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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 통과 후 ARF 찾은 이용호 북한 외상...작년과 같은 이용호, 달라진 그의 친구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찾은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7월 ARF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진 않았지만,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표정도 밝았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 새벽(현지시간) 마닐라 시내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 새벽(현지시간) 마닐라 시내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외무상을 맞는 '친구들'의 표정은 달랐다. 6일 ARF 행사장인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보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표정이 그랬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PICC)'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미디어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PICC)'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 후 미디어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 부장과 이 외무상은 지난해 ARF를 계기로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회담 이후 약 1년 만에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그 사이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연이어 한 지금의 분위기는 1년전과 달랐다.
취재진의 접근이 통제된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쪽은 이 외무상. 오전 11시49분쯤 도착한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들어갔다. 4분 뒤 도착한 왕 부장도 “이 외무상을 지금 만날 것”이라고만 한뒤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낮 12시10분쯤부터 한 시간 동안 이뤄진 회담 장소 근처에는 취재진이 다가갈 수 없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PICC)'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을 끝낸 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PICC)'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을 끝낸 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북·중 외교장관 회담 때 중국은 한국 기자들에게 취재를 허용하며 회담을 대대적으로 알리려 했다. 제3국인 한국 취재진이 북·중 회담장에도 이례적으로 들어갔다. 한국 언론이 보는 앞에서 왕 부장과 이 외무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악수했고, 모두발언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당시는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결정했을 때였다.  
 
하지만 올해 왕 부장과 이 외무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산 석탄 수출의 전면 금지 등 강경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불과 8시간 뒤 만났다. 지난해 북한의 4·5차 핵실험 이후에는 안보리 결의가 나오기까지 각기 57일과 82일이 걸렸지만, 새 결의 2371호가 북한의 ICBM급 도발 33일 만에 나온 것은 중국이 어느정도 호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가 중국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압박을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자국 언론을 통해 밝힌 북·중 외교장관 회담 내용도 이런 중국의 입장을 담고 있었다. 관영 인민망은 “왕 부장이 이 외무상에게 ‘안보리 결의에 냉정하게 대응하고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소망에 어긋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북 측 관계자는 회담 뒤 “두 장관이 지역 정세와 쌍무 관계(양자관계) 문제에 대해 의견교환을 진행했다”고만 말하고는 사라졌다. 핵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 문제를 ‘지역 정세’라고만 언급한 것이다.
 
이번 행사의 주인이자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많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도 이 외무상을 반기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직전인 5일 오후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별도 성명을 내고 이례적으로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강하게 규탄했다. 북한은 당초 아세안 국가 중 한 곳과 외교장관 양자회담을 추진했으나, 해당 국가가 북한의 지난달 28일 ICBM급 도발 이후 회담을 취소했다고 한다.
 
6일 북·중 외교장관회담이 끝날 무렵 PICC에서는 아세안이 주최하는 자유 오찬이 시작됐다. 행사장에 있는 장관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여기서 아세안 국가 장관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하지만 각국 장관들의 차량이 PICC로 모여들 때 이 외무상은 오찬장으로 가지 않고 PICC를 나와 홀로 숙소로 향했다.
 
이 외무상은 전날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도착할 때도 언론 취재를 거부했다. ARF 주최 측이 도착 영상을 녹화해 언론에 제공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ARF 참석 당시 공항에서 카메라가 코앞까지 다가가는 밀착 취재도 개의치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이 외무상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한 한국 기자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어떤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가”라고 묻자 “기다리세요”라고만 답했다. 한국이 내미는 손은 잡을 뜻이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 외무상을 수행한 한 북한 당국자는 "강경화 장관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날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거듭해서 물어도 “대화 안 합니다”라는 답만 반복했다. 외교 환경은 변하는데, 북한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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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