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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시장 권력 교체 … 검은 석유 지고 ‘하얀 자원’ 뜬다

스마트폰·전기차·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에 쓰이는 희소자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원유·천연가스 같은 전통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추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보기술(IT)·친환경을 골자로 한 4차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세계 자원 패권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15일 LG경제연구원·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자원은 ‘하얀 석유’라 일컫는 리튬과 코발트다. 스마트폰·노트북·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2차전지를 만드는 핵심 광물이다. 리튬은 무게가 가벼워 고용량의 전지를 만들게 도와주고, 코발트는 배터리 출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수요가 늘면서 이들의 가격은 지난해 초의 3배 이상으로 올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풍력발전기 전기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네오디뮴도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귀한 몸이 됐다. 올 초 ㎏당 330원이던 가격은 현재 78% 오른 590원에 거래되고 있다.
 
티타늄도 주목받는 자원이다. 티타늄은 강철보다 강하고 무게는 절반에 불과한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 잘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3D프린터가 상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3D프린터는 티타늄 분말을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
 
이밖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 데 쓰이는 갈륨, 태양전지 패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텔루륨, 액정표시디스플레이(LCD)에 쓰이는 인듐 등도 있다.
 
구청모 한국광물자원공사 파트장은 “앞으로는 이런 광물자원 확보가 산업 육성과 기술 고도화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이들 희소자원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쟁탈전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신 자원전쟁’의 선봉에 선 국가로는 중국이 꼽힌다. 전 세계 코발트의 절반 이상은 콩고에서 생산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정련돼 주요 IT회사에 공급된다. 저장화유코발트·콩고둥팡광업·진천그룹 등 중국 기업이 일찌감치 콩고 광산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중국은 리튬도 쓸어담은지 오래다. 세계 최대 리튬 광산인 호주 탈리슨의 경영권은 중국 티앤치로 넘어갔으며, 호주 마리온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의 최대주주도 중국 간펑리튬이다. 네오디뮴·갈륨·인듐 등 희소금속(희토류)으로 분류되는 자원은 중국이 최대 보유국이다.
 
미국도 잰걸음이다. 뉴욕타임스(NYT)·NBC 등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카니스탄의 광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아프간 주둔 병력의 증원을 검토 중이다. 아프간에는 최소 1조 달러 가치의 리튬·코발트·희토류 등의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 특사를 파견해 자원 개발을 협의할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일본은 자국 앞바다 해저탐사를 통해 희소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하고 있으며 영국·호주 등도 자국 자원기업의 세계 주요 광산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계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일본 소재·부품 산업 전체를 위협하던 2010년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공급을 독점하는 일부 국가·기업이 물량 조절에 나서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LG상사 등이 뒤늦게 자원 확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한참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LG경제연구소의 김경연 연구위원은 “자원부국과의 외교를 확대하고, 자원 탐사 및 투자를 늘리면서, 자원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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