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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학폭' 자살 학생 남겼다던 쪽지 알고보니 아버지가 조작

이군이 자살하기 전 남겼다던 조작된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이군이 자살하기 전 남겼다던 조작된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지난 6월 15일 울산의 한 문화센터 옥상에서 중학생 이모(13)군이 투신해 숨졌다. 남긴 유서에는 “난 쓸모없는 인간이다. 아빠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이 있었다. 학교폭력 관련성은 낮은 듯했다. 그러나 한 달쯤 뒤인 지난달 18일 이군 옷 주머니에서 ‘아이들이 날 괴롭혔고, 같은 반 아이들 전체가 날 무시한다’는 쪽지가 이군 아버지를 통해 뒤늦게 발견되면서 경찰이 학교폭력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쪽지는 이군 아버지가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15일 울산의 한 문화센터에서 이모(13)군 투신해 숨져
당시 유서에는 학교폭력 내용 없었으나 뒤늦게 학교폭력 관련 쪽지 발견돼 경찰 수사
자살한 이군 아버지 "우리애 진실 밝히기 위해 쪽지 조작했다 "고

이군 아버지는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너무 억울해서 우리 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처벌받을 각오를 하고 제가 만든 거다”며 “내용은 내가 만들었고, 글씨는 우리 큰애가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쪽지 조작에 가담한 외부인이 2명이 더 있다”고 덧붙였다. 이군 아버지가 지목한 외부인 2명 중 한명은 경찰이고, 또 다른 한명은 학교폭력 관련 단체 관계자다. 두 사람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살 사건 뒤 이군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해 와 아이가 자살했으면 분명히 학교폭력과 관련된 유서가 있을 것이다고 더 찾아보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조작을 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이군 아버지가 쪽지를 만들겠다는 말을 해 말린 적은 있다”며 “그런 뒤 쪽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고 쪽지 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은 인정했다. 
 
이군의 학교폭력 관련성 여부는 본청에서 파견한 학교폭력 사건 전문가인 경북 문경경찰서 조유호 경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수면으로 드러났다. 이 군 아버지는 이군이 1차 자살시도를 한 4월 28일 이후인 지난 5월 16일 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지난달 17일 재심 성격으로 열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 “학교 폭력이 아니다”는 취지로 결론이 나자 곧바로 22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경찰청에서 조 경사를 통해 사건 전모를 파악하러 나선 것이다. 
학교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학교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조 경사가 파악해 본청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이군이 왕따를 당한 건 올해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다. 이군이 무슨 말을 하면 아이들이 따라했다. 이군은 다섯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전남 나주에 있는 외할머니댁에서 살았다. 아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이군의 억양을 재미삼아 따라 한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이었지만 이군에게는 상처였다.
 
또 이군이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아이들이 그냥 툭 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재미 삼아 치고 지나간 아이가 10명이 넘었다. 이들은 한두 번 툭 건드렸지만 이군은 하루에 20여번 이상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는 걸 참아야 했다. 이군이 첫 자살을 시도한 4월 28일에도 이군은 자신의 의자에 앉으려고 하면 같은 반 친구들이 의자를 뒤로 빼는 등 훼방을 놓았다. 그런 모습을 보던 같은 반 친구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군은 3층 높이의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지나가던 아이들이 잡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날 이군은 울산 동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내졌고, 이군을 상담한 상담사는 ‘학교폭력’으로 판단해 학교 측에 연락했다. 이후 이군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위탁학교(학력 인정 임시학교)로 보내져 생활했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이군과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이군과 이군의 아버지가 정신병자”라는 내용이었다. 이군은 자살하기 직전 아버지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요. 우리가 가난하니까 무시해서 (가해자도 사과하러 오지 않고) 스쿨폴리스 등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니냐.”
 
조 경사는 “자살 시도 후 상담 때 그리고 이후 위원회에서도 학교폭력이 드러났다”며 “학교와 경찰, 지역사회 어느 한 곳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군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학교폭력 관련 삽화. [중앙포토]

 
울산경찰청은 현재 이군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이군이 학교폭력을 당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을 조사 중이고, 이 과정에 학교와 스쿨폴리스 등이 제대로 대처했는지 등도 확인 중이다”며“아버지가 쪽지를 조작한 것은 이번 학교폭력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정확한 경위는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울산=위성욱·최은경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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