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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키 155㎝, 가슴둘레 85㎝ 끝 숫자 조합이 ‘55’

평소 패션에 대해 ‘왜 그럴까’ 궁금한 것들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이유를 모른 채 일상적으로 즐기거나, 혹은 너무 사소해서 누구에게 물어보기 멋쩍은 그런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은 쉽게 접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패션 상식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에는 의류 사이즈 표기다. 글·사진=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옷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걸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 쉽게 숫자가 표기돼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사이즈 표기가 달라 해외 브랜드를 구매할 땐 미리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옷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걸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기 쉽게 숫자가 표기돼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사이즈 표기가 달라 해외 브랜드를 구매할 땐 미리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 | 여성복 사이즈

키와 가슴둘레 숫자 조합에서 출발
"손님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옷을 사러가면 매장 직원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서로 단박에 통하는 단위는 44~77. 44는 딱 봐도 말랐을 때, 55는 보통 체격일 때다. 이 숫자는 비단 옷이 아닌 신체 사이즈에도 적용된다. 가령 '44사이즈가 됐다'는 건 엄청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숫자들, 뭘 의미할까.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이 두자리 수는 1981년 제정된 표기법에서 나왔다. 80년 한국 20대 성인 여성의 평균 키와 가슴둘레 숫자인 155cm·85cm의 두 끝자리 숫자를 조합해 평균 기호 '55'로 설정했다. 다시 말해 55가 기준점이라는 얘기다. 55를 기준으로 삼아 키는 5cm 간격으로, 가슴둘레는 3cm 간격으로 더하고 빼면서 44부터 88까지 만들고, 그 사이사이 43이나 87같은 세부 사이즈를 넣어 모두 15개 사이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표기는 더이상 공식적인 사이즈 체계가 아니다. 80년대 후반 이후 여성의 평균 체격이 급격히 달라진 탓이다. 90년 정부는 의류 사이즈에 직접 신체치수를 기재하도록 의류업체에 권고하기 시작했다. 당장 옷 안감에 붙은 라벨에서 볼 수 있는 '88-70-165(가슴둘레-엉덩이둘레-신장)/64-90(허리둘레-엉덩이둘레)' 같은 숫자 나열형이나 'S/M/L'과 같은 영어 철자형을 말하는 것이다(한국의류학회지 '국내외 여성복 사이즈체계 비교 연구').    
그럼에도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44~77 사이즈를 더 즐겨 쓴다. 제 아무리 신체 치수가 있다한들 내 가슴·엉덩이 둘레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S/M/L인 경우에도 S는 44와 55사이, M은 55와 66사이로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2005년부터 여성복에 보통 체형(N형), 엉덩이가 큰 체형(A형), 엉덩이가 작은 체형(H형) 등의 표기법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사이즈 표기. 가슴들레-엉덩이둘레-신장을 숫자로 나열한다.

국내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사이즈 표기. 가슴들레-엉덩이둘레-신장을 숫자로 나열한다.

 
P는 단신, T는 장신용 '특별 사이즈'
최근엔 국내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의류 사이즈 표기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외국에서 유통되는 외국 브랜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직구'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정확한 사이즈 파악이다. 나라마다 인종이 다른 건 물론이고 의류 사이즈 표기가 다르기에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미국 여성복은 0부터 12까지 짝수 단위로 올라가는 숫자 표기와 'XS, S, M, L, XL' 등 기호 표기가 있다. 보통 사이즈 2는 S, 4·6이 M, 8·10은 L로 환산한다.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2는 S(44)사이즈, 4와 6은 M(55)사이즈, 8과 10은 L(66)사이즈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세분화 되어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39년 유럽보다 일찍 기성복 사이즈를 체계화한 미국은 당시 무려 58개의 유형을 만들 정도였다. 현재 미국 여성복 브랜드 중엔 신장 161cm 이하를 위한 P(Petite) 사이즈와 176cm 이상을 위한 T(Tall) 카테고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통통한 이들을 위한 플러스(Plus) 사이즈가 있고, 바지 역시 다리 길이에 따라 'S/R/T'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각각 Short/ Regular/ Tall을 의미한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J Crew 사이즈 참조).  
미국 브랜드 중 엔 키 161cm이하를 위한 P사이즈를 따로 제작하는 곳이 많다.

미국 브랜드 중 엔 키 161cm이하를 위한 P사이즈를 따로 제작하는 곳이 많다.

패션 강국 이탈리아의 여성복 사이즈는 51년 막스마라가 이탈리아의 기성복 브랜드로 출발하면서 일괄 정리됐다. 창업자 아킬레 마라모티의 증조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대로 재봉스쿨을 운영했던 것이 바탕이 됐다. 숫자는 36~48까지 짝수로 늘어난다. 간혹 38~40, 42~44처럼 숫자가 두 개씩 표기된 경우도 있다. 이 숫자들은 가슴둘레의 절반을 뜻한다. 가령 가슴둘레가 80cm인 사람은 가슴둘레를 1/2로 나눠 38~40사이즈를, 84cm인 사람은 42를 선택하면 된다. 프라다·미우미우 등에서 모델리스트(패턴사)로 근무했던 오정 '폴앤컴퍼니' 대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좌우대칭을 기준으로 한쪽만 패턴을 제도(製圖)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숫자는 가슴둘레가 아닌 바로 윗부분을 가리킨다. 가슴둘레가 유두를 지나는 연결선이라면 그보다 살짝 적은 치수라는 것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옷 한 벌에도 각기 다른 국가별 사이즈를 표기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옷 한 벌에도 각기 다른 국가별 사이즈를 표기한다.

프랑스 여성복은 언뜻 이탈리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슴·엉덩이둘레·키 등은 물론 체형까지 고려해 복합적으로 산출됐다. 또 32~44까지 범위가 넓다. 때문에 국가별 사이즈 체계를 쉽게 전환시키는 걸 영국표준기구가 제시하기도 했다. 유럽 평균 여성의 사이즈 88-72-96㎝(가슴-허리-엉덩이)를 기준으로 영국 12, EU에선 38, 프랑스에선 40, 이탈리아에선 44, 미국에선 8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이즈를 하나만 알면 숫자를 더하고 빼면 되는 것이다. 가령 영국 사이즈에 28을 더하거나 이탈리아 사이즈에서 2 또는 4를 빼면 프랑스 사이즈가 된다.
 
 
빼빼 마른 트위기가 8사이즈?  
다이어트가 여성의 영원한 미션인 데서 알수있듯 자신의 사이즈를 자신있게 말하는 여성은 드물다. 업체들은 이런 여심을 노려 '사이즈 마케팅'을 한다. 즉, 원래 치수보다 옷은 크게 만들고 사이즈는 그대로 표기하는 식이다. 자신의 사이즈대로 옷을 입는 사람 입장에선 마치 살이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러한 '허상의 사이즈'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83년 의류 표준 규격이 폐지되고 업체마다 자율적 표기를 할 수 있게 되자 브랜드들은 저마다 원래 수치보다 더 큰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58년 처음 사이즈 표기를 만들 당시만 해도 최소가 8, 최대가 38이었다. 70년 최저 사이즈가 8에서 6으로 낮아졌다가, 95년엔 다시 2, 급기야 2012년엔 00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00은 물론 000까지 나온다.  
2015년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꼬집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금의 8사이즈는 1958년 16사이즈와 같다'라는 제목으로 시대별 사이즈 변화를 소개하면서 '허영의 사이즈'라 명명했다. 실제로 1963년이라면 트위기는 8사이즈(79-60-83cm)를 입어야했지만 지금 기준에선 00사이즈면 충분하다.   
영국 모델 겸 배우 트위기. 50kg도 채 안 나가는 몸매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막대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사이즈 8이었다. [중앙포토]

영국 모델 겸 배우 트위기. 50kg도 채 안 나가는 몸매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막대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사이즈 8이었다. [중앙포토]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현재 전 세계 패션 브랜드들이 너나없이 따르고 있는 전략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톱숍 등도 표준 치수보다 가슴·엉덩이 둘레를 크게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대한인간공학회 '유럽 의복 표준 사이즈와 여성복 적용에 관한 연구'), 2012년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사이즈 인플레이션'이라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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