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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재발견] '꿈의 제인'의 미러볼

[매거진M]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5월 31일 개봉)은 매혹적인 이야기다. 현실이라는 씨줄과 꿈이라는 날줄이 촘촘히 엮인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 두 가지를 딱 잘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아니다. 애써 분리해낼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공들여 직조된 이야기의 총체성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여기서 ‘미러볼’의 이미지는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톤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꿈의 제인’은 크게 (이런 구분이 사실은 작위적이지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주인공 소현(이민지)은 가출 청소년이다. 정호(이학주)라는 연인이 있지만 동거하던 모텔에 소현을 남겨 놓고 떠나 버렸다. 이 영화의 신들은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그리고 꿈/현실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단서 없이 배열되는데, 영화의 1부 모텔 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소현은 트랜스젠더인 제인(구교환)의 방문을 받는다. 제인 역시 정호를 좋아했던 것. 소현은 제인이 엄마로 있는 ‘팸’(패밀리)으로 간다. 2부로 가면, 1부의 내용 대부분이 소현의 꿈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여기서 이 영화는 꿈(1부)과 현실(2부)을 디테일을 통해 꼼꼼히 연결시킨다. 그렇다면 제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비현실적인 걸까? 제인이 버스에서 노란 코트를 입고 슬로 모션으로 내리면서 시작되는 3부는, 소현과 제인이 현실에서 실제로 만났음을 보여준다. 제인이 일하는 클럽 ‘뉴월드’. 여기서 일하는 정호를 만나러 간 소현은 제인을 처음 본다. 제인의 공연에 매혹된 소현은, 제인의 퍼포먼스가 오롯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1 '꿈의 제인'

사진1 '꿈의 제인'

‘꿈의 제인’은 소현의 손목에 제인이 찍어주는 스탬프처럼 ‘언해피’(Unhappy)한 삶에 대한 영화지만 따스한 느낌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현실을 담고 있는 2부의 톤은 차갑지만, 그것을 감싸는 1부와 3부는 왠지 모를 포근함을 지닌다. 이것은 이 영화의 첫 이미지인 ‘미러볼’(사진 1)에서 시작된다(여기에 싱어송라이터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몽환적인 음악도 큰 역할을 한다). 수많은 작은 거울이 모자이크처럼 붙어 빛을 반사하는 미러볼. ‘꿈의 제인’은 그 알록달록한 빛을 통해 제인이라는 판타지/리얼리티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사진2 '꿈의 제인'

사진2 '꿈의 제인'

사진3 '꿈의 제인'

사진3 '꿈의 제인'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구형의 물체를 통해 제인의 여성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제인은 자신이 일하는 업소에서 미러볼을 훔쳐 집으로 가져 온다. 이때 문 앞에서 동그란 초콜릿을 먹고 있던 소현은 제인에게 먹으라며 그것을 내민다(사진 2). 둘은 정호가 일한다는 인천의 어느 나이트클럽을 찾아간다. 낮에 해변에 간 두 사람. 이때 제인은 비치볼을 줍는다(소현을 집으로 데려오고, 미러볼을 가져오고, 길가에 버려진 선풍기에 관심을 보이듯, 제인에겐 어디서 ‘주워 오는’ 취미가 있다). 사실은 비치볼 장사가 떨어뜨린 것인데, 제인은 주운 사람이 임자라고 우긴다(사진 3).
 
사진4 '꿈의 제인'

사진4 '꿈의 제인'

알고 보니 나이트클럽은 문을 닫았고, 둘은 어느 모텔에 묵는데 이곳에도 미러볼이 있다(사진 4). 뾰족하게 각진 현실과 대비되는, 둥글고 귀여운 구형의 삶. 불행한 삶 속에서 한 줌의 행운을 잃지 않는 제인의 휴머니즘은 이러한 물체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소현은 구형의 물체를 통해 제인을 떠올리며, 미러볼의 불빛이 주는 특유의 느낌으로 제인을 기억한다.
 
사진5 '꿈의 제인'

사진5 '꿈의 제인'

사진6 '꿈의 제인'

사진6 '꿈의 제인'

여기서 구형의 모티프는 지수(이주영)와 소현의 관계로 확장된다. 1부에서 그들은 제인의 팸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척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2부에선 병욱(이석형)의 팸에서 만난다. 병욱은 팸에 오는 여성들을 술집에 보내는, 포주나 다름 없는 인간. 적응하지 못하고 기죽어 지내던 소현은 지수가 오면서 그녀를 언니처럼 의지한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인 그들은 둥근 헬멧을 쓰고 함께 오토바이를 탄다(사진 5). 전화가 오면 불빛이 나오는 지수의 휴대전화는 미러볼을 연상시킨다(사진 6). 제인이 꿈속에서 소현의 외로움을 위로해 주었다면, 현실에선 지수가 그런 역할을 한다. 빛을 내는 미러볼과 휴대전화를 통해 캐릭터가 연결되는 셈이다.
 
사진7 '꿈의 제인'

사진7 '꿈의 제인'

가장 흥미로운 건 옥상 장면이다. 1부에서 제인은 자신의 가게 ‘뉴월드’로 소현과 지수를 함께 부른다. 옥상에 올라간 제인은 “오라이~ 오라이~”라며 달에게 손짓을 한다. 소현과 지수도 함께 손짓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달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온다(사진 7). 어둠 속에 떠 있는 거대한 미러볼인 ‘보름달’의 마술적 속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달이 상징하는 여성성 안에서 소현·제인·지수 세 사람은 하나로 묶인다.
 
사진8 '꿈의 제인'

사진8 '꿈의 제인'

‘꿈의 제인’은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소현의 내면을 통해,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갔던 지수를 통해,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라는 제인의 낙천주의를 통해, 삶이라는 황량한 광야에서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을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영화를 아름답게 기억한다면, 그것은 어둠을 채우던 영화 전체를 감싸는 따스한 불빛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미러볼의 황홀한 불빛으로 시작해, 그 빛 속에서 춤추는 제인(사진 8)과 그를 바라보는 소현의 모습으로 끝난다.
 
글=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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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