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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손님 몰려도 딱 장어 100마리만 팔아요."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16회는 장어(2014년 7월 23일 게재)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다시보기'가 아니라 '처음보기'다.
당시 동원민물장어(북창동)가 1위로 꼽혔으나 사장의 해외 장기 출장으로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취재일정상 할 수 없이 2위 송강을 소개했다. 못내 아쉬웠던 차, 3년 만인 2017년 8월 초 다시 취재를 요청했고 드디어 1위집 '동원민물장어'를 소개한다. 
 
2014년 맛대맛 라이벌 '장어'편에서 1위를 차지한 동원민물장어의 장어구이. 위로부터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소금구이.

2014년 맛대맛 라이벌 '장어'편에서 1위를 차지한 동원민물장어의 장어구이. 위로부터 고추장구이, 간장구이, 소금구이.

간장소스는 간장에 표고버섯과 한약재 등 26가지 재료를 넣고 하루종일 끓여 만든다.

간장소스는 간장에 표고버섯과 한약재 등 26가지 재료를 넣고 하루종일 끓여 만든다.

“매일 아침에 장어를 한 마리씩 먹어요. 그날그날 장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죠.”
서울 북창동 골목에 있는 '동원민물장어' 조현호(60) 사장이 가게 입구에 있는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며 말했다. 조 사장은 매일 아침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 구워서 맛보고 만약 상태가 안 좋으면 그날 장사를 포기한다고 한다. 그는 “아들과 손자까지 대를 이어 장어집을 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족관에 오래 있어 상태가 안 좋은 장어는 손님에게 내지 않고 장어 즙으로 만들어 식구끼리 나눠 먹는다.  
 
연극판에서 장어판으로
조현호 사장이 가게 앞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고 있다. 동원민물장어는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마다 장어를 잡아 요리한다. 

조현호 사장이 가게 앞 수족관에서 장어를 꺼내고 있다. 동원민물장어는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마다 장어를 잡아 요리한다.

전라남도 광양이 고향인 조 사장은 어릴 때부터 장어를 즐겨 먹었다. 광양은 남해 바다와 섬진강 민물이 만나는 특성 덕분에 전북 고창과 더불어 민물장어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따라서 유명하다는 장어집은 모두 다녀봤기에 조 사장은 좋은 장어를 한눈에 알아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그는 "회색빛이 나면서 너무 크지 않은 게 좋은 장어"라고 했다.  
조 사장은 사실 20대 내내 방황하며 보냈다. 군 제대 후 결혼하고 애가 나올 때까지 극단을 기웃거리며 배우를 꿈꿨다. 그렇게 30대를 맞았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뭘 해야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장어가 다가왔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즐겨 먹던 음식이기에 '해볼만하다'는 자신이 든 것이다.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가게를 열었고, 장어 장사를 하며 마음을 다잡고 방황을 멈출 수 있었다. 
지금은 북창동을 대표하는 맛집이지만 북창동에 자리를 잡은 건 불과 7년 전인 2010년이다. 조 사장은 1986년 처음 장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3번이나 가게를 옮겼다. 처음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뒷쪽의 먹자골목에서 시작했다. 주변에서 모두들 "강남이 좋다"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49㎡(15평) 남짓 작은 가게였는데 손님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시간이 가면서 손님은 조금씩 늘었지만 여전히 남는 게 없었다. 서너 명 와도 장어는 두마리만 시키고 몇시간씩 앉아 술만 마시는 손님이 많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뭐든 한 우물을 파라고 가르치셨어요. 사막이든 돌밭이든 물이 없을 것 같은 땅도 한 곳만 계속파면 물이 나온다고 하셨죠.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렸죠. 어머니가 응원해주시기도 했고요. "
 
호텔 셰프의 회식 장소
10년이 지나자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좁은 가게는 연일 손님으로 가득 찼다. 2005년 가게를 넓혀 이전했다. 종각역 뒷골목이었는데 옮기자마자 대박이 났다. 청와대를 비롯해 감사원·국세청, 주변 신문사, 삼성 직원들의 발길 이어졌다. 고작 두세 명씩 오던 강남과 달리 이곳엔 단체 손님이 많았다. 재밌는 건 인근 호텔 셰프들도 많이 찾았다는 거다. 요즘도 롯데호텔서울이나 더 플라자, 조선호텔 셰프들이 한 달에 한 번씩은 회식하러 온단다. 
 
2017년 3월 북창동의 더 안쪽 골목으로 이전했다. 1층 모습.

2017년 3월 북창동의 더 안쪽 골목으로 이전했다. 1층 모습.

2,3층엔 10개의 룸이 있다. 방과 방이 문으로 연결돼 있어 30명 이상 단체 손님도 이용 가능하다.

2,3층엔 10개의 룸이 있다. 방과 방이 문으로 연결돼 있어 30명 이상 단체 손님도 이용 가능하다.

음식장사하는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이 조 사장 역시 위기는 있었다. 2010년 식당이 있던 자리가 재개발되면서 당시 3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15년 동안 장사한 가게를 떠나야했다. 그렇게 떠밀리듯 찾은 곳이 지금의 북창동이다. 여기서도 쉽지 않았다. 매년 월세를 100만원씩이나 올려달라는 통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2017년 3월엔 여기서 150m 더 들어간 후미진 골목으로 이전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 사장의 장어구이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 발길은 이어진다. 조 사장은 “30년전 신사동에서 장사할 때 찾아온 중년의 손님이 여든 넘어 지금까지도 찾아와준다"고 고마워했다. 심지어 동탄으로 이전한 삼성전자 직원들이 승합차를 빌려 타고 함께 찾아오기도 한단다.  
 
주문이 오래 걸리는 이유?
비결은 역시 맛이다. 동원민물장어는 고창·부안 등에서 잡히는 국내산 장어만 쓴다. 크기도 200g짜리만 쓰는데 이 크기의 장어가 가장 담백하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간혹 손님들이 큰 장어를 찾으면 그는 “큰 장어 중엔 원가가 싼 필리핀산이 많은 데다 기름기가 많아 느끼하다”고 설명을 해준다.
장어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잡는다. 가끔 주말에 아들이 나와 도와주는 걸 제외하면 장어를 잡아 손질하고 굽는 모든 과정을 혼자 다한다. 그러니 하루에 최대 100마리 밖에 못판다. 
“직원에게 맡기면 편하게 일하려고 아침에 미리 장어를 다 잡아두게 돼요. 장어는 미리 잡아두면 육즙이 빠져 맛이 없어서 안돼요. 우리집에서 주문하고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성격 급한 손님들은 화를 내기도 해요. 아무리 그래도 맛없는 장어를 손님에게 내놓을 순 없잖아요.”
 
일본에서 가져온 초벌구이용 기계에 장어를 굽는다.

일본에서 가져온 초벌구이용 기계에 장어를 굽는다.

타지 않게 초벌구이한 장어를 직사각형 숯판에 올려 손님에게 낸다. 숯을 압축해 만든 직사각형 구이판인 숯판은 돌판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싸지만 맛이 더 좋으니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숯판에서 다시 한 번 구으면 숯불에 구운 것처럼 더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간장 양념을 발라가며 초벌구이한 장어는 숯으로 만든 판에 올려 손님상에 낸다. 장어가 타지 않고 숯불 향이 배어 더 맛있다.

간장 양념을 발라가며 초벌구이한 장어는 숯으로 만든 판에 올려 손님상에 낸다. 장어가 타지 않고 숯불 향이 배어 더 맛있다.

장어는 소금·간장·고추장 구이 세 종류를 파는데 이중 가장 인기있는 건 간장구이다. 간장에 한약재와 표고버섯, 다시마 등 26가지 재료를 넣고 하루 종일 끓여 만든 특제 양념을 발라 굽는다. 고추장구이용 고추장은 태양초 고추로 만든 것만 쓴다. 밑반찬도 직접 만든다. 여수산 갓으로 담근 갓김치와 2년 숙성한 묵은지 등이 인기다. 단골 중에는 싸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한다.  
 
맛대맛 1위에 손님 늘어
2017년 3월 이전한 가게 입구. 입구에 있는 수족관에 장어를 보관한다.

2017년 3월 이전한 가게 입구. 입구에 있는 수족관에 장어를 보관한다.

설날과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쉬는 날이 없다. 요즘같이 사람이 몰리는 여름엔 고된 주방일에 조 사장 몸무게가 5~10㎏씩 빠진다. 밥먹을 시간이 없어 저녁 시간엔 소금 한 숟가락을 먹고 버틴다. 예순의 나이에 이젠 지칠 법도 한데 조 사장은 “고생은커녕 오히려 즐겁다”고 한다.
3년 전 맛대맛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해외 출장중(※해외 지점을 모색하느라 동남아에 장기 체류 중이었다)이라 신문에 나지 못했는데, 좋은 홍보기회를 놓쳐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열심히 하면 또 기회가 올거라고,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문에 크게 소개되진 못했지만 1위를 했다고 소개된 한 줄만 보고 찾아온 사람도 많았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맛있는 장어를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바람이 있다면 베트남에 장어집을 열고 싶어요. 1년 내내 더운 지역이니까 보양식인 장어가 어울리기도 하고 국내 기업도 많이 진출해 있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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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민물장어(1마리) 2만7000원, 메기매운탕 3만원, 빠가사리매운탕 3만5000·4만5000·5만5000원 ·개점: 1986년(2005년 종각, 2010년 북창동으로 이전, 2017년 3월 현재 자리로 이전) ·주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길 22-6 1·2·3층 ·전화번호: 02-734-9776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설·추석 당일 휴무) ·주차: 우체국 또는 사설 주차장 이용시 1시간 주차비용 지원

 
글·사진=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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