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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버티기’에 아수라장 된 정책간담회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자격 논란에 휩싸인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년 만에 사과했다. 하지만 본부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간담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간담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대표·원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사실은)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한다”고 말했다.

박기영 본부장, 황우석 사태 사과 “책임 통감”
본부장직 사퇴는 거부 “일할 기회 허락해 달라”
과기계 집단 반발…“연구 부정 용인하는 셈”
일부 인사는 박 본부장 리더십에 주목하기도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할 때, 박 본부장은 이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박 본부장이 연구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2002년 논문을 기획하던 단계에서 연구에 참여했다”고 반박하며 “다만 기획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건 처절하게 반성 중이다”라고 밝혔다.
사퇴 의사를 묻는 말에는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면 혼신의 힘을 다 해서 노력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또 “국민·산업계의 요구를 수렴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언급했다.
‘과학기술계 대표·원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첱 기자 

‘과학기술계 대표·원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첱 기자 

과학기술계는 박 본부장 선임에 집단 반발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성명을 시작으로 시민단체·과학자단체 등의 반대 성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행사장 앞에도 박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게 사과로 끝날 일이냐”고 소리치며 “박기영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박 본부장을 막아서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와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와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과학계는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과학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과학 연구는 전 세계 학자들이 십시일반 기여하면서 진보하는데, 연구부정은 ‘과학계’라는 우물에 독을 타는 행위라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하는 모든 학자들의 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서 황우석 전 박사의 연구에 힘을 실어줬던 박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재기하는 건 연구부정을 용인하는 행위라고 본다. 과학계에서 심각하게 반발하는 배경이다.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와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본부장 선임을 반대하는 단체와 취재진에 가로막힌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철 기자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람을 심판에 앉힌 셈”이라고 비유하면서 “(박 본부장 선임에 대해) 학계는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보여준 박기영 본부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하는데 기여했다.  
‘과학기술계 대표·원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첱 기자 

‘과학기술계 대표·원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문희첱 기자 

이승구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청와대·국회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박기영 본부장은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채용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을 가져오려면 과학기술계가 모두 결집해야 한다”며 “분열하는 것보다 박기영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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