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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된 트럭 배상 안 해도 되고 26개월 된 승용차는 물어줘야

중대 사고 후 중고차 시세하락분 배상 어떻게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차체 프레임 손상 10~15%, 문짝 등 단순 교환 2~5%, 침수는 50% 이상’.
 
10년 경력의 중고차 딜러 한정택(37·유일오토)씨가 말하는 사고 차량의 시세하락 비율이다. 그는 “사고 차량을 거래할 땐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비율이 있다. 차체 프레임은 주요 부위이기 때문에 손상됐다면 시세보다 10~15%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손상 부위가 앞뒤로 있으면 20% 이상 까는 경우도 있다. 수리를 다 했다 해도 사고 이력이 있으면 제값을 받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고를 당한 피해 차량 운전자는 이 같은 중고차 시세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석 달 전만 해도 ‘아니다’가 정답이었다. 대법원 판례상 시세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특별손해’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즉 가해 차량 운전자가 ‘그 정도 사고를 내면 자동차 시세가 하락할 것이라 알았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이를 배상받을 수 있었다. 보험 전문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었다. 많은 이들이 소송을 냈지만 인정된 경우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7일 이후 정답은 ‘그렇다’로 바뀌었다. 대법원이 중대한 교통사고 후 중고차 시세하락으로 인한 피해도 ‘통상손해’로 보도록 판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피해차량 소유주인 M사가 가해 차량 손해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당시 대법원 민사3부는 “사고로 엔진이나 차체 주요 골격 부위가 파손됐다면 이를 수리해도 완전히 원상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수리 후에도 차체 강도가 약화되고 소음과 진동으로 사용 기간이 단축될 개연성이 높다. 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 남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 이후 하급심 법원에서 사고에 따른 시세하락분을 배상하라는 판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앙SUNDAY는 판례 변경 이후 내려진 하급심 판결문 5건을 입수해 어떤 경우 얼마만큼 시세하락분을 인정받았는지 분석했다.
 
신차 주요 부위 손상, 인정 가능성 커
김모씨는 2013년 자신 소유인 아우디A3 2.0 차량을 몰고 경기도 용인시 민속촌 인근을 지나다 신호위반을 한 차량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 측 보험사를 통해 차량 수리비 1913만여원, 치료비 62만여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로 인한 중고차 시세하락분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기각 판결했지만 항소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민사1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수리 방식이 기계적 부품 교환이 아닌 패널의 교환인 점 ▶차량 출고 후 2년2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한 점 ▶차량 가격(2584만원)의 70.2%가 수리비로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사고 경위, 차량 가격, 파손 부위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차량 가격의 15%인 387만여원의 시세하락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쏘렌토 차량 운전자인 이모씨도 최근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2015년 10월 강원도 삼척시 한 도로에서 우측으로 갑자기 끼어들던 차량을 피하려다 전신주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수리비 500만원을 받았지만 시세하락분을 받기 위해 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삼척시법원은 ▶이씨 차량이 운행 9개월밖에 안 된 새 차인 점 ▶주요 골격 패널이 훼손돼 이를 절단한 다음 용접하는 수리가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해 시세하락분 350만여원을 인정했다. 캡티바 차량 운전자인 박모씨도 광주지법에서 차량 가격의 15%인 356만여원의 시세하락분을 배상받았다. 법원은 출고 100일밖에 안 된 새 차인 데다 후드 등을 용접하는 방법으로 수리가 이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래된 차량, 가벼운 사고는 기각
하지만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시세하락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차량, 사고 정도가 경미한 경우 기각될 수도 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지난 6월 트럭 운전사 박모씨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시세하락분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씨 차량은 2007년 출고됐다. 파손 부위도 범퍼 부분과 운전대다. 시세가 하락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우디 A6 차량 운전자인 박모씨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보고서에 내역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경미 사고인 점 ▶차량 수리 후 성능이나 기능에 구체적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박씨의 시세하락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세종 정찬묵 변호사는 “사고 정도가 심각할수록, 피해 차량의 운행기간이 짧을수록 시세하락분을 배상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선 법원의 판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존에도 약관으로 출시 2년 이내 차량에 한해 수리비가 차량 가격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시세하락분을 배상해 왔지만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지급 규모 및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전에도 시세하락분 관련 소비자와의 분쟁이 많이 발생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향후 소비자 혼란 및 분쟁을 줄이고 줄소송 사태를 막기 위해선 명확한 제도적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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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