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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 '형들의 사랑', 기준영 소설 '마켓' 후보로

 <미당문학상 후보작>
 
 김현 - '형들의 사랑' 등 22편 
 
 형들의 사랑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죽은 생선을 구워 먹고
 살아남기도 하는 사이니까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들의 인생이 또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영혼의 궁둥이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자식새끼 키워 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속 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 
 
 ◆김현
 1980년 강원도 철원 출생.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글로리홀』,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내가 읽은 김현 - 조연정 예심위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눈멀고 바깥 세상에 눈감으며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사랑은 원치 않게 특별한 것이 되어 버려, 오히려 평범함을 소원하게 된다. 그래서 김현은 말한다.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라고.  
 그들의 사랑이라고 특별히 절절할 것도 없다. 저녁이 되면 함께 생선살을 발라먹고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서로의 상한 영혼을 달래주는 일, 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인생을 알아가는 일, 그저 그런 것이 사랑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누구의 사랑도 그 자체로 특별할 것은 없다. 그 사랑을 오랫동안 “두려움 없”이 “성실”('두려움 없는 사랑')하게 지켜나가는 일만이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김현의 시는 결국 인생을 말하고 사람을 말한다. 시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보듬고자 하는 그는 태도는 시 바깥에서도 다름이 없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부정의를 고발하는 데 거침이 없는 그에게서 우리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모순 없이 공존하는 한 사례를 보게 된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평론집 『만짐의 시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기준영 - '마켓'(현대문학 2017년 5월호) 
 
 "실업률과 자살률의 증가, 부패한 위정자, 갑의 횡포, 복지 사각지대에서 동반자살을 택한 일가족 넷, 기분 나쁘게 웃었다는 이유로 도보 중 칼에 찔린 젊은이는 주야로 아르바이트를 뛰던 대학생이고, 칼을 품고 다니던 중년 남자는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산재를 겪고 부당 해고 당했다. 세상은 점점 더 끔찍해지고 있는 중이고 사람들은 간신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가수는 춤추며 랩을 하고, 내일 서울에는 간간이 비가 흩뿌릴 것이다. 매일 한 결 같이 열렬하게 기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쇼핑 호스트들뿐이다. 달팽이 진액 크림의 효과는 매우 드라마틱해서 사용 후 십오일이 지나면 서서히 피부 속부터 콜라겐이 차올라 주름이 희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으며…, 특수 3중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빨아들이는 동시에 피톤치드를 집안 구석구석으로 방출해 집에서도 대자연의 기운을…심신의 안정감은 혈압조절에도…그때 벨이 울렸다."  
 
 "그래도 제 식구가 뭘 어쩐 건 없으니 마음 푸세요, 어머니. 어머니 바람대로 저도 가족을 못 보고 가족도 저를 못 봐요. 여기가 저의 현주소고, 전 전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사랑이 뭘 변화시킨다면 그걸 믿는 사람들과 함께이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속설에 불과한 거죠. 제 생각엔, 얻은 것뿐 아니라 잃은 걸 통해서도 사람들은 뭘 배우고자 하면 배워요. 지섭 씨는 그걸 존중하는 사람이에요. 전 구두 말고 다른 것도 잘 팔 수 있어요. 저도 잘 하는 게 있어요, 어머니. 저 사람들처럼요."
 
 ◆기준영
 1972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 과정 졸업. 2009년 단편 ‘제니’로 등단. 2011년 장편 『와일드 펀치』로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소설집 『연애소설』『이상한 정열』
 
 #내가 읽은 기준영 - 신샛별 예심위원 
 이 소설에 따르면 태아에게 인격이 있다고 느끼는 임부에게 자연유산은 하나의 선언처럼 다가온다. “난 여기서 내립니다. 어머니 다음 생에서 만나요.” 아이는 삶이 죽음보다 두려워 태어나기를 포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에게 두려움을 심어준 사람이 자기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자기의 전 생애를 깊은 무력감 속에서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를 거부할 정도로 절망적인 ‘이번 생’에 홀로 남아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기준영의 '마켓'은 자연유산을 계기로 결혼 후 급변한 자신의 삶을 회의하게 된 여성의 내면을 그린다. 구두매장 점원이었던 그녀의 삶이 곤궁했음을 아는 이들은 그녀가 분수에 넘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고 생각할 만한 결혼이었다. 그런 만큼 결혼 이후의 새 삶은 어떤 불안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새 삶의 완성을 상징할 아이를 잃고 불안이 증폭되자, 그녀는 애초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 유산한 여자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갈등을 겪는다.
 “전 구두 말고 다른 것도 잘 팔 수 있어요. 저도 잘 하는 게 있어요, 어머니.” 인생에서도 ‘(팔아버려) 잃음으로써 얻는 것’이 있음을 터득해온 그녀는 이제 제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상황과 기운을 상상의 ‘마켓’에 내놓음으로써 전조(轉調)시키려 한다. 이것은 내내 불운과 싸우느라 희망에 조심스러워진 한 여자의 필사적인 자기 긍정의 노력이다. 생을 긍정하려는 의지만이 유산 이후의 “다음 생”을 견인해올 것이라는 이 소설의 전언을 나는 그녀와 함께 믿는다.
 
 ◆신샛별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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