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진호의 이나불?] 故 최진실 딸 방송한다는 공영방송이라니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 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이 코너는 중앙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계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 홍보자료 [사진 KBS]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 홍보자료 [사진 KBS]

지난 9일 KBS의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 홍보 보도자료를 받고선 '스팸메일이 아닐까?' 의심했다. '故 최진실 딸과 외할머니, 수차례 갈등하는 이유는?'이란 제목의 메일은 어딘지 모르게 생경했다. 열어봤더니 굵직한 파란 글씨로 '故 최진실 딸 최준희 전격 심경고백!', '외할머니와 준희가 수차례 갈등하는 이유?' 등의 홍보문구가 적혀 있었다.

故최진실 딸의 아동학대 심경 방송하려 한 KBS
대중의 관음증적 욕구 부추기고 화제 몰이
방송 안 됐지만 '취소' 아닌 '연기'라는 제작진

 
최양은 앞서 5일부터 자신의 SNS에 외할머니로부터 학대당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게재했다. 이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불렀고, 적지 않은 언론이 '논란'이라는 제목을 붙여 기사를 쏟아냈다. 8일에는 개그우먼 이영자 도움으로 최양이 심리치료 병원에 입원했으며, 9일에는 2시간가량 경찰 조사까지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이 증폭되던 때였다. 그런 시점에 KBS는 대중의 관심에 화답이라도 한다는 듯 이 사안을 방송하겠다는 홍보 메일을 보낸 거였다.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는 매주 목요일 특이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사연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남편 이야기, 복권 당첨을 위해 3년 동안 매일 12시간씩 공부하는 엄마 이야기, 잠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딸 이야기, 할머니에게 화를 참지 못하는 손녀 이야기 등을 내보냈다. 이전에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민감한 사연을 '모자이크' 처리만 한 채 수차례 방송해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런 사연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양과 관련된 사안은 방송의 기획의도에서 설명하고 있는 '별난 기행' 내지는 '기구한 사연'이라고 취급해 단순 화젯거리로 다뤄선 안 되는 내용이다. 아동 학대에 관한 문제이고, 대중의 관심에 상처 받을 게 자명한 만14세 미성년자에 관한 일이다. 정통 사회고발 시사프로그램에서조차 다루기 쉽지 않을 이같은 내용을 별난 기행을 다루는 방송에서 다루는 자체가 화제 몰이 내지는 시청률 견인을 위한 목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최양의 경우 얼굴이 웬만큼 알려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모자이크도 없이 적나라하게 방송되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를 방송해 대중의 관음증적 욕구를 부추기려 했던 제작진의 저급함 또한 마찬가지다.
 
KBS가 이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지는 KBS의 온라인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KBS가 지난 5일 쓴 기사의 제목은 '외할머니 폭행 논란 속 드러나 최준희의 재능'이다. 이 기사는, 첫문장부터 최양이 외할머니로부터 오랜 시간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폭로하면서 "화제가 됐다"고 적고 있다.
 
최준희 양과 관련한 KBS의 온라인 기사

최준희 양과 관련한 KBS의 온라인 기사

결국 10일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의 방송은 연기됐다. KBS관계자는 "동의 하에 논란 이전부터 촬영했던 것"이라며 "최양이 방송을 반대했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방송 하루 전날 밤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양이 반대만 하지 않았다면 방송됐을 것이란 설명과 다름 없다. 더군다나 방송 취소가 아닌 '연기'라고 구태여 얘기한 점도 마찬가지다. 최양 사안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된 경위를 들으려 담당 PD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수화음이 몇 번 울리지 못하고 끊겼다. 문자 메시지에도 답이 없는 상태다.
 
TV가 있는 이라면 누구나 매달 2500원씩 KBS에 수신료를 내고 있다. 전기료에 포함돼 징수되기에, 'KBS 수신료를 낸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지난해 국민이 KBS에 낸 수신료가 6333억원이다. 전체 KBS 매출액의 42.6%에 이른다. 그런데 KBS는 이 수신료로, 그리고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최진실 딸이 전격적으로 심경고백 했다"며 방송하려 했다. 1981년 이후 수신료가 동결되고 있는 이 상황은 어쩌면 KBS 스스로가 자초했는지 모른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