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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 우리가 느낀 홍콩의 모습이다

[매거진M] ‘매드 월드’(Mad World, 2016)는 지난해 홍콩영화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올해 4월 열린 제36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지난해 11월 열린 대만의 제54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홍콩영화의 미래를 밝혔다.
 
정신 병원에서 갓 퇴원한 조울증 환자 퉁(여문락)과, 손바닥만 한 쪽방 아파트에서 그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 늙은 아버지 웡(증지위). ‘매드 월드’는, 어색하기만 한 이 부자(父子)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홍콩 사회가 이 부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들여다보는 사회 드라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인간이라는 존재를 깊이 있게 그려 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 영화가 스물아홉 살 동갑내기, 웡 춘 감독과 플로렌스 챈 시나리오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놀라움은 배가 된다.
 
(왼쪽부터)웡 춘 감독, 플로렌스 챈 시나리오 작가 / 사진=김진솔

(왼쪽부터)웡 춘 감독, 플로렌스 챈 시나리오 작가 / 사진=김진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리는 ‘영화와 공간 : 홍콩’ 기획전의 ‘창조적 비전 : 홍콩 영화 1997-2017’ 부문 개막작으로 ‘매드 월드’를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웡 춘(黃進) 감독과 플로렌스 챈(Florence Chan) 시나리오 작가를 만났다. 그들이 바라보는 홍콩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퉁의 퇴원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금연령)를 홀로 돌보던 그는, 전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1년 동안 입원해 있었다. 퉁과 내내 떨어져 살던 아버지 웡이 마지못해 퇴원한 퉁을 돌본다. 극 초반만 해도 퉁의 어머니가 어떻게 죽은 건지 궁금하고, 불안한 상태의 퉁이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긴장하게 된다. 극 중반이 지나면, 그런 호기심은 가라앉고, 퉁 부자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이들을 배척하는 사회에서 퉁 부자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지켜보게 된다.
플로렌스 챈(이하 챈)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관객들이 극 초반 웡의 상태를 불안해하며 조마조마한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다(웃음). 난 그저 퉁이 어떻게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점에 집중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매드 월드' 스틸컷

'매드 월드' 스틸컷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나.
“정신 병원에서 퇴원한 남자가 아버지를 죽인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거기에 내가 관찰한 홍콩 사회의 모습을 녹이고 싶었다.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 사이에 갈등과 오해가 쌓여 있는데, 그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는 모습 말이다. 그러다 보면 그 문제가 폭발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퉁의 퇴원 이후를 펼치는 현재의 이야기 사이사이로 1년 전, 퉁과 어머니, 퉁과 약혼자 제니(방호민)의 과거를 보여 주는 형식인데.
웡 춘 감독(이하 웡) “시나리오는 지금처럼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는 형식은 아니었는데, 편집을 하며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웡 춘 감독이 편집을 직접 했다). 이 부자 관계의 중심에 퉁의 어머니가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애초에 부자 관계가 나빠진 요인도 퉁의 어머니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다. 어머니가 두 인물의 연결 고리인 셈이다. 관객에게 그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해, 어머니가 등장하는 과거 장면을 영화 곳곳에 짧게 편집해 넣었다. 또한, 전에는 퉁이 어머니를 돌봤는데, 지금은 웡이 퉁을 돌보고 있다는 걸 대비하기에도 좋은 형식이라 생각했다.”
 
-1년 전 그날, 어머니가 욕실에서 어떻게 죽은 건지 영화는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신문 기사를 봐도 그 죽음의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영화에 내 마음대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 때 인물의 심리와 행동 하나하나를 명확히 다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매드 월드’의 인물들을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처럼 대하고 싶었다. 퉁 역시 그 순간 매우 혼란스럽고 당황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거라 느꼈다.”
 
“배우들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여문락도 그 답을 모른 채 퉁을 연기했다. 그 장면을 직접 보여 주지 않은 건, 관객이 퉁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관객이 퉁의 시선에서 이 모든 사건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좀 더 능동적으로 영화를 보게 하려 했다.”
'매드 월드' 스틸컷

'매드 월드' 스틸컷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인 ‘매드 월드’는, 미친 건 퉁이 아니라, 이 세상이라 말하는 듯한데.
“스트레스가 많은 이 사회가 미친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묻고 싶었다. 중국어 제목은 ‘일념무명(一念無明)’이다. ‘세상의 모든 혼란이 처음에 하나의 미혹한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극 중 퉁과 웡은 사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쉽게 화해하지 못한다. 각자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그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에 빠져서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세계가 미쳐 간다고 볼 수도 있다.”
 
-주인공 부자의 관계, 그 변화를 충실히 그리면서도, 끊임없이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풍경을 담으려는 영화의 시선이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 둘 다 홍콩성시대 미디어학부를 다녔다. 거기서 ‘등장인물의 주변 인물,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배웠다.”
'매드 월드' 스틸컷

'매드 월드' 스틸컷

 
-이 영화를 통해 홍콩 사회의 어떤 면을 포착하려 했나.
“고도로 자본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매일 기계처럼 생활하며 타인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렇게 점점 무감각한 사람이 돼 가는 것 같다. 그건 여러 아시아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많은 홍콩영화가 화려한 홍콩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과 달리, 내가 피부로 느끼는 홍콩의 모습을 영화에 그리고, 그에 대해 관객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한국영화가 그리는 한국, 특히 서울의 모습은 어떤 느낌인가.
“서울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도시다. 서울의 화려한 모습을 비추는 한국영화가 많은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를 보면서 그 이면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매드 월드’와,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그린 ‘피에타’처럼 그 사회의 숨은 이면을 드러내는 건 영화가 지닌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다.
“앞으로도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려운’ 작가영화의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대중적인 방법으로 그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할 건가.
웡·챈 “사이가 계속 좋으면(웃음).”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김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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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