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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4명이 여고생 21명 성추행…학교·교육청·경찰 3개월동안 ‘깜깜’

강서경찰서 외부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강서경찰서 외부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4명이 여학생 21명을 성추행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성추행이 이뤄진 석 달 동안 해당 학교·교육청·학교폭력담당경찰 모두 이를 알지 못했다. 뒤늦게 성추행 사실을 안 상담교사는 교장에 보고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는 피해 학생이 상담을 거부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A고등학교 2학년 담당교사 B씨(56)는 지난 4월부터 교실에서 여러 명의 학생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했다. 피해 여학생 중 1명이 지난 6월 20일 상담교사에게 털어놨고, 성폭력 전문 상담교사가 재차 확인했다. 이들은 같은 달 26일 ‘성추행이 있었지만,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로 교장에게 보고했다. 교장은 성추행 사건을 교육청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성보호 관련법에 따르면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수사기관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학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피해 여학생은 이모가 경찰관인 친구에게 똑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이 경찰관의 신고로 지난 6월 27일 강서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신고를 한 여학생은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피해 여학생을 조사하던 경찰은 지난달 10일 부산지방교육청에 이 학교 2학년을 상대로 전수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추행을 당한 학생이 더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청은 2학년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1, 3학년으로 확대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2학년을 조사하다가 B씨 뿐 아니라 다른 교사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전교생으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교사 C씨(49), D씨(48), E씨(36)가 지난 6월부터 교실에서 여러 명의 학생을 상대로 신체 접촉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21명으로 조사됐다. 해당 학교 전교생은 499명으로 4% 가량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한종무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를 묘사할 수 없지만, 성추행으로 볼만한 행동들을 교사들이 일삼아왔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전담경찰관(이하 학폭경찰관) 제도도 무용지물이었다. 이 학교의 학폭경찰관은 성추행 사고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매달 한 번씩 해당 학교를 방문했지만 성추행 사건을 알지 못했다. 한 과장은 “지난해부터 학폭경찰관이 학교 내부에 쉽게 들어갈 수 없도록 제도가 바뀌어 학생들과 접촉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일은 학교장이 우선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교육청 [연합뉴스]

부산시 교육청 [연합뉴스]

교육청의 대응도 부실했다. 경찰에서 연락할 때까지 성추행을 알지못했고 이후 설문조사를 요청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성희롱 판단 여부는 주관적이고 예민한 문제여서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다음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 4명은 직위해제된 상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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