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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뚝, 강남불패 이번엔 …

[르포] 8·2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대책이 나온 지 사흘 만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갑을관계가 바뀌었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거래조차 철회하겠다는 전화가 이어져 당황스럽다.”
 
서울 개포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K모 사장은 최근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 5일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개포주공 1단지 상가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부동산 사무실 10여 곳은 셔터를 내린 채 휴가 안내 문구만 붙어 있었다. 유일하게 문을 연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쏟아져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125㎡(38평) 매물의 경우 호가가 한 달 새 1억~2억원씩 뛰었다가 투자 문의가 갑자기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시장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건축이 활발한 서울 강남 4구다. 서초·강남·송파·강동구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 지정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줄고 재건축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말했다.  
 
오는 9일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던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도 정부의 초강도 규제에 술렁이고 있다. 인가를 신청하면 새 아파트를 지어 등기할 때까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고재희 중앙공인중개사 실장은 “재건축 아파트라면 무 자르듯 양도를 금지해버린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대책 발표 전에 발 빠른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까지 28억원 선에 거래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한신3차 164㎡형이 지난 2일에는 26억원에 팔렸다. 17억원 이상을 호가하던 107㎡형도 16억원대 중반에 팔리기도 했다. 투기지역의 LTV와 DTI 한도가 강화되면서 대책 이전 계약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대책 발표 이전 계약에 한해 기존 한도를 적용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LTV 강화로 소득 수준이 연 6000만원을 넘지만 보유 자산은 많지 않은 30대 맞벌이 부부 등은 서울에 내집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부동산 대책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과 내년도 늘어나는 아파트 입주물량까지 고려하면 하락세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이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3년 후 강남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공급량이 늘면서 수요를 충족해 주겠지만 거주자가 대폭 늘면서 주거선호도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팀장도 “오히려 도심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서울 사대문 안 중구·종로구 등의 투자가치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정봉주 매니저부동산 대표는 “강남은 재건축 이후에도 끊임없이 대기 수요가 있어 앞으로 30~40년은 끄떡없겠지만 다른 지역은 약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단기적으로 아파트값을 억누르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뾰족한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서울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허모 대표는 “여유 있는 사람들은 ‘5년 후에 보자’고 하더라”며 “양도세보다 보유세를 높여야 시장에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이유정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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