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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에 로열티 내야…중국발 '나고야 쇼크' 오나

 1992년 제넨코(현 듀폰)는 케냐의 보고리아 호수에서 표백작용을 하는 박테리아를 찾아냈다. 제넨코는 이를 이용해 청바지를 탈색시키는 천연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케냐 정부는 2004년 자국의 생물자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제넨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제넨코는 제품 판매 수익 일부를 케냐 정부에 주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 박테리아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케냐 정부뿐 아니라 보고리아 호수 인근 주민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 한국도 17일부터 당사국 자격
바이러스·DNA도 포함, 제공국과 수익 나눠야
중국 규제 강화…국내 기업 타격 우려

이처럼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고, 발생한 이익을 해당국과 나눠야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정부가 지난 8일 시행령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에 따라 한국은 17일부터 당사국 자격을 지닌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자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의정서는 식물ㆍ동물ㆍ곤충뿐 아니라 미생물ㆍ바이러스ㆍ종자ㆍ배양체ㆍDNA 등도 이익 공유의 대상이다. 이미 주요 국가들은 토착 생물자원을 지키기 위한 법률을 마련하며 ‘종(種)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자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경우 ‘연간 총 매출ㆍ기타 소득의 5% 이하’를 내도록 했다. 베트남은 ‘이익의 30% 이상’, 필리핀은 ‘매출액 2% 이상의 로열티’ 외에 선급금ㆍ탐사비용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의정서는 생물자원 무단 채취를 막기 위해 생겼다. 한국의 토종 생물자원인 털개회나무도 의정서에 따라 이익을 받을 수 있다. 47년 미국으로 반출된 이 나무는 개량을 거쳐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됐다. 미국 라일락 매출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고 국내로 수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몫은 한 푼도 없다. 의정서 비준국이 늘어나면서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생물자원 보호의 방어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해외 로열티 부담이 늘어나는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국내 136개 제약ㆍ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4.4%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또 김ㆍ미역의 15~20%는 일본 품종이고, 파프리카는 100% 네덜란드ㆍ스위스 품종이다. 산업 전체적으로는 해외 생물자원 사용대가로 내는 로열티가 매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더 큰 걱정은 생물자원 관련 보호 체계 및 지식재산권을 강화시키는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조례안 입법 예고를 통해 ▶중국 기업과의 합작▶중국 연구원 참여▶이익 발생금 0.5~10% 추가 납부▶위법시 5만~20만 위안의 벌금 등을 규정했다. 해외 생물자원 이용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51.4%)가 중국에서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익 공유 비율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데, 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국 기업에 최대치인 10%를 내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천연물 신약 제조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은 전담팀을 꾸려 준비에 나섰지만,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설문조사에선 12개 기업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국내 고유 생물종 숫자를 늘리려는 노력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에는 10만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한국 고유종은 약 10%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분류학적 정보 및 기준표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위원은 “수입 원가 상승은 물론 의정서 이해 부족으로 소송 등 사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 원산지 원료의 대체물질을 개발하고, 국내산 생물자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아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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