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대북제재에 관한 거짓과 사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북한 비핵화 접근법을 두고 대화론과 제재론이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재는 어차피 효과가 없을 테니 지금이라도 대화 모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의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로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5·24 제재뿐 아니라 그동안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가 그랬다고 말한다. 둘째로 중국은 국가 전략상 북한이 필요하며 또 북한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미국을 제압하려 한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에 배치될 가능성이 큰 대북제재를 중국이 이행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첫 번째 주장은 민생 목적의 광물 수출을 허용한 유엔 안보리 2270호 제재까지는 맞다. 그러나 5차 핵실험 이후 무연탄 수출의 상한선을 못 박아 둔 2321호 제재 이후에는 맞지 않다. 중국은 올해 3월부터 공식적으로 무연탄 수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5% 이상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났지만 이는 북한의 외화를 소진시키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 두 번째 주장은 국가 이익의 복합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 안보적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비용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금융 제재를 가한다면 경제적 비용이 안보적 이익을 압도할 수 있다. 이것이 북한산 광물과 수산물의 전면적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지난 6일 유엔 안보리 제재(2371호)에 중국이 동의하게 된 배경이다.
 
새 대북제재는 북한 수출액을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북한 경제성장률을 -2.5%로 하락시키고 외화 수입을 3분의 1만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핵과 미사일 실험 이외에도 김정은 정권은 여러 건설사업으로 외화 소비를 크게 늘려 왔기 때문에 북한에 외환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제재만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2차 보복 능력’ 확보를 눈앞에 둔 북한이 이를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화로 이를 막을 가능성은 훨씬 더 작다. 대화를 통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를 성인(聖人)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강력한 경제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서 그 대가로 지불할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갖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2차 보복 능력’을 가지는 순간 비핵화 대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추가 핵 개발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폐기하는 대가로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이에 합의한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없이 북한의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것을 막으려면 제재를 성공시켜 북한의 협상력을 크게 낮춰야 한다.
 
한국이 대북정책의 운전자를 자임한다면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최근 미 의회는 북한과의 무역, 북한 근로자의 해외 고용, 원유 공급 차단을 포함하는 독자적 제재 법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서명했다. 이 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도 이 법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은 세 나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역량을 결집시켜 밀무역을 포함한 북한의 거래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과 공유함으로써 이 법의 실효성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일본과 유럽연합 등도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미 의회는 이 법을 폐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과 사람도 이 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법이 실제 집행된다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진다.
 
북한 문제는 매뉴얼이 없다. 정부의 실력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는 중장거리를 달릴 마라톤 선수들만 대기하고 있을 뿐 지금 가장 필요한 단거리를 뛸 스프린터는 보이지 않는다. 이 전 과정을 조율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공백을 빨리 메우지 않으면 안보와 대북정책의 혼란이 커지고 이는 남남 갈등과 한·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화로 제재를 대체할 때가 아니다. 이념과 관성의 베일에 가려 변화한 북한, 달라진 국제 환경을 보지 못하면 또 실패한다. 북한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어리석었을 뿐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