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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개봉 '플립', 반전의 새 역사

[매거진M]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히어로 무비와 애니메이션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범람하는 여름 극장가에서 ‘플립’(7월 12일 개봉, 롭 라이너 감독) ‘내 사랑’(7월 12일 개봉, 에이슬링 월시 감독)이 거둔 흥행 성적은 놀랍기만 하다. 7년 만에 빛을 본 늦깎이 개봉작 ‘플립’은 34만(7일 집계 기준) 관객, ‘내 사랑’은 낮은 인지도의 불안 요소를 잠재우고 25만(7일 집계 기준) 관객을 동원했다. 두 영화 모두 10만 관객 동원을 목표로 했던 소위 작은 영화다.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글쎄, 두 영화의 흥행은 기적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의 승리였다.
'플립' | 지각개봉, 반전의 새 역사
 

'플립' 흥행 비결을 듣다

관객이 일군 7년 만의 첫 개봉
2010년 북미에서 조용히 개봉하고 사라진 이 영화가 한국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될지 그 누가 알았을까. ‘플립’을 잠 깨운 원동력은 관객이었다.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해 이 영화를 접한 이들은 그 가치를 알아봤다. 약 2000명이 참여한 네이버 영화 평점은 9점(10점 만점)을 넘고, 18만 명 이상이 참여한 왓챠 평점은 4점(5점 만점)을 웃돌았다.
 
입소문을 들은 롯데시네마는 극장 흥행 가능성을 봤다. “극장 개봉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 거라 판단해, 지난 겨울 수입사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제안했다. 단독 개봉을 약속할 테니, ‘플립’ 좀 수입해 달라고.” 프로그램 담당 김세환 대리의 말이다. 수입·배급사 팝엔터테인먼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입을 담당한 이미경 실장은 “때 늦은 개봉이지만, 재개봉 영화가 잘 되는 최근의 영화계의 흐름을 볼 때 충분히 승산이 보였다”고 전한다. 그렇게 ‘플립’의 첫 극장 개봉은 현실이 됐다. 올해 2월의 일이다.
'플립'

'플립'

 
 
두근두근 첫사랑의 추억
유치하지만 발랄하게, 촌스럽지만 감성적으로. ‘플립’은 트렌디한 하이틴 무비 콘셉트의 포스터와 배너를 따로 제작하는 한편, 북미 개봉 당시 사용했던 철 지난 포스터도 과감히 재활용했다. 나무 위에 소년 소녀가 앉은 수수한 풍경. 그마저 얼굴도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건만, 이유가 있었다.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팀장은 “‘플립’을 알고 있는 관객이 그 시절 좋아했던 감성을 되살리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한다. 하여 타이틀도 영어 제목 그대로 두었다.
 
오리지널 포스터에 있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해리가 새리를 만났을 때’(1989) ‘스탠 바이 미’(1986)의 롭 라이너 감독 작품’이란 문구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람을 만난단다’로 대체했다. 온라인에 떠돌던 불법 자막 속 잘못된 대사(정확한 번역은 ‘어떤 사람은 광이 없고 또 누구는 윤이 나거나 빛이 나지’)지만, ‘플립’의 팬을 소환하기에는 더 없이 맞춤했다(예고편에도 이 문구가 삽입돼 있다). ‘플립’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자, ‘극장에서 다시 보겠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플립’=‘꼭 봐야 할 영화’
개봉일은 7월 12일. ‘플립’은 블록버스터가 주도하는 여름 극장가의 틈새를 공략해야 할 운명이었다. 흥행을 위해선 재관람객 외에 신규 관객 유치가 필수. 그린나래미디어는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십분 활용했다. 입소문을 강조해 ‘관객 강제 개봉’‘인생 영화’‘레전드 첫사랑’, 7년 만의 정식 개봉의 의미를 살려 ‘지각 개봉’이라는 태그를 달아 홍보 자료를 배포하고, SNS를 공략했다.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 아직 못 봤다면 놓쳐선 안 될 영화라는 이미지를 관객에 각인한 것이다.
 
 
식지 않은 열기, ‘이터널 선샤인’을 넘어
개봉 닷새 만에 13만 관객 동원. 애초 목표는 10만(최대 20만) 관객에 불과했다. ‘플립’은 감사의 의미로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일명 ‘777’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7년 만의 개봉작, 7일간, 7000원으로 본다’는 의미다. 덕분에 20대 이하 관객이나, 개봉 전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가격 부담을 덜고 극장을 찾았다. 개봉 3주차로 접어들었지만 꾸준히 관객이 들었다. 임진희 팀장은 “디지털 시장에 영화가 이미 공개돼 있는 경우 극장 관람료를 비싸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플립’은 20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 30대 이상 관객의 꾸준한 관람 행렬 속에 개봉 3주 만에 34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5년 재개봉 영화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감독)의 32만 흥행 기록을 뛰어넘은 결과. 누적매출액은 약 27억원으로 진즉 북미 수입 175만 달러(약 20억원)를 넘어섰다. 이제 ‘플립’은 명실공히 대표 첫사랑 영화가 됐다.
 
 
작은 영화 흥행은 멀티플렉스와 함께?
‘플립’과 ‘내 사랑’은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단독 개봉했다. ‘플립’은 롯데시네마, ‘내 사랑’은 CGV와 함께했다. 대형 체인이 아닌 일부 독립·예술영화관에서도 개봉했지만, 최다 200여 개 스크린 중 2~20곳에 불과했다. 고정 관객층이 두터운 애니메이션·종교영화를 제외하고 동기간 개봉한 작은 영화 중 200개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건 두 작품뿐이다. 관람료를 6000~7000원까지 낮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도 공통점. 일부 영화 관계자들이, “블록버스터 격전 속에서 ‘내 사랑’과 ‘플립’이 선전한 저력이 결국 멀티플렉스 단독 개봉에 힘입은 출혈 경쟁 아니냐”며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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