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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2) 일몰산행, 피서·사색·심미 세마리 토끼

기자
하만윤 사진 하만윤
은퇴하고 나니 어느 날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조심스레 주위를 돌아보면 나 자신에게만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오랫동안 삶의 무게를 힘겹게 견뎌온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감히 등산을 추천한다. 현역 때 의무감에서 오르던 산과 은퇴 이후의 산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편집자>
 
산을 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은 법이다. 설령 등산의 달인이라고 할지라도. 더욱이 고온에 습도마저 높은 무더운 여름철 산행은 그야말로 고역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여름철 등산 코스 대부분이 태양을 피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외치며 지리산이나 설악산 종주 코스에 도전하는 이도 적지 않으나, 이 같은 경지(?)에 오르려면 우선은 산에 오르는데 흥미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여름에도 등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오히려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일몰 산행을 추천한다. 일몰이 주는 미학과 사색의 시간은 덤이다.
 
 
불암산 일몰. [사진 하만윤]

불암산 일몰. [사진 하만윤]

 
 
불암산, 5개 산 종주의 시작점
 
지역마다 일몰이 아름다운 포인트는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일몰 산행지로 불암산을 정했다. 불암산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508m 높이의 바위산이다. 큰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불암(佛巖)’이라고 명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불암산은 산행 초보도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산세가 단조롭지만, 거대한 암벽과 울창한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경치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거대한 암벽은 바위 타기를 즐기는 산악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서쪽으로는 북한산(삼각산)을 마주 보고 북서쪽으로는 도봉산, 북쪽으로는 수락산을 두고 있어 등산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반드시 도전한다는 이른바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오산 종주의 시작점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하산 시에는 헤드 랜턴 불빛으로만 내려와야 하기에 눈에 익은 등산로가 낫기 때문이다.
 
 
불암산. [사진 하만윤]

불암산. [사진 하만윤]

 
저자가 이 산을 즐겨 찾는 이유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정상에 올랐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때문이다.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도봉산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맑은 날, 파란 하늘 뭉게구름 아래로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북한산과 도봉산 풍경은 그 자체로 이미 비현실적이라 감탄이 절로 난다. 정상에 오르기가 벅차다면 산 중턱에 자리잡고 앉아 감상해도 좋다. 시야만 다를 뿐,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서 봐도 제몫을 하는 법이다.
 
 
불암산자락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불암산 풍경. [사진 하만윤]

불암산자락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불암산 풍경. [사진 하만윤]

 
이제 본론인 일몰 산행을 시작해보자. 여름철 일몰시간은 대개 오후 7시 50분 전후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더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활용해 검색해보길 권한다.  
 
낮이 긴 여름에는 일몰 포인트에 미리 올라 주위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며 해가 지길 기다려도 좋고, 퇴근하고 난 후에 가까운 산에 가볍게 올라도 일몰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토요일 4시를 출발시간으로 정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상이나 일몰 포인트에 도달 가능한 소요시간을 감안해 출발시간을 정하면 된다.
 
불암산은 공식적으로 9개의 등산로가 있다.(노원구청 홈페이지 참조) 이번 일몰산행 코스는 그중 지하철4호선 상계역에서 출발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은 제5등산로를 선택했다. 상계역에서 출발 불암산자연공원, 정암사,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을 오를 수 있는 왕복 5Km, 원점회귀(시작한 곳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등산 초보에게도 왕복 4시간이면 정상에 올라 막걸리 한잔에 일몰을 보고 내려오더라도 충분한 등산로이다. 불암산 자락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하고 숲에 드리운 그늘이 충분해 여름에 땀을 식히며 걷기에 좋다.
 
 
불암산자연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등산안내도. 불암산 등산 코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하만윤]

불암산자연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등산안내도. 불암산 등산 코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하만윤]

 
어떤 등산로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GPS기반 등산 어플을 사용해 등산로를 정해보자. 다녀온 등산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트랙데이터로 초행길의 산도 따라가볼 수 있다.
 
 
GPS 기반의 등산 앱을 사용해 등산로를 저장해보자. 다녀온 등산로를 한눈에 볼 수도 있고, 다녀온 사람의 트랙데이터로 초행길의 산도 따라가 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GPS 기반의 등산 앱을 사용해 등산로를 저장해보자. 다녀온 등산로를 한눈에 볼 수도 있고, 다녀온 사람의 트랙데이터로 초행길의 산도 따라가 볼 수 있다. [사진 하만윤]

 
GPS기반 등산 어플로는 ‘트랭글’이나 ‘램블러’ 등이 많이 사용된다. 이런 어플은 다녀온 등산로를 저장하거나,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따라 처음 가는 등산로를 오를 수 있는 기능, 총소요시간과 거리, 이동시간, 이동평균속도, 최고점 높이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불암산은 초보회원이 많이 참석해 평균 시속 2km 정도로 진행했으며, 이정도 속도는 등산이 처음이거나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적당하다.
 
 
GPS기반의 등산 앱에서 알 수 있는 정보들(소요시간, 이동시간, 평균속도, 거리, 최고점, 총 획득고도 등). [사진 하만윤]

GPS기반의 등산 앱에서 알 수 있는 정보들(소요시간, 이동시간, 평균속도, 거리, 최고점, 총 획득고도 등). [사진 하만윤]

 
경사가 완만하다고 해도 역시 산은 산이고, 오후라고는 해도 여름은 여름이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땀이 벌써 등골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다행히 목이 마르다 싶을 즈음에 불암산자연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공원 초입에 있는 약수터가 어찌나 반갑던지. 시원한 약수 한 모금에 캬~ 감탄이 절로 난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약수 한 모금 마신 힘으로 정암사를 지나 이른바 깔딱 고개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다. 깔딱 고개를 올랐다면 정상까지 멀지 않았다. 거북이 형상을 꼭 빼닮은 거북바위를 거쳐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계단을 하나둘 오르다보면 금세 정상이다.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 [사진 하만윤]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 [사진 하만윤]

 
정상에 앉아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며 더위를 물렸다. 과한 음주산행은 백 번 경계해야할 일이나,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며 정상에 오른 스스로에게 이 정도 보상은 해줘도 되지 않을까 너그럽게 면죄부를 줬다. 하루 전부터 냉동고에서 얼린 공도 없이 막걸리는 이미 녹을 대로 녹았으나 아무렴 어떠랴. 산에 올라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산에서는 고무조차도 맛있을 법하다.
 
 
자연의 마법에 입 벌어져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야 수락산이 보이고 북한산이, 도봉산이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왁자지껄 함께 수다를 떨던 일행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다물었다. 아니, 자연이 그리는 마법에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이리라.
 
 
[사진 하만윤]

[사진 하만윤]

 
해는 십여 분 정도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강렬하고 깊은 상념을 남기고 가뭇없이 스러졌다. 오죽하면 신달자 시인이 ‘누가 줄을 잡아당겼나/ 잠시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드니 해는 어느 새 떨어지고 없었다.(겨울 일몰 중에서)’ 라고 썼을까.  
 
 
불암산 일몰. [사진 하만윤]

불암산 일몰. [사진 하만윤]

 
저자 또한 한동안 찬란한 일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몰은 낮에서 밤으로 가는 통과의례일 것이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의 매력이 있을 터. 혹자는 낮을 청춘에, 젊음에, 찬란한 리즈시절에 비유하고 밤을 쓸쓸하고 슬픈 노년에 비유한다. 그런데 밤은 낮과는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새로운 찬란함을 꽃피울 수 있는 때가 아닐까, 때문에 일몰은 밤을 향해 떠나는 여정의 시작점이지 않을까…. 상념에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
 
스러지는 빛의 찬란함과 깊은 사색은 일몰이 주는 덤이다. 미루지 말고 이번 주에 잠시라도 짬을 내 일몰을 바라볼 여유를 가져보자. 고작 십여 분이면 될 일이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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