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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공(功) 봐달라"는 청와대에 과기계 "인정 못한다"

간담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간담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이하 혁신본부) 본부장의 인선을 두고 과학기술계에서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공(功)’이라고 내세운 대목을 과학기술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이라면, ‘과(過)’보다는 ‘공’을 보고 박기영 본부장을 임명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와대는 10일 “박기영 본부장은 ‘과학기술 부총리제·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박기영 본부장도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기획하고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서로 격상시키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며 “나름대로 과학기술 정책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부총리제·혁신본부 구상은 박기영 공(功)”
과학기술계 “박기영 본부장은 마무리 투수일 뿐”
학술지·과기 역사서에도 ‘박 본부장 취임 전 추진’ 기록
“청와대가 과기계 더 자극”…서울대 교수 반대 성명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계 원로 및 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주재했다. 강정현 기자/170810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계 원로 및 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주재했다. 강정현 기자/170810

이 발언이 알려지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해명이 이상하다”는 입장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수석보좌관회의에 배석했던 A씨는 “부총리제·혁신본부는 박기영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전임자인 김태유 초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작품”이라며 “당시 40여 명 안팎이 참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거론된 일이라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에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에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부총리제·혁신본부 구상의 시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도출한 ‘과학기술 중심사회’였다”며 “박기영 본부장이 인수위 경제2분과에서 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박 본부장이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를 ‘자신의 공’이라고까지 말하는 건 과하다”고 지적했다.
B씨에 따르면 “과학기술 중심사회 의제의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서 구체적 안건을 도출한 건 2003년(김태유 초대 보좌관 시절)”이라며 “부총리제·혁신본부 안건이 확정된 건 2004년 3월 열린 정부혁신위원회였다”고 기억했다. “(2004년 1월 취임한) 박기영 당시 보좌관은 9회 말에 뛰어든 ‘마무리 투수’격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술경영경제학회가 2005년 발간한 학술지 ‘기술혁신연구’에 게재된 논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과학기술 50년사 제2권’은 공통적으로 과학기술부 장관의 위상을 부총리로 격상한 논의가 시작된 시점을 2003년으로 기술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벌집 쑤신 분위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기여도가 낮은 논문에 이름을 올렸던 박기영 본부장이 이번엔 타인의 공까지 가로채려고 한다”며 분개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과학기술계의 혁신체계를 수립한 공이 있다기 보다는, 과학기술계의 혁신체계 수립을 가로막은 과가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그에 따르면, 노무현정부가 수립한 과기혁신본부 시스템은 기존 ‘관료’가 아닌, ‘전문가(과학자)’ 중심의 정책 의사결정 헤게모니를 사상 최초로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박기영 본부장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예산을 밀어주면서 전문가의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에서 관료로 예산배분·조정 권한이 되돌아가게 된 배경에는 박기영 본부장이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는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공’으로 내세운 부분이 오히려 과학기술계를 더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우석 전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황우석 전 교수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화살을 돌린 상황이다.
또 다른 과학기술계 관계자도 “학자는 모름지기 자신에게는 가혹할 만큼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하는데, 박기영 본부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288명의 서울대 교수들은 11일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박기영 본부장 사퇴를 요구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도 박 본부장 사퇴 촉구 서명 운동에 착수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12개 단체도 11일 문 대통령에게 박 본부장 경질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8일 9개 시민사회단체가 임명 철회를 촉구한지 3일 만이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계 원로 및 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주재했다. 강정현 기자/170810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계 원로 및 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주재했다. 강정현 기자/170810

반면 박기영 본부장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박기영 본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밀실에서 어떤 기여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추측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보여준 박기영 본부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하는데 기여했다.  
이승구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청와대·국회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박기영 본부장은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채용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을 가져오려면 과학기술계가 모두 결집해야 한다”며 “분열하는 것보다 박기영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11일 정부과천청사 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실로 정상 근무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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