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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1) 나도 이런 인턴 있었으면... 영화 ‘인턴’

 
영화 '인턴'의 벤 휘테커(로버트 드 니로) [사진 영화사 제공]

영화 '인턴'의 벤 휘테커(로버트 드 니로) [사진 영화사 제공]

 
70세 벤 휘테커(로버트 드 니로 분)는 은퇴자입니다. 전화번호부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다 은퇴했죠. 아내와는 사별했고, 그동안 쌓인 항공 마일리지로 여행도 다녔습니다. 중국어도 배우고, 요가도 해보고, 별의별 걸 다 해봤어요. 근데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지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었죠.  
 
어느 날 길을 지나다 우연히 여성 쇼핑몰에 시니어 인턴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죠. 이력서는 문서가 아닌 영상으로 지원하라는 겁니다. 기계 조작에 서툰 벤은 회사 요구에 따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영상을 제작합니다. 영화는 벤의 이력서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사람임을 짧고 굵은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내가 사장의 입장이었더라도 뽑고 싶을 만큼 벤의 이력서는 매력적이죠(재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상을 꼭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회의 중인 직원들과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사진 영화사 제공]

회의 중인 직원들과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사진 영화사 제공]

 
이러저러해서 벤은 출근하게 됩니다. 그러나 첫 출근에 그는 꿔다 논 보리 자루처럼 회사에 ‘점’ 같은 존재로 남게 됩니다(누구나 그렇듯 첫 출근의 어색함이란…). 보통의 젊은 인턴과 달리,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일을 주길 기다리지 않습니다. 스스로 할 일을 찾아냅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어드바이저(Adviser)로 활약하게 되는데요, 회사 업무에서부터 이를테면 직원들의 아주 사소한(예를 들면 회사 동료의 주거 문제, 여자친구 문제 등) 것들에 대해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조언들을 해주죠. 그러면서 어느새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 갑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주변의 젊은 동료들이 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먼저 이야기를 걸어줄 정도니까요.  
 
벤을 고용한 사람은 성공한 여성 쇼핑몰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 입니다. 창업한지 1년 반 만에 220명의 직원을 둔 줄스는 잘나가는 CEO죠. 근데 내가 채용한 이 인턴사원이(직접적으로 채용에 관여한건 아니지만) 어쩐지 좀 불편합니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그렇다고 무슨 일을 시키기에도 애매하기 때문이죠. 다들 헐렁한 티를 입고 출근하는 회사에 매번 정장을 입고 와서 깍듯히 인사합니다. 줄스는 이 ‘어르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움과 부담과 어색, 그 애매모호한 사이….  
 
운전기사 겸 인턴사원이 된 벤. [사진 영화사 제공]

운전기사 겸 인턴사원이 된 벤. [사진 영화사 제공]

 
그러던 어느 날, 줄스의 운전기사가 술을 마시는 걸 목격한 벤은 줄스의 차를 대신 운전하게 됩니다. 운전기사가 그저 몸이 아파 조퇴한 줄 아는 줄스는 이마저도 너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죠. 왜 하필 ‘그’ 일까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변화가 생깁니다. 벤의 입장에선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줄스에게 존경심이 생겼고, 줄스의 입장에선 자신이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벤은 줄스의 열정에, 줄스는 벤의 인생경험에 매료된 셈입니다.
 
성공한 여성 쇼핑몰 CEO 줄스. [사진 영화사 제공]

성공한 여성 쇼핑몰 CEO 줄스. [사진 영화사 제공]

 
한편 줄스에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이 부분은 많은 여성 직장인이 공감 할 내용입니다.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잘 해내려면 가족과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아이러니. 거기에 일하는 여성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 여성 직장인이 증가하면서 양성평등 인식이 확산 되고 있지만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OECD 평균(33.6%)의 절반 수준(16.5)이고(자료.고용노동부),  여성임원 비율은 2.4%에 그칩니다. OECD 평균인 20.5%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죠(자료.영국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우리보단 좀 더 나은 사정이겠지만, 그래도 줄스는 힘에 부침니다.  
 
이러니 양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겠죠? 회사는 회사대로 집은 집대로 완벽하고 싶은 줄스는 항상 긴장할 수 밖에요. 그 긴장감의 연속에서 벤은 유일한 안정제 역할을 하죠. 이래라 저래라 하기 보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합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이상한 관계(?)로 몰아가면 안됩니다. 영화속에서도 말하듯 그들은 "베스트 프랜드"니까요.  
 
베스트프랜드인 두 사람. [중앙포토]

베스트프랜드인 두 사람. [중앙포토]

 
이 영화를 은퇴자분들께 추천드리는 이유는 벤 에게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로, 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죠. 처음엔 노트북 전원 조차 켜지 못했던 벤은 페이스북까지 가입하게 되니까요. 물론 여러사람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적어도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꼰대' 같지 않다는 거죠. '내가 왕년에 말이야~' 또는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삼갑니다. 솔직히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 듣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는 과거일뿐 중요한 건 지금이니까요. 그들의 연륜과 경험을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왜 잘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더 많이 말하고 싶잖아요. 그래서 젊은 동료들이 벤에게 다가와서 먼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을까요?  
 
업무는 물론 내 마음까지 읽어주는 이 인턴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도 이런 인턴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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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