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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조 가상화폐 시장, 월가가 눈 돌렸다…‘판’이 달라진다

[고란의 어쩌다 투자] 
가상화폐 시장, 월가로 편입되나

총 가상화폐 시총, 연초 177억→1250억 달러
버핏은 “신기루” 평가…월가는 “버블” 폄하
비트코인 분할 혼란에도 가격 오르자 낙관론
월가서 관심…피델리티 CEO “가상화폐 선도”
골드만삭스는 기관에 가상화폐 Q&A 자료 보내
서브프라임 예견 분석가는 “비트코인 5만 달러”
SEC는 3월 불허했던 비트코인 ETF 재검토
ETF 상장되면 가상화폐 시장 급속 팽창 계기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140조원을 넘어섰다. 올 초와 비교하면 7배 규모가 커졌다. 그 어떤 산업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상 이미지 [사진: coindesk.com 제공]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상 이미지 [사진: coindesk.com 제공]

 
 가상화폐 정보제공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리플ㆍ비트코인캐시(BCH) 등 모든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1250억 달러(약 143조원)를 기록했다.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123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 코인마켓캡

자료: 코인마켓캡

 
 연초엔 가상화폐 전체 시장을 통틀어도 177억 달러에 그쳤다. 그런데 지금은 가상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만 따져도 시총이 560억 달러에 달한다. 2위 이더리움 시총도 280억 달러에 육박한다.  
 
 연초 이후 거침없이 커졌던 가상화폐 시장은 8월 1일 대장주 비트코인 분할을 앞두고 7월 16일 610억 달러 선까지 밀렸다. 버블을 의심했던 세력의 목소리가 커졌다. “역사는 반복된다”며 “가상화폐 열기는 튤립 버블이나 닷컴 버블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의혹의 시선 한가운데서도 가상화폐 시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8월 1일을 전후한 급등락은 성장통에 불과했다. 이제는 시장의 판이 달라졌다. 월가의 자본이 가상화폐 시장을 본격 주목하기 시작했다.
 
◇콧대 높은 월가가 눈을 돌렸다


 가상화폐에 회의적인 시각을 품은 이들의 대부분은 월가로 대표되는 전통 투자자들이었다. 그 무엇이든 ‘돈이 되면 투자한다’는 개방적인 자세를 가진 듯하지만, 한 편으로는 돈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보수적이고 의심이 많다.
 
 대표적 인물이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2위 부자의 자리에 오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다. 그는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비트코인 가격이 두 달 도 안 돼 1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던 2014년 초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버핏은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신기루일 뿐”이라며 “10년, 20년 후 사라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절대 여기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6)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6)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버핏이 가상화폐를 ‘신기루’라고 표현한 건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역대급 버블이라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때에는 그나마 ‘튤립 뿌리’라는 실물이 있기는 했다. 이건 그나마도 없다. 버핏은 세기말 닷컴, 혹은 정보기술(IT) 버블이 일었을 때에도 IT 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만 해도 기대감만 있지 실체가 없어서다. 버핏은 코카콜라ㆍ크래프트하인즈(식품 기업) 등 전통 제조업을 선호한다.
 
 그랬던 그가 지난 5월엔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다만, 아직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체가 없다고 외면했던 월가가 가상화폐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테크(기술)주의자들이 가상화폐에 열광할 때 “너희들은 시장의 비이성적 광기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다”며 무시했던 게 얼마 전이다. 지금까지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월가가 아니라 벤처캐피탈(VC)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운용 자산이 2조2000억 달러(2520조원)에 달하는 운용사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애비게일 존슨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비트코인 정보 업체 코인데스크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나와 “디지털 통화 자산운용의 선구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가상화폐에 직원들이 익숙해져야 한다며 자사 직원 식당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애비게일 존슨. 자료: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

애비게일 존슨. 자료: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

 
 최근에는 가상화폐 전문 기업 코인베이스(미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GDAX 운영)와 손잡고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고객들은 이곳 홈페이지에서 주식ㆍ채권ㆍ펀드 등 다른 전통 자산과 함께 코인베이스를 통해 매수한 가상화폐의 가치까지 포함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돈 냄새가 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빨판을 대고 빨아들이는, 사람의 얼굴을 한 뱀파이어 오징어”(미국의 칼럼니스트 맷 테이비, 2009년 7월 격주간지 ‘롤링스톤’ 쓴 ‘위대한 미국의 버블 기계’에 등장한 문구)라는 오명(?)을 얻은 골드만삭스도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레이더를 가동시켰다.
 
 먼저 기술적 분석가(차티스트)가 나섰다. 실체가 없으니 기업 애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신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낸 가격의 흔적인 차트가 있다. 기술적 분석으로 가상화폐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기술적 분석 부문을 이끌고 있는 셰바 자파리는 8월 1일 운명의 날 이전에 “‘엘리엇 파동’(주식시장의 움직임이 특정한 ‘V자’ 유형의 파동을 띠며 이를 통해 시장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 이론에 근거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1915달러까지 밀릴 수 있지만 391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16일 2000달러선이 무너졌다가 최근엔 3500달러선 안팎까지 상승했다. 
자료: 코인데스크

자료: 코인데스크

 
 8일(현지시간)에는 주요 기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주식ㆍ채권ㆍ현금 등에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까를 결정하는 업무 담당)들에게 보내는 자료(Portfolio Manager Toolkit)에 가상화폐와 관련한 질의응답 내용을 담았다. 골드만삭스는 “기관 투자가도 12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가상화폐 시장을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질문은 다섯가지로 이뤄졌다. ①가상화폐의 양면: 화폐인가 상품인가, ②가상화폐 시장은 얼마나 큰가, ③이더리움은 무엇인가, ④미국에서 어떻게 거래할 수 있나?, ⑤ICO(Initial Coin Offering)란 무엇인가 등이다. 다만 자료에서 골드만삭스는 기관 투자가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자료: 골드만삭스

자료: 골드만삭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했던 월가의 대표 비관론자도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져스의 공동 창업자 겸 투자전략가 톰 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이제 ‘금(金)의 디지털 버전’으로 대접받을 날이 됐다”며 “가상화폐를 ‘대체화폐’로 인식하게 되는 날이 오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까지 가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독립 리서치기관인 스탠드포인트 리서치를 창업한 레니 모아스가 123쪽짜리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올해 안, 혹은 내년 초에는 5000달러까지 간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5년간 1만 달러가 100만 달러가 되는 일은 이미 벌어졌고, 또 한 번 벌어질 수 있다”며 “축구 경기로 치면 90분 중 15분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합법적(?) 투자 수단이 열렸다


 기관 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전통 투자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투자 규정상 새로운 상품에 투자하기 어렵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기존 금융상품의 틀에 씌워 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규제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헤지펀드가 비트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제공 업체인 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관련 헤지펀드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펀드 관리회사 맥스토버앤코 설립자인 맷 스토버는 “쏟아지는 판매 문의 전화를 다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12개의 관련 편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수요가 급증하자 25개 가상화폐 관련 펀드를 새로 내놓기로 했다.
 
 조만간 비트코인 선물 상품도 출시된다. 미국 최대 옵션 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최근 비트코인 파생상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CBOE의 모기업인 CBOE홀딩스의 존 디터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검토가 끝나면 개인 및 기관 투자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CBOE홀딩스는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 트러스트와 손잡고 이번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마크 저커버그가 도용했다며 소송을 벌였던 인물들이다.  
 
 선물 투자는 기관 투자가들의 전문 영역이다. 기초자산이 비트코인이라는 것 외에는 별반 다를 바 없다. 선물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들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게다가 지난 3월 윙클보스 형제가 요청했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을 불허했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는데 이를 계속 인정하지 않다가는 CBOE 쪽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 게임의 판이 바뀐다. 80년대 초반 온스(31.1g) 당 800달러를 돌파했던 금값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 2000년대 초반엔 30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2003년 금 ETF가 상장되면서 금값은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괴나 금화, 금 기업 주식에 투자하던 자금은 물론이고, 금 실물 투자를 꺼리던 자금도 금 ETF로 유입됐다. 2011년엔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자료: 골드프라이스

자료: 골드프라이스

 
 비트코인, 나아가 가상화폐 ETF가 상장되면 가상화폐 시장의 저변은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규제의 틀 속에서 보호를 받지 못해 투자를 꺼리던 이들도 기초자산은 가상화폐이지만 ETF의 틀을 씌우면 다른 전통 금융상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증된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 팔 수도 있고, 가격이 급등락하면 매매를 정지시키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 지난 6월 이더리움 가격이 순간 99% 급락했던 플래시 크래시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해킹을 당해 내 계좌가 털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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