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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로당 할매들 돌봐야하는데…" 런던 테러 피해 박모씨 귀국

 “할 일이 많아요. 봉사하는 일도 있고 농사일도 있어서 아주 바쁜데, 못 걸어서 우야꼬 싶어요.”
 8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차링 크로스 병원 9층 병동. 지난 3월 22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당해 뇌를 다친 후 현지에서 투병해온 박모(70)씨가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남편과 칠순 효도관광 왔다 차량 돌진 테러 당해
세 차례 머리 수술 후 걸을 수 있게 됐으나 후유증 남아
귀국 후 치료비 걱정에 세 자녀가 번갈아 현지에서 간호

런던 병원서 본지와 인터뷰 "런던 오면 좁은 길 조심하길"
테러 피해자에 주는 중상해특별위로금 첫 대상될 지 주목

런던 테러 피해자 박모씨가 넉달 보름여 만에 현지 병원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 테러 피해자 박모씨가 넉달 보름여 만에 현지 병원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경북 영천에서 과수원 농사를 짓다 동갑내기 남편과 함께 자녀들이 칠순 효도관광으로 보내 준 유럽패키지 여행에 나섰다가 테러를 당해 돌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뒤 넉 달 보름여 만이다.
 박씨는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뇌압을 낮추기 위해 두개골을 절개한 데 이어 지난 5월 말 인공 뼈로 대체해 덮는 수술까지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테러 이후 충격으로 인한 기억 상실에다 헛것이 보이는 섬망 증세를 보이기도 했던 박씨는 이날은 혼자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있었다.
테러 피해 이후 뇌 수술을 받은 박씨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오른쪽은 현지 한인 교회 전공수 목사. 런던=김성탁 특파원

테러 피해 이후 뇌 수술을 받은 박씨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오른쪽은 현지 한인 교회 전공수 목사. 런던=김성탁 특파원

 박씨는 수술 이후 런던 차링 크로스 병원으로 옮겨 재활치료를 받아왔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왼팔 등의 마비 증세가 가시지 않았다.  
 8일 밤 귀국행 비행기 탑승을 앞둔 박씨는 “왼쪽 눈이 매우 아픈데 두 눈을 같이 뜨면 보이지만 왼쪽만으로는 잘 안 보인다"며 “팔을 들어 올리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칠순의 나이에도 지역 봉사단체에서 고령의 독거노인들을 돌봐왔다. 한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그는 “경로당에 젊은 사람이 없고 다 70~80대가 넘은 할매들 밖에 없다"며 “그 할매들 밥 해드리고 심부름도 해주고 했는데 내가 이런 상태여서 그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지 병원 치료비는 영국 정부가 부담하지만 귀국 후 치료비는 보장을 해주지 않아 박씨의 가족은 그간 런던을 떠나지 못했다. 테러 이후 막내딸이 한 달 반, 큰딸이 두 달, 아들이 한 달 가량 번갈아 런던에 머물며 박씨를 간호했다. 이들은 병간호로 인해 출근은 커녕, 자녀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현지 한인 교회와 자원봉사단체, 대사관 등의 도움을 받아 임시 거처에 머물며 병간호를 했다.
 “우야든 조심히 다녀야 합니다. 여기는 한국 보다 도로가 좁고 건너기가 상당히 위험합니다. 한번씩 밖에 나가면 그게 제일 겁납니다.” 박씨는 런던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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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국 후 박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후 고향으로 돌아가 후속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박씨의 귀국을 위해 다시 런던을 찾은 막내딸은 “정부에서 테러 피해자에게 주는 지원금 등은 현재 확정된 게 없다"며 “장애등급을 받는 게 급한데, 그래야 치료비 등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테러로 인해 신체 장애나 장기치료가 필요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등급을 정해 특별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테러방지법에 따라 중상해특별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씨가 위로금을 받게 될 경우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귀국을 위해 병원을 나서고 있는 런던 테러 피해자 박씨와 가족 및 현지 관계자들. 런던=김성탁 특파원

귀국을 위해 병원을 나서고 있는 런던 테러 피해자 박씨와 가족 및 현지 관계자들. 런던=김성탁 특파원

 런던에서 박씨 가족을 지원해온 전공수 목사는 “박 할머니의 사례는 테러가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해외에서 테러 피해를 당하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가 언어도 통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곳에서 간호하느라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정부가 점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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