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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특수학교 이면의 부끄러운 자화상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과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과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사회 도처에서 나타난다. 핵폐기물 처리장, 폐기물 소각장과 같은 사회적 혐오시설이 나의 뒷마당에 건설되는 것을 거부하는 현상이다. 말 그대로 혐오시설이 주변에 설치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그 여파로 집값이 내려가니 예민해진 주민들은 피켓을 들고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특수학교 있으면 집값 떨어지는 야만적 사회
장애인 사회적 통합의 국가적 로드맵 있는가

언론 보도는 주민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짓는 일을 반대하다니, 이들은 도대체 공동체 의식이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당신이라면 달리 행동했을까? 이웃들 눈의 티는 보면서 자신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물질적 가치에 목을 매는 세상에서 집값 내려가는 것을 감수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라고 하는 것은 공허하다. 손실을 보완하는 도서관·병원과 같은 선호시설의 건설 계획을 패키지로 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수긍이 간다.
 
근래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둘러싸고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발달장애 학생 142명을 교육할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부터 추진했으나 주민의 반대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부지의 절반 정도를 특수학교로 하고, 나머지 절반을 도서관·북카페 등 주민 편의시설을 지어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다른 님비 현상과는 다른 씁쓸함이 있다. 폐기물 소각장의 경우에는 집값 내려가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에 불편함이 없는데,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 자체가 영 개운하지 않다. 경제적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뒤에 가려진, 옹졸한 편견으로 똘똘 뭉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양심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가 폐기물 소각장과 같은 ‘혐오시설’로 간주되는 그런 잔인한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적 편견은 차이에 대한 배타적 태도에서 자란다. 장애인은 심신기능의 소수자다. 이들의 차이는 다수자에게 낯선 것으로 비친다. 낯선 것에 대한 배타적 본능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낳고, 이것이 다시 편견과 차별을 낳는다. 이미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넘어서기 위해 비장애인이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적응의 노력을 한다. 헌법이 명시한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는 것조차 간단하지 않고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상처는 더해 간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에 대한 폭력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만하다.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친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수자는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다수자의 몫이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 당장의 반발을 가라앉히고 소수자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지역에 편의시설을 둘 필요는 있겠지만, 이것이 단지 피해보상의 성격이 아니라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에게 친숙해지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장애인이 있음으로 하여 지역에 혜택이 주어진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분리를 넘어 통합이 궁극적인 해결의 목표임을 생각하면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만을 위한 고립된 특수학교보다는 같은 공간에 비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학교가 함께 있는 병설학교가 낫고, 병설학교보다는 일반학교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반을 운영하는 것이 낫다. 일반 학급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을 수 있다면 더 좋다. 통합으로 향하는 노력 없이는 특수학교와 관련된 님비 현상은 다시 발생하고 장애인의 상처는 반복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애환에 귀 기울이고, 야만을 넘어 성숙한 공존사회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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