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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美·中은 ‘투키디데스(신흥 강대국과 기존 강대국의 전쟁)의 함정’에 빠질까

정치·경제·문화 패권 경쟁 치열...북한 붕괴, 남중국해 분쟁, 대만 독립 시도 등 충돌 소지 많아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최강국인 미국과 혈맹이다. 바로 지척에 위치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 무역국가다.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을 통해서 국가안보를 보장받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혜택을 얻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흑자(5160억 달러) 중 대중 무역흑자(5035억 달러) 비중이 98%에 육박한다.
 
우리나라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발생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만약 미국 혹은 중국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가?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대미 동맹에서 안보를 보장받고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는 관계의 공존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의문이다.
 
대미 동맹에서 안보,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실익 챙겨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테네의 역사학자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BC 460∼BC 400)가 지은 저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비롯된 용어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신흥 강자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이 용어는 신흥 강대국이 급격히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용어를 유명하게 만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미·중 관계의 ‘투키디데스 함정’을 다룬 책을 출판했다. 바로 [전쟁을 향한 운명: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라는 책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 국방부 고위직을 역임하면서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했던 미국 안보외교의 권위자다.
 
이 책에서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 간 16번 신흥강자가 기존 강대국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이 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말한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4번은 도전자와 도전을 받는 자 모두가 태도와 행동에서 중대하고 고통스런 적응을 행한 경우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단정적인 제목을 사용했지만,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의 일전(一戰)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쪽은 아니다. 오히려 불가피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주제다.
 
앨리슨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바로 ‘신흥 세력 신드롬(rising power syndrome)’과 ‘기존 세력 신드롬(ruling power syndrome)’이다. 전자는 신흥 세력의 자신에 대한 향상된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신흥 세력은 인정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후자는 본질적으로 전자의 미러 이미지, 즉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세력은 쇠퇴의 낌새를 깨닫고 공포감과 불안감이 커진다.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짐과 동시에 신흥 세력은 외부 세계의 인정과 존경(listen to what I have to say)을 요구하게 된다. 좀 더 큰 영향력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기존 세력은 신흥 세력을 졸부로 치부하며 이들의 주장을 무례하고 배은망덕할 뿐 아니라 도발적인 것으로 여긴다. ‘신흥 세력 신드롬’과 ‘기존 세력 신드롬’은 현재 중국과 미국의 지도층이 느낄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신흥 세력 신드롬 vs 기존 세력 신드롬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했다. 중국의 GDP는 당시 제대로 집계도 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규모였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1980년 무렵에도 중국의 GDP는 세계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GDP는 세계 GDP의 30%에 달했다. 미·중 GDP 격차는 약 15배 정도였다.
 
중국의 GDP는 1981년 약 2000억 달러에서 2016년 11조2000억 달러로 5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2016년 미·중 양국의 GDP 격차는 0.7배 미만으로 좁혀졌다(미국 GDP의 세계 GDP 비중 24.6%, 중국 14.8%). 환율을 기준으로 한 명목 GDP 비교 결과가 이렇고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았다. 명목 GDP도 2030년 이전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나타내는 특징이다. 앨리슨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외교정책 추진에서 경제적 수단의 사용을 꺼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30여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규모가 크다. 2015년 아세안 국가들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인 반면, 미국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후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추진 중이다.
 
상대방이 현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중국의 대외 정책에 저항하려고 하면 중국은 경제적 레버리지를 망설임 없이 사용한다. 중국으로부터 주요 원자재를 공급받거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큰 나라들이 이 같은 수단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은 중국과의 불협화음이 커질 경우, 우선 지연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차단한다. 2010년 일본과의 조어도(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이 억류중인 중국인 선장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2011년에는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하기 위해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12년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은 세관에 대기중인 필리핀산 바나나의 검역을 지연해서 썩게 하고 나중에는 수입 자체를 금지했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중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산 드라마·예능·영화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실시하더니, 올해는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우리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중국의 민낯을 제대로 봤다.
 
신흥 세력의 힘이 세지고 기존 세력의 상대적 역량이 약화되면 달라진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반영하기 위해서 기존의 협의, 체제 및 관계에 수정을 가해야 필요성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을 앨리슨 교수는 ‘전환마찰(transitional friction)’로 불렀다. 신흥 세력은 기존 제도가 변화를 너무 늦게 수용한다고 여기며 이런 지연을 기존 세력이 신흥 세력의 발전을 봉쇄하기 위한 시도로 간주한다. 이와 달리 기존 세력은 잘 설계되고 안전한 기존 제도에 대해 신흥 세력이 광범위하고 빠른 조정을 요구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상황을 잘 나타낸 실례가 중국이 추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구축한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중국은 낄 자리가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의 투표권은 일본보다도 낮은 6.1%에 불과하다. 중국은 IMF와 세계은행에 중국의 국력을 반영할 수 있는 비중 조절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국은 AIIB 추진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의 목표는 무엇일까? 앨리슨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목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America)’만 ‘중국(China)’으로 바꾼다면 말이다. 바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Making China Great Again)’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대외관계에서 어떤 나라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중국인이 부유해지고 강해질 뿐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
 
미·영, 미·소의 대규모 충돌은 없었지만…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방 열강이 침략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복귀하는 것이다. 둘째, 대륙의 신장과 티베트뿐 아니라 홍콩과 타이완을 포함한 대중화(greater China) 영역에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인접한 국경과 영해지역에 역사적으로 누려왔던 영향력을 회복해서 다른 국가들이 중국을 존중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무대에서 다른 강대국들의 존경을 얻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배치에서 드러내는 태도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정확히 이런 목표와 부합한다.
 
중국과 미국의 무력충돌은 불가피할까?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고 싶어하며 중국의 도전에 언제라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양국 모두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고 합당하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은 의심스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미·중 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신흥 세력과 기존 세력이 가장 현명하게 무력충돌을 회피한 경우는 20세기 초의 미국과 영국이다. 영국은 공격적으로 국제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에게 양보를 거듭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있었을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인종적·언어적 전통이 동일했고 정치문화와 지배 구조가 같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정반대인 점이 많다. 미·중 간의 충돌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앨리슨 교수는 책에서 미·중 전쟁이 발발하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 태평양함대와 중국 해군과의 예기치 않은 충돌, 대만의 독립 시도가 계기가 된 미·중 간의 무력충돌 그리고 북한의 붕괴다. 북한 붕괴로 인한 미·중 무력충돌 시나리오는 이렇다. 김정은이 후계자 없이 갑자기 사망하자, 군부파벌들의 권력 장악을 위한 내전이 발발한다.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북한 방사정포 부대 사령관은 서울이 김정은 사망과 연관되어 있다며 방사정포 공격을 위협한다. 중국은 북한의 무모한 포격으로 인해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하고 더 나아가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을 우려한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방사정포 공격을 제어하기 위해서 특수부대를 파견하는데, 한·미 연합군이 북한 방사정포 부대를 선제 공격하면서 중국 특수부대에서 사상자가 발생한다.
 
더 큰 충돌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다. 북한이 혼돈에 빠지자 미국은 핵무기가 군부 파벌 손에 들어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심지어 테러리스트한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북한 핵 시설은 중국 국경 인근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한·미 연합 특수부대가 도착할 무렵이면 중국 특수부대 역시 핵시설에 도착해 있을 확률이 높다. 한·미 특수부대와 중국 특수부대는 서로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한 채 우발적인 총격전을 벌이게 되고 서로는 상대방이 매복 공격을 했다고 믿는다.
 
“팍스 아메리카나 현상 유지에 집착 말아야”
 
마지막 단계는 전면적인 충돌로 확산된다. 북·중 국경지역의 혼란을 염려한 중국은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규모 부대를 파견하고 미국의 동맹인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치하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독재에 고통받아온 북한 동포를 구해야 된다는 강력한 여론의 압력 때문에 북한으로 군대를 보낸다. 주한미군도 한국군과 함께 작전을 펼치면서 결국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충돌하게 된다. 섬찟한 시나리오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핵강대국 간의 열전(Hot war)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소 간의 냉전이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은 것과 동일한 논리인데, 누구도 생존할 수 없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로 인한 ‘공포의 균형’ 때문이다. 앨리슨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호확증 경제적파괴(MAED, Mutual Assured Economic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고도화된 국제 분업 시스템에서 미국과 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심화됐기 때문에 미·중간의 전쟁은 양국 경제를 파멸로 이끈다는 논리다.
 
책의 결론에서 앨리슨 교수는 미·중간의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게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중국의 핵심 이익을 명확히 파악하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나서 중국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처음에는 타협을 배제한 채 최대한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협상가이니 협상할 준비를 미리 하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팍스 아메리카나에 집착하고 있지만,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현상 유지(status quo)를 목표로 하는 전략은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위의 과제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게 G2(미·중) 외교는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다. 경제를 위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양국과 동시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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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