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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응답해야 한다

한껏 고조되던 한반도의 긴장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선제 타격’과 ‘괌 포위 사격’ 등 잇단 말폭탄을 쏟아내며 한반도 8월 위기설까지 낳던 미국과 북한의 날 선 대치 양상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 언론에 북한 핵·미사일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방점을 둔 공동 기고문을 게재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대화론자인 외교 사령탑과 강경론자인 펜타곤 수장이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인데 이 기고에서 두 사람은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며 “기꺼이 평양과 협상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기꺼이 평양과 협상하겠다”는 미국 목소리에
“미국 행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북핵은 평화적 해결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14일 북한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괌 포위 사격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즉각적인 도발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과 북한의 달라진 모습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달 초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한 점 역시 북한이 겉으로는 무지막지한 말폭탄을 토해내고 있지만 속으론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이처럼 한반도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을 뚫고 실낱같은 햇살이 비추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즉각적인 도발 중단과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 된다”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다.
 
북한은 더 이상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민족의 염원을 저버리고 한반도를 핵전쟁의 공포와 위기로 몰아가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성의 있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틸러슨과 매티스 두 사람은 ‘무엇을 북한의 선의로 볼 것인가’에 대해 “자극적인 위협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나 다른 무기 실험의 즉각적인 중단” 등을 꼽았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대화 시도와 함께 국제적인 대북제재 전선을 더욱 단단히 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어제 “북핵 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듯이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어제부터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중국의 대북 강경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행정명령 서명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해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면 북한 대중 수출의 3분의 2가 줄어들게 돼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고 대화의 장 복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제봉쇄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며 제재 회의론을 제기하지만 북한 경제의 70% 이상이 장마당에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제재의 효과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게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 대통령이 어제 말한 대로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란 점을 북한은 직시하고 더 이상의 도발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속히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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