 발언에서 들통이 났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료 대금을 내고, 참모(시바야마 마사히코 특별보좌)를 대리 참배시켰다. 그는 참모의 입을 통해 “참배에 갈 수 없어 죄송하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그 야스쿠니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15일 일본 종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아키히토 일왕 부부. [AFP=연합뉴스]

15일 일본 종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아키히토 일왕 부부. [AFP=연합뉴스]

패전일에 오히려 주목받은 이는 아키히토(84) 일왕이었다. ‘생전 퇴위’ 의사를 표명한 그는 퇴위까지 몇 번 남지 않은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으로 피해자들을 향해 용서를 구했다. 일왕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전쟁터에 흩어져 전화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반성하지 않고 일왕은 반성하는 패전일의 풍경은 2015년 이후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 내 ‘소녀상 버스’ 운행에 대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양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와 내각이 틈만 나면 말하는 ‘미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가 과거에 대한 반성을 빼놓고 미래만 언급할 때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양국 관계의 미래에 정말로 찬물을 끼얹는 일본의 추도식 광경은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싶다.
 
윤설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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