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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으로? 열흘째 못 잡는 살인미수 탈북자

 
지난 1일 오후 3시36분쯤 대전의 위치추적관제센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사실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약 2분 뒤 이 사실을 통보받은 광주보호관찰소는 112에 협조를 요청하고 현장인 전남 나주의 한 정신병원으로 달려갔다. 살인미수 전과가 있는 탈북자 유태준(48·사진)씨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병원 주차장 옆 풀숲에서는 훼손된 전자발찌만 발견됐다.
 
유씨는 이력이 특이한 탈북자다. 그는 1998년 12월 처음 탈북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북한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입북했다. 유씨는 2002년 2월 재차 탈북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당시는 흔치 않았던 재입북자여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확인된 건 없었다. 그럼에도 당국의 감시를 뚫고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정도로 신출귀몰했다.
 
정신질환 증세가 있던 유씨는 두 번째 탈북 이후인 2004년 7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김정일 장군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자신의 아들 양육 문제로 말다툼 끝에 이복동생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10년 처분을 받았다. 유씨는 치료감호가 끝나고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지난해 3월부터 전자발찌를 찬 채 병원에서 보호관찰을 받아왔다.
 
경찰은 유씨의 추가 범행이나 재입북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대대적 수사에 착수했다. 병원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녹화 자료를 확인한 결과 유씨가 주차장 인근 풀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드러났다. 풀숲을 넘으면 도로가 난 민가와 야산이 나온다.
 
그런데 베테랑 형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병원 인근 CCTV에 유씨의 모습이 전혀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어떠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유씨의 병실에는 그가 쓰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소지품이 남겨져 있었다. 경찰은 유씨가 계획적인 도주를 했는지 파악에 나섰다. 유씨는 입원 초기 주변 환자들에게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리며 “국정원에 납치됐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간첩 취급을 하자 대화를 거의 끊고 혼자 지냈다고 한다.
 
경찰은 도주 나흘째인 지난 4일 공개수배에 돌입했다. 결정적 제보자에게 최고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은 유씨의 얼굴 사진, 키(1m65㎝), 몸무게(68㎏) 등 정보가 담긴 전단을 배포했다. 전국 곳곳에서 유씨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접수됐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10일로 유씨가 사라진 지 열흘이 됐지만 행방은 묘연하다. 경찰과 보호관찰소 측에서 매일 50명 안팎의 인원을 투입하고 119에서 수색견까지 동원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다.
 
일각에서는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치밀하게 도주를 준비해 온 유씨가 풀숲을 빠져나와 CCTV 사각지대에서 미리 대기 중인 차량에 탑승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과거 행적에 비춰 보면 재차 월북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복동생에게 또다시 범행을 하기 위해 병원을 탈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수사 기법을 동원해 유씨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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