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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펼쳐진 토마스 사라세노의 거대하고 미세한 우주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서면 크기가 서로 다른 9개의 큼지막한 구(球)가 희거나 노랗게 빛나며 시야를 압도한다. 그 사이를 거닐다보면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무중력 상태가 되지 않고도 잠시나마 우주의 거대한 행성 사이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이후남 기자

 그 한켠에는 지극히 작고 사소한 존재가 있다. 우주인이나 미지의 생명체가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거미 한 마리가 한창 거미줄을 짓는 중이다. 이를 비추는 조명을 따라가면 거미보다도 훨씬 작은 존재인 먼지가 의도적인 진동에 따라 부유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초청으로 만든 신작
개인전 '행성 그 사이의 우리'에 선보여

 이 거대하고도 미세한 모든 것이 일종의 우주,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이자 건축가 토마스 사라세노(44)의 작품이다.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그에게 의뢰해 이곳 문화창조원 전시장에 맞춤하게 만든 신작을 '행성 그사이의 우리'라는 제목의 개인전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박수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아시아문화전당 '토마스 사라세노 행성 그 사이의 우리' 전시장 모습. 사진=박수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쇼타 마츠모토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쇼타 마츠모토

 왜 하필 거미일까. 벌써 10년 동안 다양한 거미줄과 거미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사라세노는 "뭔가와 사랑에 빠진 이유를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처음에는 거미줄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죠. 이것이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보면서 그다음에 거미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가장 인상적인 건 사회성을 지닌 거미들이에요. 서로 다른 종이 한 거미줄에 함께 집을 짓기도 해요. " 
 서로 다른 종의 소통과 협업은 인류와 미래에 대한 그의 비전과 맥이 닿는다. 사라세노는 독일에서 현대미술을, 그에 앞서 아르헨티나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고층건물을 짓거나 그림을 그리는 대신 화석연료 없이 태양열로 데워진 공기를 통해 공중에 떠올라 바람을 타고 자유로이 이동하는 도구 같은 것을 직접 실험하고 개발한다.  
지난달 1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에서 ‘에어로센’을 시연하고 있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난달 1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에서 ‘에어로센’을 시연하고 있는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꿈만은 아니다. '에어로센'으로 불리는 이 도구는 최장 2시간 넘게 공중에 머물기도 했다. 나아가 이런 도구 안에서 생활하는 것,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지구의 원초적 에너지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이 독특한 예술가는 미국 MIT,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같은 유수의 과학기관이나 미항공우주국(NASA), 유러피언 스페이스 에이전시 등과도 협업을 하는 한편 이름난 유럽 미술관 등 전시장 공중에 거대한 체험형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 스타급의 예술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저는 미래를 밝고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실제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 그는 '실천의 생태학'이라는 표현을 쓰며 "유토피아는 기술만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이후남 기자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 사진=이후남 기자

 거대한 구와 미세한 거미나 먼지만 아니라 관람객, 즉 인간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요소다. 사라세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먼지의 진동이 달라진다. 먼지에 세게 숨을 불면 진동이 커지고 사람들이 조심스레 움직이면 진동이 수그러드는 식이다. 그는 거미와 먼지의 상호작용을 '잼 세션', 즉 일종의 즉흥연주에 비유했다. "거미의 진동에서 나오는 소리는 너무 저주파라 들을 수 없는데 거미줄 아래에 설치한 장치를 통해 증폭시켜요." 다시 말해 먼지가 움직이는 궤적이 거미에 전달될 뿐 아니라 거미가 움직이는 궤적도 저주파 마이크를 통해 관람객 눈으로 볼 수 있는 벽면 스크린에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된다. 
 전시장 전반에 흐르는 또 다른 소리는 NASA 등이 우주에서 실제로 채집한 소리다. 평소 들을 수 없는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왜 중요할까. 사라세노는 '페르미 파라독스'에 대한 40가지 답변을 담았다는 『Where is everybody(다들 어디에 있나)』라는 책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책임감'에 대한 해석을 들려줬다. "책임감(responsibility)을 나누면 응답하는(response) 능력(ability)에요. 무언가에 대응하고 회신하는 능력이죠." 
 그가 언급한 '페르미 파라독스'는 우주의 역사나 크기를 감안하면 지구 이외에 외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한데 누구도 이를 접하지 못했다는 역설을 가리킨다.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페르미는 1950년 미국에서 동료 과학자들과 대화하다 이를 '다들 어디에 있나(Where is everybody)'라는 질문으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사라세노는 "우주에 각각의 행성이 소리를 발산하는데 그 중 지구의 소리도 있다. 그리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쯤되면 거대한 구, 미세한 거미와 먼지를 낯선 소리와 함께 관람객 앞에 보여주는 이유가 한결 명확해진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기)"로도 불리는 지금 시대의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지구 안의 다른 종, 어쩌면 지구 너머까지 보라는 제안인 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장에 닿을 만큼 엄청나게 큰 구도, 먼지의 궤적도 볼 수 있어요. 일상적 요소를 다른 스케일로 바라보도록 초대하는 전시입니다. 구가 실질적으로 행성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일상의 요소를 크게 부풀려 다른 의미로 와닿을 수 있는 지 제시하는 겁니다." 이번 전시는 2018년 3월 25일까지. 
 광주=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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