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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시장 예상의 2배로 때렸다”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 ‘일자리 100일 계획’ ‘공정 경제 확립’ 등 공세적인 경제정책을 쏟아냈다. 김현철(55)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는 정책 브레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핵심 어젠다로 제시된 국민성장론과 제이(J)노믹스를 설계했다.
 
김 보좌관은 30년간 일본 경제와 일본 기업을 연구한 일본통이다. 한국과 일본 기업에 대한 자문 경험을 담아 2015년 7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나락에 떨어질 것인가’ ‘저성장이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이 시점에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등이다. 그와 문 대통령의 인연은 이때 출발한다. “책을 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문재인 의원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오전 9시부터 3시간에 걸쳐 청와대 면회실인 연풍문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전문(全文)은 오는 17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9월호에 실린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 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J노믹스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 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J노믹스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J노믹스’라는 용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먼저 왜 ‘J’인가? 대선 과정에서 보수 진영은 늘 문재인 후보를 깎아내리려 들었다. 안보정책의 경우 ‘빨갱이’ ‘좌파’라며 흠집을 냈다. 경제정책에도 그런 공격이 예상됐다. 예컨대 ‘문재인 경제학’이라면 ‘문제의 경제학’이라고 쏘아붙였을 것이다. ‘아베노믹스’처럼 성을 따 ‘문노믹스’라면 당장 ‘무(無)노믹스’라고 헐뜯지 않았을까? 이런 함정을 다 피해 ‘재인’의 영문 이니셜 J를 가져와 만든 게 ‘J노믹스’다. 게다가 혁신이론에 ‘J커브 현상’이라는 게 있어 우리 콘셉트와도 맞아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고 했는데.
“박정희 패러다임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 처음엔 저항과 혼란의 여파로 경제 성과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개의치 말자. 혁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정부가 한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면 시장에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경제주체들도 적응할 때가 온다. 그러면 성과도 올라갈 것이다.”
 
J노믹스는 우리 경제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겠다는 것인가.
“박정희표 경제정책의 핵심은 대기업에 의한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이었다. 불균형 성장 전략이라는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낙수효과가 사라지면서 양극화가 심화했고, 이는 저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구조를 허물고자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게 국민성장이다. 기업 중심 성장 구조에서 가계와 국민이 중심이 되는 성장 구조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국민성장을 이룰 방도는 뭔가.
“‘네 바퀴 성장 전략’이다. 국민성장론을 축으로 ‘일자리 중심 성장’ ‘소득주도 성장’ ‘동반성장’ ‘혁신성장’을 추구한다. 정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정책들이 모두 네 바퀴 성장 전략을 정점으로 해서 맞물려 돌아간다.”
 
일자리를 정부가 만든다는 데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자리 창출은 마중물 역할에 국한되며,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네 가지 성장 중 문 대통령이 가장 자주 강조한 건 혁신성장이다. 이런 건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일본 기업 전문가로서 염두에 둔 국내 재벌 개혁 방향은.
“국내 재벌은 지난 60년간 성장동력이었다. 문 대통령은 재벌을 소중한 국가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재벌 해체는 한국 경제를 포기하자는 말과도 같다. 재벌은 좋은 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데 우리가 왜 힘들게 해체하겠나. 가난한 사람이나 벤처기업을 포용하듯 성장의 한 축인 재벌과 대기업도 포용해야 한다. 이런 기조 위에 가는 게 네 바퀴 성장 전략의 하나인 동반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 개혁은 강제하거나 해체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개선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새 정부 경제관료 대부분 비주류 … 비판에 거리낌 없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이 벌써 두 번(6월 19일, 8월 2일)이나 발표됐다. 시장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데.
“부동산 정책을 만들 때 기조가 있었다. 하나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이 예상하는 강도의 두 배 정도를 때린다. 그게 안 먹히는 경우 또 때릴 수 있는 다음 단계의 ‘플랜B’도 준비하자고 했다.”
 
재정정책 운용 기조를 설명해 달라.
“일본은 찔끔찔끔 재정을 풀다가 금세 곳간이 비었다. 우리는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것이다. (일본처럼 감질나게 풀다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200%를 넘겼다며 난리를 피우느니 지금 단호한 집행을 통해 턴어라운드(Turn around·반등)하는 게 더 낫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공세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GDP 대비 국가 부채가 220%대까지 갔다. 우리는 그게 30%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가용 수단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나뉜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자 무모한 통화정책을 쓰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유동성의 함정에 빠졌다. ‘초이노믹스(최경환노믹스)’라 불리는 실패한 통화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서민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장기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야당 반대로 국회 입법이 지체될 가능성도 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전을 읽어보면 재벌주도·수출주도 성장을 추진하면서도 정책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일정한 토대가 다져지면 균형성장으로 전환하려 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뒤 보수 진영은 성공 신화에 취한 나머지 불균형성장을 계속 밀고 나갔다. 다행인 건 야당도 악순환 고리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경제정책 기조를 바꿨고, 자유한국당까지 서민 중심 경제를 얘기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좌·우,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국회에서 충분히 공통분모를 찾으리라 생각한다.”
 
수출 주도 전략도 유효한가.
“현 정부 들어 많은 이가 그러면 한국은 수출을 포기하느냐고 묻는다. J노믹스는 3개의 세트로 구성돼 있다. 첫째가 네 바퀴 성장론, 둘째가 지방 균형 성장, 셋째가 수출 주도 성장이다. 우리는 기존 미국·중국에 더해 새 글로벌 성장축으로 러시아~일본~동남아~인도를 잇는 새 수출 활로를 개척할 것이다. 또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전라~충청~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지방 균형 성장전략도 개헌논의 과정에서 구체화할 것이다.”
 
현 정부에서 중용된 경제학자, 전문가들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국내 주류학파에서 보면 비주류 또는 이단(異端)에 가까운 이들이 현 정부 정책의 중심에 서 있다. 패러다임이 변하면 주류와 비주류가 자리를 바꾸게 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건 ‘용기(勇氣)’다. (현 정부 경제정책은) 검증이 약하고 사례도 드물다. 그래도 우리는 도전에 거리낌이 없다. 주류의 공격에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왜? 주류는 이미 효용을 다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김현철
1962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서울대 경영대학,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 쓰쿠바대학 부교수를 거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신일본제철·도요타자동차·후지제록스·캐논·아사히맥주 등의 경영을 지도했다.

 
박성현·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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