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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트럼프가 '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갱단 MS-13

엘살바도르의 MS-13 갱단. [REUTERS=연합뉴스]

엘살바도르의 MS-13 갱단. [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래드의 서폭 카운티를 찾았다. 피터 킹(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의 초청에 응한 것이다. 방문 목적은 미국 내 엘살바도르 갱단인 ‘MS-13’과 싸우는 경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뉴욕 경찰은 지난해 1월 이후 롱아일랜드 일대에서 17명이 MS-13 갱단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수업을 마치고 걸어서 귀가하던 롱아일랜드 여학생 2명이 MS-13 조직원들에 의해 야구 방망이와 칼로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대가 조직원이든 10대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살해하는 흉포성이 기존 갱단과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MS-13에 맞서는 경찰들을 치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MS-13에 맞서는 경찰들을 치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월 온두라스 경찰은 체포된 MS-13 갱단의 무기와 소지품을 언론에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온두라스 경찰은 체포된 MS-13 갱단의 무기와 소지품을 언론에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급기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달 말 MS-13 갱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엘살바도르로 급파됐다. MS-13에 대한 법무부 단속 정책은 재미교포인 로버트 허 법무부 수석 차관보가 맡을 예정이다. 허 차관보는 지난달 27일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해 “MS-13 갱단 소탕은 세션스 장관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들 갱단 조직원의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에 대한 제재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히스패닉 갱단 MS-13이 얼마나 무섭기에 대통령과 법무장관까지 나서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 바깥에 북한이라는 적이 있다면, 내부의 ‘공공의 적’으로는 MS-13을 지목할 정도로 골치 아픈 존재다. MS-13의 MS는 ‘마라 살바트루차(Mara Salvatrucha)’의 줄임말이다. ‘마라’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개미떼 ‘마라푼다’에서 따왔다. ‘살바트루차’는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소작농에서 게릴라로 끌려나온 사람을 의미한다. ‘13’은 새로 가입하는 갱단원이 13초 동안 집단구타를 당하는 관례에서 붙여졌다. MS-13이라는 명칭의 속뜻을 알게되면 물불 가리지 않는 폭력성의 기원을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찰들을 치하하는 자리에 참석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뉴욕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찰들을 치하하는 자리에 참석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MS-13은 1980년대 내전을 피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온 엘살바도르 이민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이주 초기에는 멕시코와 흑인 갱단의 괴롭힘으로부터 자국 이민자들을 보호가 위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엘살바도르에 3만명, 미국에서만 LA와 뉴욕, 워싱턴DC 등을 중심으로 42개 주에 1만여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FBI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 곳곳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조직적 갈취, 마약밀매와 밀입국 알선, 미성년자 강제 성매매 등의 중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 온두라스에서 MS-13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MS-13의 존재가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온두라스 정부의 사형제도에 반발한 MS-13 조직원들이 운행중인 만원 버스에 총기를 난사해 사망 28명, 부상 14명에 이르는 대형사건을 일으켰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나 중국의 삼합회와는 달리 MS-13은 군사 교육까지 받으면서 잔혹성과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대학원의 더글라스 파라 객원연구원은 “MS-13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콜롬비아 반군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등의 전술까지 흡수하며 군사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 연구원에 따르면 MS-13의 상당수 지역 조직들이 이미 현대식 군대의 자동화기로 무장했고, 안전가옥과 암호화된 위성전화는 물론 경찰과 경쟁 갱단의 움직임까지 감시하는 무인기를 운용하기도 한다.  
 
엘살바도르에서는 MS-13이 정부와 군대 요직까지 침투해 은밀한 권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MS-13은 지방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거리에 시체가 쌓이게 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다.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105명으로 전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MS-13의 활개와 무관치 않다.
 
MS-13은 각종 금기를 깨뜨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는 상대 조직원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미국 갱단 사이의 불문율도 거부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MS-13의 조직원들은 등 부위에 M과 S를 큼지막하게 문신을 하고다닐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범죄를 저지른 뒤 법정에 출두해서도 뉘우치는 기색없이 차가운 미소만 지어 배심원들은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갱단 퇴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때문에 MS-13을 콕 집어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은 취임 때부터 있어왔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MS-13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위협 중 하나이다. 그들을 신속히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전미총기협회(NRA) 모임에서는 “여러분, MS-13에 대해서 아느냐. 아주 악독한 집단이다. 그들을 완전히 쫓아내 버리고 말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달 뒤 LA 한인타운 인근에서 미 FBI가 ‘MS-13’ 소탕작전을 주도했다. LA경찰은 방탄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자동소총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장갑차와 특수제작 차량으로 MS-13의 근거지를 급습해 간부급 12명을 포함해 총 21명의 조직원을 체포했다. 이밖에 총기류 12정과 상당수 마약류를 수거했고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7명을 구출했다.
 
하교길에 MS-13 조직원에게 살해된 10대들. 살인범을 찾는 이들에겐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경찰의 전단. [AP=연합뉴스]

하교길에 MS-13 조직원에게 살해된 10대들. 살인범을 찾는 이들에겐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경찰의 전단.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게 MS-13은 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가 트위터에 “오바마 정부의 나약한 불법 이민자 관련 정책이 결국 나쁜 MS-13 갱단이 미국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고 남긴 메시지가 트럼프의 속내를 잘 말해준다. 그러면서 멕시코 장벽 건설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MS-13의 범죄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S-13이 LA지역 갱단에서 세계적 조직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1996년 제정된 반이민 개정안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당시 개정안은 영주권을 갖고있는 합법적 이민자라도 갱단원으로 밝혀지거나 범지를 저지를 경우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대대적으로 추방된 MS-13 조직원들이 엘살바도르로 돌아가 지역기반을 장악한뒤 미국 현지와 연계를 통해 급성장했다는 주장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체포된 MS-13 갱단. [REUTERS=연합뉴스] 

엘살바도르에서 체포된 MS-13 갱단. [REUTERS=연합뉴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MS-13의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인식돼온 뉴욕시 한인 밀집 지역마저 예외가 아닌 곳으로 바뀌고 있어 우리 정부의 관심 또한 요구되는 시점이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등 퀸즈 북동부에 형성된 한인 밀집 거주지역과 상권에서 최근 MS-13과 관련된 총격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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