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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무지의 발견

김영훈 디지털담당

김영훈 디지털담당

카카오뱅크 바람이 거세다. 출범 보름이 안 돼 200만 명이 계좌를 텄다. 예·적금액은 1조원에 이른다. 체크카드는 100만 장 넘게 신청됐다. 입이 쩍 벌어지는 숫자다. 그러나 ‘예상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주로 은행권에서다.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은 4000만 명이 넘는다. 그러니 200만은 놀랄 수준은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송금이나 체크카드는 손익 측면에선 많이 남는 장사는 아니라는 거다. 알짜 수익이 생기는 자산 관리 같은 분야에선 기존 은행을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뱅크 이용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아르바이트비 관리’ 목적으로 계좌를 텄다. 이들은 자기 이름의 계좌가 처음일 가능성이 크다. 첫 금융 경험이 카카오뱅크인 셈이다. 이런 세대가 쌓이면 은행이 카카오를 통하지 않고선 고객을 만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승부의 끝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반드시 싸워야 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잘하는 건 내가, 남이 잘하는 건 남에게 맡기는 협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은행이 이런 결정을 하긴 어렵다. 덩치 차이가 큰 데다 여전히 은행은 남는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부를 내야 한다면 승부처는 생각과 영 다른 곳일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경쟁하기 위해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확 바꾸기로 한 은행들이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야 좋은데 잘할지는 따져볼 문제다.
 
은행의 정보기술(IT)은 안정성과 보안 등에 강할 뿐이다. ‘같은 IT’라는 식으로 접근했다간 큰코다친다. 앱을 소비자와 교감하며 계속 키워가는 유기체가 아니라 완제품으로 딱 찍어내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무조건 바꾸라고 외치기 전에 해당 분야에 대해 모른다는 점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음식 배달 앱과 음식 전단지 업체의 희비도 그렇게 갈렸다. ‘배달의 민족’은 IT 기반 회사지만 승부가 난 곳은 발품을 팔아 모은 배달 음식 전단지였다. ‘뭐하는 애들이냐’는 호통을 들으며 드나든 치킨집에서 배달 요리 업계의 생리를 익혔다. 모른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알기 위해 달려든 일이다. 갈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아지는 시대다. 기술이, 서비스가, 소비자 요구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전문 분야라는 건 턱없이 좁은 분야일 수밖에 없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알기 위해 배우고 실험하는 것, 알게 된 것을 기존의 장점과 융합하는 것, 그곳에 성공이 있다. 인류사에 대한 탁월한 해설서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도 현대 과학혁명이 가능했던 이유를 ‘무지(無知)의 발견’에서 찾았다.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기, 모든 시작점은 여기다.
 
김영훈 디지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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