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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국회·서울대 도서관이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

김환영의 지식의 현장 
국회도서관 로비 열람실.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국회도서관 로비 열람실.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세계 최대 도서관은 소장 단행본 기준으로 미국 의회도서관(1억6400만 권)이다. 세계 최대 대학 도서관은 미 하버드대 도서관(2000만 권)이다. 우리나라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도서관은 각기 600만 권, 54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이 국력이다. 지난 대선 때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제4차 산업혁명 심장부는 도서관’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정책제안서를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원래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재학생을 위해 설립됐다. 최근 두 도서관은 일반 국민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변화가 있으면 반발이 있다. 의원이나 학생 일부는 일반인들의 ‘침입’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우리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미 의회·하버드대 도서관보다 국민에게 오히려 더 열려 있었다.
 
연간 방문자 수 180만 명인 미 의회도서관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책은 대출이 안 된다. 70여 개 교내 도서관의 연합체인 하버드대 도서관의 경우 일반인은 일부 도서관만 출입할 수 있다. 대출도 제한된다. 우선 국회도서관으로 가 봤다. 하루 일반인 이용자는 2500명이다. 열람실 좌석은 601석이다.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람도 있다. 빈자리가 보였다.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국회도서관 기능은 국회의원 입법 활동 지원이다. 법률의 제정·개정과 정책 입안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국내외 자료를 찾아주고 보고서도 작성한다. 국회도서관이 국민 시설로 거듭나기 시작한 이면에는 이은철 관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도서관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게 이은철 관장의 소신이다.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바로 회원 등록을 하고 즉시 회원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학원생 이상만 출입이 가능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고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다. 원래는 도서관 내부에서 열람과 복사만 가능했다. 올해부터 국외자료는 대학 교수·연구원과 ‘꼭 필요하다’고 신청하는 사람에게 관외 대출을 시작했다. 일반인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은 문화행사 기능을 강화했다. 행사가 주기적으로 개최된다. 외부 시설인 ‘숲속도서관’은 2014년 시민을 위해 마련됐다. 열린 공연장이다. 누구든지 행사를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은철 국회도서관장 [김춘식기자]

이은철 국회도서관장 [김춘식기자]

 
국회도서관은 매년 네 부문에서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상’을 발표한다. 이주영 의원이 2015·2016년 연달아 ‘방문 이용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어떤 책들을 빌려 갈까. 20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책은 『대통령의 글쓰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다. 2위는 『축적의 시간: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 미래를 위한 제언』이다. 제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대출 1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였다. 랭킹을 보면 국회의원들의 고민이 읽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서울대생들은 어떤 책을 빌려 갈까. 서울대 중앙도서관 웹사이트에 가면 2015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어떤 책들이 대출됐는지 기간별로 알 수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이성의 방’.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이성의 방’. 도서관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시민의 종합 문화·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설립 목적상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열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국회도서관을 뒤로하고 하루 7000명이 이용하는 서울대 중앙도서관(관장 서이종)으로 떠났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본관과 관정관으로 나뉜다. 연중무휴로 연다. 만 18세 이상 일반인은 신분증만 가져오면 누구나 본관에서 자료를 보고 복사할 수 있다. 연회비 12만원을 내는 회원이 되면 대출도 가능하다. 동문 회원과 관악구민 회원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다. 현재 회원제에 가입한 사람은 1381명이다.
 
관정관은 서울대의 랜드마크가 됐다. 최미순(관정관서비스팀)씨에 따르면 2015년 입학생들은 스스로를 ‘관정 학번’이라 부른다. 관정관 개관을 전후로 많은 게 달라졌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본관은 교내 모든 곳에서 출발해 5분 내로 올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관정관이 생기기 전에는 자연대·공과대 학생들은 도서관에 잘 오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부터 ‘관정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관정관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룹스터디룸(47실)·캐럴(80실)·세미나실(4실) 등 시설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네이밍(naming)했다는 점이다. 열람실 의자·책상에도 기부자 이름이 적혀 있다. 사실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동문 기금 조성 목적으로 인용되는 말로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가 없다”가 있다. ‘도네이션(donation·기부)’은 곧 ‘돈(money)네이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는 ‘기부문화 후진국’이다. 관정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와 친숙해진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기부 네이밍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어머니 이름으로 기부한 사람도 있다. 재학생도 목돈이 생기면 기부한다. 관정관은 동문·학생·시민 952명이 기부한 723억원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국회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공통점은 뭘까. 둘 다 시원했다. 일반 시민이 ‘독서 바캉스’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 양쪽 모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열심이다. ‘정보의 산’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파묻혀 있는지 빨리 파악해 끄집어내는 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외자료가 많다는 강점도 비슷하다. 두 도서관 모두 오후 6시 이후, 주말에 찾는 직장인이 많다. 그들은 일과 후 동료들과 함께 ‘한잔’하러 가는 게 아니라 공부하러 간다.
 
두 도서관 모두 이용자들과 열심히 소통한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학생 의견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사업을 구상할 때 이용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국회도서관은 10월 15일까지 ‘2017 국회도서관 발전을 위한 국민 제안’을 받는다. 1층 로비에 설치된 공고문은 이랬다. "최고의 입법정보 서비스와 국민을 위한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회도서관이 되기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제안을 기다립니다.”
 
국회도서관의 뿌리는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중에도 꼭 필요한 국회의원 지원 기능에 예산을 쓴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부산 분관 건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본관의 리모델링을 앞두었다. 우리나라 도서관 생태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도서관이 어떤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될지 궁금하다. 도서관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절실해진 평생 교육의 중추다. 중추 기능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5%(4500억원)를 대학도서관 자료 확충에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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