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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바람이 통하게 하라, 반바지 골프 바람

반바지 차림의 더스틴 존슨(왼쪽)이 9일 조던 스피스의 캐디인 마이클 그렐러(가운데), 자신의 캐디 겸 동생인 오스틴(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샬럿 EPA=연합뉴스]

반바지 차림의 더스틴 존슨(왼쪽)이 9일 조던 스피스의 캐디인 마이클 그렐러(가운데), 자신의 캐디 겸 동생인 오스틴(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샬럿 EPA=연합뉴스]

1983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출전한 포레스트 페츨러(67·미국)는 4라운드 18번 홀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복장 규정에 명문화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전통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한 미국골프협회(USGA)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페츨러는 “(반바지를 입어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소감을 밝혔고, 사람들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8번 홀을 빠져나온 뒤엔 USGA의 항의를 의식해 서둘러 긴 바지로 다시 갈아입었다. USGA는 관련 규정이 없는 이유로 페츨러를 처벌하진 않았다. 그러나 골프 복장 논란에 한 획을 그었다.
 

복장 규제 빗장 푸는 골프계
PGA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 때
스피스·파울러 등 반바지 차림
탄탄한 종아리 보여준 미컬슨
“좋은 변화, 다른 대회로 이어지길”
정식 투어 전면 허용은 아직 멀어
PGA 측 “규정 바꿀 의사가 없다”
영국 디오픈 “전통과 균형 지켜야”

남자 골프선수들에게 반바지는 ‘입어서는 안 되는 옷’으로 인식돼 있다. 긴 바지가 아닌 하의를 입었다가 쫓겨난 일도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골프계의 보수적인 기류 때문이다. 복장과 관련한 기준은 엄격하다. 미국남자프로골프협회(PGA)의 복장 규정에는 ‘옷과 개인용품 모두 깔끔해야 한다. 반바지·청바지·민소매 상의는 부적합하다’고 명시돼있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반바지를 입을 기회가 느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개막을 이틀 앞둔 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가 진행됐다. 코스에는 반바지 차림의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조던 스피스(미국)와 2012년 우승자 리키 파울러(미국)는 연습 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반바지를 입었다. 8일 긴 바지를 입었던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반바지 허용) 규정을 잊고 있었다”며 9일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 47세의 노장 필 미컬슨(미국)은 반바지 아래로 탄탄한 종아리 근육이 드러나면서 화제를 모았다. 폴 케이시(영국)는 자신의 트위터에 ‘PGA 챔피언십 다리의 날(leg day)’이라는 글을 올렸다.
 
필 미컬슨, 존 댈리(왼쪽부터)도 반바지 대열에 동참했다. [샬럿 AFP=연합뉴스, 트위터]

필 미컬슨, 존 댈리(왼쪽부터)도 반바지 대열에 동참했다. [샬럿 AFP=연합뉴스, 트위터]

비록 연습 라운드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선수들이 반바지를 착용한 건 골프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지난 2월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가 첫 적용 사례다. 골프매체 ‘골프위크’는 8일 ‘다른 메이저 대회에선 보기 힘들겠지만 (변화의) 트렌드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PGA투어에서 반바지는 캐디만 입을 수 있었다. 땡볕 아래서 치러진 1999년 PGA투어 웨스턴오픈 도중, 존 매긴스(미국)의 캐디 갈렌드 뎀프시가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프로캐디협회에서 캐디들의 반바지 착용을 관철시켰다. 초기엔 ‘섭씨 38도를 넘을 때’라는 단서가 달릴 만큼, 반바지 전면 착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2012년 10월호에서 ‘복장의 유연화는 프로골퍼의 이미지를 약화시킬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바지 논란은 지난해 1월 유러피언투어가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회장은 “규정은 엄격하게 유지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위해 패션 측면도 고려하겠다”며 “반바지 착용이 골프의 현대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달라진 의식도 한몫했다. 조던 스피스는 “반바지가 안된다고 말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다리 절반을 보여주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필 미컬슨은 “반바지 착용은 긍정적 변화다. 다른 대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남자 골프의 전면적인 반바지 착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PGA투어 측은 여전히 “복장 규정은 바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습 라운드 반바지 착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던 디오픈도 2년째 묵묵부답이었다. 디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는 “현대적인 흐름을 따르는 건 진취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전통과 균형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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