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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김수현의 리턴매치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시장은 정권 실세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 그래야 맞춤 대응이 가능해서다. 부동산 시장은 김수현에게 쏠렸다. 5월 초 서울 강남 부동산 업계에선 ‘김수현 효과’란 말이 돌았다. 요지는 이랬다.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설계한 인물이다. 그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사회수석이 됐다. 그는 다시 부동산 보유세에 손댈 것이다. 수급보다는 규제 강화에 힘쓸 거다. 세금이 올라가는 만큼 집값이 오를 것이다. 10년 전 그랬듯이. 게다가 5년간 50조원이 풀리는 도시재생 사업도 그가 총괄한다. 노무현 시즌2가 시작될 것이다.’
 

투기와 전쟁 하겠다더니
시장과 전쟁 하려는가

이즈음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 집을 사야 할 때”란 말이 공공연히 돌아다녔다. 지난해까지 공급 과잉을 걱정하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도,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고 말했을 때도, 시장의 눈은 장관 너머 김수현을 보고 있었다.
 
시장이 계속 엇박자로 나가자 마침내 김수현이 전면에 나섰다. 거의 모든 규제를 망라한 ‘8·2 부동산 대책’과 함께다. 김수현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왕수석’으로 불린다. 부동산부터 탈(脫)원전·미세먼지·교육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총괄한다. 탈원전 공론화도 그가 발표하고 설명했다. 그때 그는 언론에 익명을 요청했다. 환경을 총괄하는 사회수석이 탈원전을 설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번엔 달랐다. “부동산은 너무 중요하다”며 자청하고 나섰다. 부동산은 그의 전공이다. 100여 년 전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이 그의 부동산 철학의 뿌리다.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거칠게 풀면 ‘땅은 하느님이 준 것이요, 땅 갖고 돈 버는 일은 죄악이다. 땅으로 번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모두 거두면 다른 세금을 거둘 필요가 없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에 관한 김수현의 소신은 ‘정의로움’에 가깝다. 빈부격차·차별 시정 기획단 시절부터 8·31 대책까지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다. 그는 당시 종부세에 앞서 ‘부유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부자가 부동산으로 쉽게 돈 버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봤다. 주택뿐 아니라 땅·상가와 주식·채권, 동산까지 세금을 물리고 싶어 했다. 부유세는 그러나 이념·현실의 벽에 막혔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세금인 데다 탈세를 부추겨 실효성도 의문시됐다.
 
김수현은 강남 불패 신화를 “시장의 잘못된 믿음이요, 비이성적 믿음”이라고 봤다. “참여정부 내내 비이성과 싸워야 했다”(『위기의 부동산』)고도 했다. 17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고 고백도 했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많이 풀린 돈’에서 찾았다. 2008년까지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이 생겼는데 하필 노무현 정부는 기업·혁신도시 등에 토지 보상금으로 5년간 103조원의 돈을 풀었다. 강남 불패를 없애려고 푼 돈이 되레 강남 집값을 올리는 불쏘시개가 됐던 셈이다.
 
그 김수현이 강남 불패에 대해 리턴매치에 나섰다. 그는 강남 기득권의 머릿속을 바꿔놓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핵폭탄급 대책을 한목에 쏟아붓고는 “집으로 돈 벌 생각 말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선 “투기와의 전쟁을 넘어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잉 대책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호가가 급락하고 거래 절벽 조짐까지 보인다. 버스가 급히 좌회전하면 승객은 오른쪽으로 쏠린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 관성의 법칙이다. 강남 불패의 관성을 넘어서려면 종부세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과속과 급회전은 금물이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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