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단독] 12세 소녀와 아동복지교사의 동거 … 현대판 민며느리 논란

김고운(가명·15)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4년 9월 전북 군산의 한 아동센터에서 알게 된 아동복지교사 최진호(가명·29)씨와 성관계를 했다. 최씨는 두 팔이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평소엔 의수를 사용한다. 이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양은 배가 불러 왔다. 만 13세도 안 된 여자아이가 임신한 것이다. 둘의 관계를 알고 있던 주변 사람이 2015년 6월 전북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최씨를 신고했다.
 
경찰은 최씨에게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적용해 그해 8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형법상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강간죄를 적용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피해 아동의 동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씨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이 2015년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서다. 최씨가 지체장애인이고, 두 사람이 딸을 낳아 키우고 있는 상황 등이 기소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김양도 앞서 경찰 조사에서 “내가 원해서 성관계가 이뤄졌고 최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양의 친부모는 딸이 최씨의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을 허락했다. 부부가 이혼한 데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김양은 경찰과 검찰이 수사할 당시에도 최씨의 집에서 최씨 부모와 함께 살았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한집에서 생활한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김양이 사실상 현대판 ‘민며느리’”라는 말이 나왔다. 민며느리제는 옛 옥저의 결혼 풍습으로 10세가량의 소녀가 남자 집에 미리 가서 살다가 결혼하는 제도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이듬해인 2016년 초 김양은 전주의 한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김양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올해부터 이상징후를 보였다. 학교를 빠지는 날이 잦아지더니 지난 6월에는 최씨 가족과 연락을 끊고 가출했다.
 
당시 김양은 2학년 담임이던 여교사가 가출 이유를 묻자 “최씨 어머니가 빨래와 청소·설거지 등을 시키고, 밤마다 최씨가 성관계를 원해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당 학교 교장은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다음 날 여성긴급전화 1366전북센터에 신고했다. 1366센터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김양에 대한 상담과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김양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마련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달 3일 김양 관련 서류 등을 넘겨받아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최씨와 최씨의 부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최씨 등은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김양을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양은 최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2년 전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최씨 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검찰과 경찰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는 엄정히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3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따르면 최씨에 대해 기소유예를 내린 배경에는 김양과 최씨가 나중에 결혼할 것을 서약한 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가정의 행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검찰은 김양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 앞서 경찰에서 성폭력 상담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피해자 조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김양의 탄원서를 받은 다음 최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만 진행했다.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면 사실 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피해자를 조사해야 하지만 피의자 본인이 성관계 사실을 자백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조사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 “당시 시민위원회 의견 들어 결정”
 
검찰에 따르면 당시 김양이 자필로 썼던 탄원서에는 “사랑하는 사람이자 딸아이의 아빠인 오빠를 처벌받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고 적혀 있다. 당시 시민 9명이 참여했던 검찰시민위원회도 기소유예 의견을 냈다.
 
일각에선 김양이 진술을 바꾼 것을 놓고 ‘사춘기 소녀의 가벼운 마음 바꾸기’로 몰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양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 복잡하고 가혹하다”고 입을 모은다. 황지영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20대 남성이 초등학생과 성관계한 것 자체가 명백한 범죄인데도 남녀 간의 연애라고 보는 것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가해자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