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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한국인은 ‘아는 것’에 도전 안해 … 갇힌 상태선 노벨상 나올 수 없어

심층 인터뷰 │ 창의성 전도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과학자의 생각법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지음
권오현 옮김, 을유문화사
 
앞으로 국가적 담론과 일상적 대화에서 창의성은 ‘약방의 감초’가 될 것이다. 창의성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린다. 인공지능(AI)의 도전 앞에 풍전등화인 인류가 믿을 구석은 창의성 밖에 없다. 창의성 진작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개인은 앞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우리에게 창의성 전도사, 창조력 구루(guru)다. 우리말 번역본이 2007년에 나온 『생각의 탄생』은 우리 독서계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최근 한글판이 나온 『과학자의 생각법: 과학자는 생각의 벽을 어떻게 넘는가』의 원서는 1989년에 출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후속작이 먼저 나온 셈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64) 미시간주립대 교수를 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창의성 있는 아이를 키우려면 아이들이 신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창의성 있는 아이를 키우려면 아이들이 신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과학자의 생각법』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도 ‘이 책이 내 인생을 바꿨다’는 편지와 e메일을 받고 있다.”
 
『과학자의 생각법』에 나오는 원칙들을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나.
“그렇다. 내 친구는 오븐이 망가졌는데 『과학자의 생각법』에 따라 오븐을 고치는데 성공했다. 그는 과학이나 공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과학자의 생각법』은 일상생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창의성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있다면?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창의적이거나 창의적이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창의성은 배울 수 있다. 훈련할수록 더 창의적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게 아니다. 에디슨의 말처럼 ‘천재는 1% 영감과 99%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발견이나 발명의 방법론은 여러가지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어린이처럼 놀기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대부분이 자신을 ‘어린이 같다’고 표현했다. 어린이 같아야 자연현상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창의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서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아이들이 신나게 하는 일을 발견해야 한다. 둘째, 직접 체험해야 한다. 예컨대 생물학자가 되려면 꽃이건, 잎이건 곤충이건 직접 수집해야 한다. 천문학자가 되겠다면 망원경으로 하늘을 직접 관찰해야 한다. 책에서 배운 내용은 그것을 현실과 연결시키기 전까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책 공부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면서 현실을 직접 체험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다.”
 
암기와 창의성은 어떤 관계인가. 일부 학자들은 암기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비근한 예는 구구단이다. 수학을 활용해야 하는 사람은 구구단을 외야 한다. 암기는 모든 지식 분야에서 유용하다. 뭔가를 암기하고 있으면 그만큼 정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암기와 암기한 내용의 창의적인 활용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자아가 강한 것도 과학 발견에 중요한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모든 발견은 ‘예상치 못한 놀라움(unexpected surprise)’이다. 새로운 발견을 해도 다수 과학자들은 ‘당신은 미쳤다’ ‘틀렸다’ ‘당신은 아무것도 발견한 게 없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인내하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강한 자아가 필요하다.”
 
새로운 발견·발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과 공학의 방법론은 같은가.
“다르다. 과학은 자연을 작동시키는 기본 원칙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공학은 과학이 발견한 원칙을 응용한다. 과학과 달리 공학은 대체적으로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물건이 나오는 것처럼 과학 발견을 하는 게 가능한가.
“과학에 조립라인 같은 방법을 시도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발견이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할 수는 있다. 예컨대 연구자들에게 사물을 탐구할 자유, 기존의 생각에 도전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한국인의 창의성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왜 과학 분야 노벨상이 없을까.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인들은 많은 것을 알지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도전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위대한 발견과 발명은, 기본 전제에 도전해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꾸로 뒤집는다. 도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어렵다.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둘째, 대부분의 발견자·발명자는 ‘폴리매스(polymath, 다방면에 박식한 사람)’다. 폴리매스는 두가지 이상의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그들은 예컨대 한 분야의 문제를 제2, 제3의 분야의 기법이나 지식을 결합해 해결한다. 다방면에 지식이 없으면 발견·발명은 없다. 한국인은 단일 전문 분야에 갇혀 있다. 갇힌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가.
“발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발견은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AI프로그램도 그런 놀라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은 자신의 프로그래밍에 의문을 제기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없었다.”
 
‘과학자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희망하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를 포함해 많은 학자들이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수십년 내로 쓸모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교육은 사실(fact) 학습이 아니라 두 가지를 강조해야 한다. 한가지는 원리(principle)이다. 원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디테일이 바뀌더라도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둘째는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앞으로 ‘최종학위(terminal degree)’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평생 배워야 한다.”
 
『생각의 탄생』과 『과학자의 생각법』 외에 창의성 진작에 도움이 되는 책은?
“이 두 책의 후속작이 내 아내가 쓴 『내 아이를 키우는 상상력의 힘』이다.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은 10대일 때 ‘상상의 세계’를 만들며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가능한 세계를 상상하며 상상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성공지능 가르치기』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 등 로버트 스턴버그가 쓴 책들은 모두 훌륭하다.”
 
한국 독자들에게 강조할 게 있다면.
“『과학자의 생각법』은 발견의 전략을 제시한다. 모든 위대한 과학자들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법이 아니다. 통상적이 과학의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추천도서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제임스 웹 영(1886~1973)이 지은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A Technique for Producing Ideas)』(1939)은 창의력 분야에서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한글판 기준으로 50페이지에 불과하다. 저자는 ‘아이디어 생산의 원칙’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 원칙은 ‘아이디어는 기존 아이디어의 새로운 조합에 불과하다’이다. 두 번째 원칙은 ‘아이디어를 새롭게 조합하는 능력은 기존의 변수와 변수, 팩트와 팩트 사이의 관계를 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아이디어 생산 방법의 5단계’를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의 광고계의 전설이다. 미 광고협의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시카고 비즈니스스쿨 교수(1931~1939)로서 비즈니스 역사와 광고를 가르쳤다.

저자소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1987년부터 미시간주립대 생리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프린스턴대(생화학 학사, 과학사 박사)에서 공부했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99년 아내 미셸 루트번스타인(미시간주립대 연극학과 교수)과 함께 『생각의 탄생(Sparks of Genius)』을 출간했다. 부부는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에서 만났다. 『생각의 탄생』의 우리말 번역본은 원서보다 한참 뒤인 2007년에 나왔다. 우리나라 언론과 서점은 『생각의 탄생』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주목한 책이라는 풍문이 화제가 됐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내가 써야 할 책이 이미 나왔구나!”라는 추천사를 썼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천재 학자’들에게만 수여되는 맥아더 펠로십을 81년에 받았다. 현재 맥아더 펠로십 상금은 62만5000달러(약 7억원)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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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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