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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이 자른 최초의 FBI 국장도 '아내 갑질'이 화근이었다

공관병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에 휘말린 박찬주 육군 대장처럼 전자팔찌를 채워 부하를 하인 같이 부린 것은 아니지만, 공사 구분을 못해 오명을 뒤집어 쓴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1987~199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낸 윌리엄 세션스(87)가 대표적이다. FBI 사상 최초로 임기 전에 파면된 국장이라는 불명예를 꼬리표로 달고 있는 인물이다.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파면된 윌리엄 세션스 전 FBI 국장(왼쪽)과 그의 후임인 루이스 프리 전 FBI 국장. [사진=위키피디아]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파면된 윌리엄 세션스 전 FBI 국장(왼쪽)과 그의 후임인 루이스 프리 전 FBI 국장. [사진=위키피디아]

 
1993년 7월 20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세션스에게 전화로 해고를 통보했다. 몇 분 뒤 다시 전화해 “해고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세션스는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87년 임명했다.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FBI 국장이 교체되어선 안된다”며 세션스의 임기를 보장할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말을 뒤집으면서 세션스를 경질한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요원 100여 명이 증언한 FBI 국장의 ‘갑질’
세션스는 취임 후 5~6년 간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의회는 그가 조직을 현대화하고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했다고 호평했다. 시민단체는 FBI에 여성과 소수자를 적극 채용한 점을 높이 샀다.
 
그의 운명이 바뀐 건 93년 초 법무부 내 법조윤리실(OPR) 보고서가 공개되면서다. 100명 넘는 FBI 요원의 증언을 토대로 한 보고서엔 그가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내외 개인 여행에 관용 비행기를 수 차례 이용했고, 특히 딸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로 출장 갈 이유를 만들어내곤 했다. 
집 담장을 고치는 데 든 비용 1만 달러(약 1100만원)를 FBI에 떠넘기는 등 금전적 이득도 취했다. 
보고서는 세션스가 은행에서 주택 담보 대출 37만5000달러를 받을 때에도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은행과 모종의 ‘결탁(sweetheart deal)’이 있었다는 것이다. 세션스는 이에 관한 서류 제출을 거부했다.  
아내가 집 꾸미는 장작도 관용기로 실어날라
세션스의 비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그의 부인 앨리스다. 당시 세션스 부부는 고등학교 시절 만나 42년 째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잉꼬부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OPR 보고서에 따르면 세션스는 부인을 태우기 위해 FBI 요원을 관용기에서 내리게 했다. 요원은 일반 항공권을 구매해 이동했다. 부인을 태워가기 위해 관용기가 업무와 무관한 도시에 들러 우회하는 일도 반복됐다. 
관용차는 세션스 부인이 네일숍과 쇼핑센터에 가는 데 동원됐다. 비용은 FBI가 부담했다. 앨리스는 집을 꾸미는데 필요한 장작을 뉴욕에서 워싱턴DC로 실어나르는 데에도 FBI 관용기를 사용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세션스는 이 사실을 알고도 “고작 장작 몇 개인데 어떠냐”는 반응을 보였다. 타임지는 앨리스가 FBI 관용기를 이용해 111번 여행했다고 전했다. 
 
세션스 부부의 비위 사실이 수면 위로 오른 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초 자진 해임을 권고했다. 그러나 그는 연말까지 근무하면 연금을 연 5000달러 더 받을 수 있다며 버티다 파면을 자초했다.
세션스는 파면이 결정된 뒤 기자회견에서도 의혹에 대해 “나와 42년을 함께한 아내에 대한 천박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판사 출신으로 FBI 국장에 올랐던 그는 퇴임 후 변호사 단체 등 법률 관련 조직의 이사회 임원과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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