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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캉스’ 즐긴 역대 대통령, 책이 정국에 미친 영향은

 문재인 대통령이 4박 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청와대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가 중 읽은 책인 『명견만리』를 소개하며 “사회 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밀려오고 있는 지금, 명견만리(明見萬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도 국가도 만 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10년, 20년, 30년은 내다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라며 “다가올 세상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면 정치도 정책도 그러해야 할 것”이라며 책의 일독(一讀)을 권했다.  
 
‘명견만리’는 말 그대로 ‘만 리 앞을 내다본다’는 것이다. 속뜻을 보면 관찰력이나 판단력이 정확하고 뛰어남을 이르기도 한다. 이를 두고 현 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한 부동산ㆍ탈원전 정책 등과 관련해 대통령이 휴가 중 구상을 했다는 분석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은 책을 공개한다는 건 (책이)자신의 마음을 울렸다는 의미”라며 “취임 100일을 앞둔 상황인 만큼 독서를 그간 펼친 정책과 향후 행보의 점검 계기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이 휴가지에서 읽었던 책을 종종 공개해 왔다. 대부분 인문ㆍ사회과학 분야의 책들로, 향후 대통령이 정국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말에 관저에서 휴가를 보낸 뒤 8월에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휴가 중 여러 책과 보고서를 읽었는데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란 책이 특히 마음으로 공감됐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두고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잘 기술돼 있었다”며 국무위원들에게 문화융성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같은달 25일 임기반환점을 맞아서는 여당 의원들에게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당부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8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8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휴가 중 읽은 책.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휴가 중 읽은 책.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09년 8월 초 휴가를 다녀와서 경제학 대중서인 『넛지』를 읽었다고 밝혔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으로, 책에서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사용됐다. 정책 결정 시 부드럽게 개입해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사회적 넛지’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실제 그는 같은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낡은 행정구역이 효율적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라며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을 촉구했다.  
 
2003년 9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중앙포토]

2003년 9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책을 현실 정치에 직접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국무회의 등의 공식석상에서 약 50여권에 달하는 책을 추천하고 책의 저자를 정부 요직에 중용해 독서정치를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드골 리더십과 지도자론』의 저자인 이주흠 외교안보연구원 원장을 2004년 청와대 리더십비서관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그는 2003년 8월 초 여름휴가를 마치고 『주5일 트렌드』라는 책을 읽었다고도 했다. 일본의 사례들을 토대로 주5일 근무가 한국에선 어떤 양상을 보일지를 분석한 책이다. 1998년부터 추진된 주5일 근무제는 2003년 8월 국회의 의결을 거쳐 9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공포,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책을 통해 향후 정국구상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역대 대통령들의 휴가는 자연스럽게 ‘북캉스’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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