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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낚시꾼, 사람 낚시꾼

삶과 믿음
북원주에 있는 고산(高山) 저수지로 친구와 밤낚시를 갔다. 어둠에 잠긴 산에서는 밤 뻐꾸기가 한가로이 시간의 엿가락을 늘였다 줄였다 하고, 소쩍새와 부엉이도 호젓한 밤의 공기를 흔들었다.  
 
친구는 그야말로 전문 낚시꾼! 손전등을 켜면 고기들이 도망간다고 불도 밝히지 않고 어둠 속에서 낚시가방을 열어 능숙하게 낚시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대낚 끝에 푸른빛의 형광 물질이 묻은 찌를 달고 낚싯대를 물에 넣었다 뺐다 하기를 되풀이. 열 번 이상 했을 것이다. 나는 밤낚시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터라 궁금해서 물었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니?” “수심을 재고 있지. 메기가 표적인데, 메기는 얕은 물보다는 깊은 데를 좋아하거든. 그래서 물 깊이를 재고 있는 거야.” 친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수심을 재다가 장소를 옮겨야겠다고 했다. 물이 너무 얕다는 것. 저수지 북쪽으로 자리를 옮긴 친구는 다시 수심을 재기 위해 낚싯대를 집어넣었다 뺐다 하는 짓을 되풀이했다. 그렇게 움직이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갔다.
 
“하느님도 이 낚시꾼처럼 내 영혼의 깊이를 재보겠다고 하실지도 모르겠군! 추가 달린 낚싯줄을 쓱 집어넣었다가 너무 얕으면 ‘여긴 건질 게 없겠군!’ 하시며 다른 영혼을 찾아가시겠지.”
 
캄캄한 어둠 속에 눈에 불을 켜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은 친구를 보며 나는 갑자기 온몸이 으스스해졌다. 그가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는 하느님이라도 되는 듯!
 
이튿날, 나는 또 다른 낚시꾼을 만났다. 그날 밤 저수지 옆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후 아침 해를 받으며 돌아오다가 만난, 길가에 세워져 있는 비(碑)의 주인공. 그 비는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의 피체(被逮)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 오랜 세월 관군에 쫓기며 살아온 해월은 바로 이곳에서 붙잡혀 서울로 이송되어 죽임을 당했다. 해월이야말로 진정한 낚시꾼이 아니던가. 물고기나 낚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마태 4: 19)였으니 말이다. “사람은 한울이라 평등이요 차별이 없으니, 사람이 억지로 귀천을 가리는 것은 한울님 뜻에 어긋나리라.” 길가에 세워진 비에는 이런 벼락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천지는 부모요 부모는 천지니, 천지부모는 한 몸이라.”
 
메기 낚시꾼과 사람 낚시꾼의 만남을 이어준 나는 메기 낚시를 즐겨온 친구의 반응이 궁금했다. 비에 쓰인 글귀를 한참 들여다보던 친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만물 평등사상을 말씀하시는 해월 선생의 글귀를 보니 메기 낚시할 맘이 싹 사라지네 그려. 허허 참!”
 
 
고진하 목사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과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원주 한살림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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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