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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30군데 떨어진 ‘아이디어맨’ 블라인드 채용선 붙었죠

지난달 롯데그룹 ‘스펙태클 오디션’에 합격해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박은영(27·오른쪽)씨가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지난달 롯데그룹 ‘스펙태클 오디션’에 합격해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박은영(27·오른쪽)씨가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의 신입사원 박은영(27·여)씨는 스스로를 “스펙보다 경험 위주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박 씨는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를 졸업한 후 2년간 차(茶)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직접 경동시장에서 우엉을 떼다가 말리고 로스팅해서 벼룩시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일이었다. 직접 장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지,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그게 입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민간 기업도 블라인드 채용 확대
졸업 후 2년간 전통차 사업 20대
“사업해본 경험이 입사에 큰 도움”

기업 “어학능력·전공 안 볼 순 없어”
당분간 블라인드·일반 투트랙 예상

박 씨의 첫 부서는 사장 직속의 펫 비즈니스 프로젝트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반려동물 관련 용품 판매부터 미용·호텔 서비스, 건강관리, 장례 컨설팅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전문 매장을 준비하는 팀이다. 백화점이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애완동물 관련 사업이다. 박씨가 전형과정에서 ‘애완동물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는데, 이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 씨는 롯데그룹이 실시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스펙태클 오디션’을 통해 지난달 입사했다. 스펙태클은 ‘화려한 볼거리(Spectacle)’와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는 중의적인 의미다. 오직 직무수행 능력만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서류 전형 → L-TAB(인성 검사) → 면접 전형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는데, 입사 지원 서류 접수 시 지원자의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만 기재한다. 2015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5회에 걸쳐 시행했다. 지금까지 이를 통해 채용된 인원만 540명에 달한다.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블라인드 채용으로 입사한 정휘균(26)씨. [사진 롯데백화점]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블라인드 채용으로 입사한 정휘균(26)씨. [사진 롯데백화점]

이 같은 블라인드 채용은 앞으로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이 공공부문 채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지시지만 사실상 민간 기업도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라는 신호인 셈이다. 지난 7일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 중인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 신입사원과 간담회를 하고, 블라인드 채용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민간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21개 그룹 중 20개 그룹이 지원서에 학점·어학성적·자격증 등 항목을 하나라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여기에 서류 심사는 하지만 면접은 블라인드로 진행하는 부분적인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는 2014년부터 2차 면접 단계부터 블라인드 방식인 ‘드림 스테이지’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확대 흐름에 취준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지난 2월 스펙태클 오디션으로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정휘균(26)씨는 “토론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소통과 대화의 기술을 다듬었고, 아이디어를 기획안으로 만들고 발표하는 훈련을 꾸준히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광운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정씨는 30여군데 기업 일반 채용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과 업무에 대한 열의가 넘치고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학교가 별로니까, 토익 점수가 낮으니까, 인턴 경험도 없으니까 하면서 좌절하는 분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만 준비하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당분간은 일반 채용과 병행해 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대·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 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자(79명·19.1%)들은 ‘인재 채용을 위한 기준, 판단 근거가 모호하다(47.5%)’‘블라인드 채용에 맞춘 새로운 스펙이 등장할 것(45%)’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었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스펙만 보고 사람을 뽑을 수는 없지만 어학 능력이나 전공 등은 업무 연관성을 고려할 때 아예 안 볼 수는 없다”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점차 늘려가면서도 일반 채용도 일정 부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원화된 채용 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있고, 이것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역량과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블라인드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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