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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청와대가 만드는 청와대 뉴스

최상연논설위원

최상연논설위원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도 막상 대통령 재임 중엔 언론의 무자비한 질타에 고생깨나 했던 모양이다. 첫 번째 대통령 취임사에선 언론 자유를 정부의 근본 원칙으로 내세웠는데 두 번째 취임 연설에선 뉘앙스가 좀 달랐다. ‘국정 수행을 방해하는 언론 공격’에 섭섭함을 줄줄이 열거한 뒤 “‘여론(public opinion)의 검열’에서 보완책이 찾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따르면 “앤드루 잭슨, 에이브러햄 링컨 등 위대한 대통령들도 언론과 맞서 싸웠다”고 한다. 대체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위대하지 않은 대통령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권력자가 언론과의 갈등에 노출돼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독립선언서의 작성자도 흔들린 마음인데 쓴소리 즐길 권력자가 누가 있겠나.
 
그래선지 거의 모든 대통령이 ‘여론의 검열’에 목말라 했다. 그 방편으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도 힘을 쏟았다. 생각과 입장이 완전히 달랐던 노태우·노무현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 똑같이 도전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무도 노변담화의 흥행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게 ‘피알’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맛 맞는 것만 골라 지지층만 다독이니 국민 공감을 만들 공간이 작았다.
 
100차례 넘게 라디오 마이크를 잡은 이명박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양정철씨는 당시 “5공식 땡전뉴스가 연상된다”고 혹평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일방적이었다. 무엇보다 ‘프레스 프랜들리 정부’를 내걸었지만 취재진의 질문엔 불친절했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비서동 출입은 금지였고, 참모들은 꼭꼭 숨은 데다 ‘명박산성’까지 등장했는데,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거르는 일이 없었다.
 
문재인 청와대가 국민 소통을 위해 ‘청와대 TV’를 곧 띄운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출연하는 모양이다.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창구를 늘린다는 취지야 반가운 일이다. 어차피 ‘그렇게 아시면 되고요’식 일방통행이 통하는 세상도 아니다. 중요한 건 역대 정부의 ‘소통 라디오’와 과연 무엇이 다를 거냐는 거다. 라디오와 TV 간 매체의 차이라면 그런 취지에서 만든 KTV가 이미 전파를 타고 있지 않나.
 
청와대는 엊그제 문 대통령의 스냅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대통령이 산행길에 마주친 시민들과 자연스레 악수를 나누는 등의 장면이어서 전임자인 불통 대통령의 여름휴가와 큰 대비를 만들었다. 얼마 전엔 대통령이 직접 양복 재킷을 벗고 대통령 부인은 수해 지역에서 봉사하는 사진도 뿌렸다. 물론 대통령 내외의 감성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청와대가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언론과 국민이 듣고 싶은 말, 보고 싶은 장면도 있다. 탈원전이든, 사드 배치든, 아니면 뭐든 사회를 뿌리째 흔들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랏일에 대한 청와대의 진짜 생각이나 속내 같은 것들 말이다. 담당자를 만나야 들을 텐데 기자들의 비서동 출입금지는 풀릴 기미가 전혀 없고, 그렇다고 청와대가 꺼리는 현안에 대해 책임자가 속시원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단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자랑보단 취재 불통이 먼저 열려야 한다. 그래야 ‘쇼통’(보여주기식 소통)이란 냉소가 사라진다. 껍데기나 포장이 아닌 노변담화의 소통 정신을 배워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는 소통 정부가 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청와대 TV가 만드는 청와대 뉴스엔 언론과 국민이 진짜 궁금한 대목도 들어가는 건지.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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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