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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국책사업 수주했다···건설사 3조원대 담합



순서 '형평성' 위해 제비뽑기로 낙찰받을 순번 정해
신규社에 합의유지 '각서' 써줘가며 담합 가담 유도
가담자들 '영업 능력' 인정 받아 회사에서 승승장구
실적 올려오면 비위도 능력···후진적 기업문화 여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제비뽑기로 국책사업을 수주하는 등 조직적 담합을 한 사실이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서로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각서까지 쓰는 등 후진적 기업 행태를 적나라하게 연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3조5495억원 상당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을 담합한 10개 건설사 및 각 사 소속 임직원 20명을 공정거래법 위반·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사건은 최저가 낙찰제 방식 입찰 담합 사건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사건에서 건설회사들은 각종 도덕적 해이와, 경제적 이익만 가져오면 비위 행위도 능력으로 여겨주는 국내 기업의 후진적 문화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에 처벌을 받게 된 회사는 대림산업·한양·대우건설·GS건설·현대건설·경남기업·한화건설·삼부토건·동아건설·SK건설이다.

건설 대기업들의 대형 국책사업 수주는 '제비뽑기'로 이뤄졌다. 이들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3차에 걸친 합의를 통해 12건의 입찰에서 담합해 수주물량을 배분했는데, 순서 형평성을 위해 1차 합의 때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 받을 순번을 정했다. 이어 2차 합의 시 1차 합의 순번과 동일하게 수주 순서를 결정했다.

2차 합의에서 공사 미발주로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업체들은 3차에서 금액이 큰 공사를 수주받는 방법으로 물량을 고르게 배분했다.

낙찰예정사는 '들러리'에게 예정 낙찰가격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입찰내역서를 대신 작성해 주고, 들러리 업체가 그대로 투찰한 사실을 확인한 후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지막에 투찰하는 수법을 썼다.

10개가 넘는 회사들이 담합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건 입찰참가 자격으로 시공실적을 요구한다는 제한 때문이었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건설사는 소수이기 때문에 경쟁하는 대신 전원이 담합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나눠 수주한 것이다. 이들은 신규로 자격을 얻어 입찰에 뛰어든 업체도 담합에 추가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담합 이후에는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각서까지 썻다. 낙찰 순번이 후순위인 신규업체들의 경우 들러리만 서다가 기존업체들의 배신으로 낙찰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서 내용은 마지막 입찰까지 합의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이들 건설사들은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낙찰율을 과도하게 높이지는 말자'는 원칙까지 세울 정도로 치밀했다. 이들의 담합기간 동안 낙찰율은 78~96%로 이전 5년(1999년~2004년) 간 69~78%에 비해 최대 27% 상승했다.

검찰은 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을 모두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임직원들은 수사대상에 오르기 전까지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승진과 표창을 받아며 승승장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대규모 담합사건에 대한 마지막 불구속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난해 일어난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 기반공사, 관급 PHC 파일 담합 등은 가담자들을 구속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니언시가 적용된 2개사를 제외한 11개 건설사를 고발해옴에 따라 수사에 돌입했다.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13개사를 상대로 2000억원 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fero@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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