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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 이윤택 부산 귀향 인터뷰 "박근혜 정부서 피해 봤다고 문재인 정부서 수혜자가 되고 싶지 않아 무조건 낙향 결심"

이윤택

이윤택

 이윤택(65·사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지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부지원 사업에서 매번 배제됐다고 한다. 특히 그의 연출 인생 30년을 맞아 지난해 선보이려던 오페라 '꽃을 바치는 시간'을 무대에 올리려 했으나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고전향가인 '헌화가'를 가색한 이 작품은 2015년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문화창작기금 희곡 분야에서 100점 만점으로 1위에 올랐지만, 당시 박 정부의 외압으로 정부지원 대상에서 최종 탈락했다고 한다.
 권력의 문화계 탄압에 따른 외풍을 혹독하게 겪은 이 감독은 고향 부산(기장군)으로 낙향을 결심했다. 연출가의 꿈을 안고 1988년 상경한지 29년만이난 지난 7월 결국 귀향을 결행했다.
 요즘 그는 여전히 문화 불모지로 불리는 부산에서 시민문화운동과 후배 양성을 목표로 제2의 연출가 인생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 일광면 기장군에 ‘가마골소극장’을 재개관했다. 재정 문제로 2013년 1월 폐관한 이후 4년 반만이다. 가마골소극장은 이 감독이 1986년 연희단거리패를 만들면서 함께 태동한 전용 극장이다. 
이 감독을 가마골소극장에서 만나 지난 정부의 문화계 탄압 실상, 귀향 이유, 앞으로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그는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수혜자가 되고 싶지 않아 무조건 낙향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25회) 동기동창이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지난 7월 7일 재개관한 '가마골소극장' 앞에서 지난 2일 재개관 소회를 말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윤택 예술감독이 지난 7월 7일 재개관한 '가마골소극장' 앞에서 지난 2일 재개관 소회를 말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정권이 바뀌고, 가마골소극장이 재개관했다. 변화를 체감하나  
2015년부터 나에게 경찰 사찰이 붙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싹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내가 이끌던 ‘30 스튜디오’가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명륜동으로 옮겼는데 혜화경찰서 보안과장이 화분까지 보내줬다. (촛불시위 국면에서)화해의 제스처였던 셈이다. 또 지난 7월에는 30 스튜디오와 가마골소극장에 특성화극장 지원사업 명목으로 각각 4000만원, 3000만원 지원금이 나왔다. 2015년 이후 정부 지원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을 알았나
2013년 8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하고, 2014년부터 국가 지원사업에 선정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 뒤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문화인 명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체부의 한 공무원이 고위 간부에게 1명만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윤택’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1월 '꽃을 바치는 시간’이 100점 만점을 받고도 최종 탈락하는 것을 보고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신했다.  
 
그 당시 심경은
게으르고 느슨해졌던 내 영혼을 각성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예전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있어왔다. 정치는 결과를 중시하지만 문화는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한다. 마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예술작품은 억압된 감정을 분출하고 저항정신을 드러낸다. 그런 시대정신을 잠시 잊고 살았는데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 새삼스럽게 정권을 향해 날이 섰다.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다가 박근혜 정부 때 광화문에 나가 연극을 공연한 것도 블랙리스트 때문이었나
촛불집회가 민중민주적 정치집회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운동이었기 때문에 나도 참가했다.  
이윤택

이윤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1심 판결을 어떻게 보나
조윤선(전 문체부 장관)은 지적 허영심을 채우려고 장관이 된 사람이다. 문화 육성을 위해 짐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없으니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고 받고도 관여하지 않았다. 직무유기다. 우리나라 법은 실증주의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본다. 그러나 지식인으로서, 문체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영혼없는 장관이라는 게 나의 평가다.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국내 최고 대학과 사법고시에 합격했는데 문화에 대해 이렇게 몰상식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사람과 문화에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바람에 세속적인 최순실에게 휘둘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낙향을 결심한 이유는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수혜자가 되고 싶지 않아 무조건 낙향했다. 앞으로 제2의 연출가 인생은 시민문화 운동과 후배양성에 주력할 것이다.  
 
시민문화운동을 위해 기획하고 있는 공연이 있나.  
오는 10일부터 열흘간 배우 명계남 주연의 ‘노숙의 시’를 선보인다. 노숙자 두 명이 인생 밑바닥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눈다. 이들이 향하는 북쪽 숲은 비무장지대(DMZ)로 평화를 꿈꾸는 힐링의 공간이다. 지금까지 광장이 시대였다면 이제 숲으로 가서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용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장에서 치열하게 저항했던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던 오달수 씨와 지난 2일 가마골속그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윤택 예술감독이 연희단거리패 단원이었던 오달수 씨와 지난 2일 가마골속그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지 기자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시민들을 이끌고 싶은 방향이 있나
시민들 스스로 문화적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좌우 이데올로기가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려는 게 나의 목표다. 연극인인 오달수·명계남 등을 초청해 시민문화강좌를 여는 것도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시민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시민담론이 형성될 것이다. 
 
(이 감독을 인터뷰했던 지난 2일 배우 오달수 씨가 1시간 동안 수요예술공감 강연을 했다. 오달수는 1989년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가마골소극장이 재재관한 지 7일이면 한 달이 된다. 소감은  
재재관 개막작인 ‘홍도야 울지마라’는 예정된 모든 공연이 매진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동안 연극을 한 편도 보지 않았던 노인·주부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온 결과다. 문화적 불모지여서 오히려 문화적 욕구가 강했다. 앞으로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시민과 격리되지 않은 시민을 위한 예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올리지 못했던 ‘꽃을 바치는 시간’을 내년에 오페라로 선보일 계획이다. 향가 ‘헌화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시극인데 내년에 오페라로 만들 생각이다. 꽃을 받치는 것은 사랑을 의미한다. 낡은 세상이 가고 사랑의 시대가 온다는 메시지로 담아 상처받은 국민들을 치유해주고 싶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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