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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70분 만에 ‘황우석 지원’ 논란 … 97시간 뒤 물러나

과학기술계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 나흘 만인 11일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이 정부 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계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임명 나흘 만인 11일 자진 사퇴했다. 박 본부장이 정부 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97시간의 영욕(榮辱)의 드라마였다.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 왜
황우석 논문 공저자 … 과학계 반발
문 대통령 지지단체들도 사퇴 요구

청와대 “공·과 함께 평가” 옹호에도
여당내 “과학계 이렇게 반대하는데”
서울대·고려대 등 잇단 반대 서명도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 발표된 건 7일 오후 5시40분이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 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0조원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의 연구개발(R&D)을 관장할 수장이 된 순간이었다.
 
영예는 짧았다. 70분 뒤 MBC의 한학수 PD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면서 박 교수의 운명이 바뀌었다. 한 PD는 2005년 ‘황우석 사태’를 파헤친 MBC PD수첩의 취재진이었다. 그는 “나는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박 교수는) 황금박쥐(황우석·김병준·박기영·진대제)의 일원으로 황우석 교수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야 했을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더 진실을 가려 노무현 정부의 몰락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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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황우석 박사의 연구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걸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박 교수는 당시 기여 없이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2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었다. 다음 날 과학기술계가 반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진보 진영이 적극적이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가 지난 8일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성명을 냈다. 곧이어 참여연대와 건강과대안·녹색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시민과학센터 등 9개 단체도 박 교수의 사퇴 요구에 동참했다.
 
정의당의 최석 대변인도 정당 중 가장 빨리 “과연 양심과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과학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도 동조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청와대 근무자는 무조건 기용되는 ‘노무현 하이패스·프리패스’ 인사”라고 비판했다.
 
10일 오후 2시30분 박 교수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정책간담회를 통해 “구국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거나 “일할 기회를 허락해 주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11년 만에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도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엔 청와대도 거들었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는 형식으로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면서도 “과(過)와 함께 공(功)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무렵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은 박 교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번 타오른 반발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세졌다. 서울대 자연대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11일 새벽 SNS에 “(문 대통령과 박 교수는) 오래 함께 일했으니 익숙하고 또 든든하셨을 것”이라면서도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썼다. 이날 낮 288명의 서울대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서명 운동에 착수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12개 단체도 경질을 촉구했다. 결국 박 본부장은 11일 오후 6시50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정애·유성운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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