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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맡길 곳 없으면 함께 출근하세요"…서울 광진구의 자녀동반 사무실 실험

3일 서울 자양동 광진구청 3별관 2층에 들어선 여섯살 변서혁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변군은 장난감이 쌓여있는 박스로 뛰어가 단번에 소방차를 집어들었다. 유아 전용 TV에서 뽀로로가 나오는 채널을 찾는 데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광진구청이 새로 만든 2층 공간의 이름은 ‘자녀동반사무실(키즈룸).’ 변군의 엄마인 구청 총무과 직원인 배미선(39)씨는 변군과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일한다. 배씨는 키즈룸에 배치된 업무용 컴퓨터로 광진구의 맞춤형 복지 시스템에 대한 경과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광진구청 키즈룸에서 일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 [사진 광진구]

광진구청 키즈룸에서 일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 [사진 광진구]

 
변군이 소방차 놀이에 지루함을 느낄 때 쯤 대학생 행정인턴 조담현(24)씨가 동화책을 읽어줬다. 배씨는 “아이를 데려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직장에 생기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치원 방학 기간인데다 평소 아이를 돌봐주던 시어머니가 급히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배씨는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막막했는데, 직장이 해결책이 되서 다행이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청이 자녀를 데리고 출근해 일할 수 있는 자녀 동반 근무 시스템을 지난달 24일 도입했다. 전국 공공기관 가운데 최초다. 이를 위해 구청 별관 2층에 직원들이 일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키즈룸을 만들었다.
 
구청 직원들은 유치원 등·하원 시간 전후로 자녀를 맡길 곳이 없거나 방학 등으로 긴급 보육이 필요할 땐 언제든 키즈룸을 이용할 수 있다. 키즈룸은 28㎡ 규모로 10명 정도의 아이를 수용할 수 있다. 
 
아이를 위한 동화책과 장난감, 볼풀장, 유아전용TV 등을 갖췄다. 일하는 부모를 위해 업무용 컴퓨터 2대와 전화기 1대도 비치했다. 비치된 컴퓨터로 구청 행정전산망에 접속할 수도 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서울 광진구청의 한 직원이 구청에 마련된 키즈룸에서 아들의 학습지 공부를 돕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서울 광진구청의 한 직원이 구청에 마련된 키즈룸에서 아들의 학습지 공부를 돕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구청 직원 입장에선 수시로 아이를 살펴볼 수 있다. 이날도 배씨뿐만 아닌 이길연(36)ㆍ신동근(41)씨도 일하는 틈틈이 키즈룸 내 탁자에 둘러앉아 아이들의 학습지 숙제를 돕거나 함께 책을 읽었다. 
 
광진구가 키즈룸을 만든 배경엔 직장이 보육을 돕지 않고서는 워킹맘이 업무에 제대로 전념할 수 없다는 고민이 녹아있다. 실제 광진구가 지난 4월 만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을 둔 직원 220명(남자 89명, 여자 1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한 110명 중 75.5%(83명)가 자녀동반 근무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구는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키즈룸을 꾸몄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아이는 부모 곁에 있어야 안정적으로 클 수 있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힘드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어놓을 수밖에 없다”며 “부모가 직장에서 아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반응은 뜨겁다. 키즈룸을 세 번째 찾았다는 이길연씨는 “예전엔 갑자기 유치원이 쉬는 날이면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느라 속을 태우곤 했는데, 이젠 직장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또래 아이들이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구청 내 키즈룸을 연지 2주가 안됐지만 타 공공기관에서 벤치마킹 문의도 들어온다. 한 지방 광역지자체에서는 관계자들이 직접 상경해 키즈룸을 견학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자녀와 함께 출근해 책을 읽어주는 광진구청 공무원들. 김춘식 기자

자녀와 함께 출근해 책을 읽어주는 광진구청 공무원들. 김춘식 기자

 
구는 이번 달 중으로 키즈룸을 위한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하기로 했다. 상주 교사가 없어 중간 중간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직원들 건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구청은 야간 운영, 취학 아동 수용 등 추가 수요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직장 내 긴급 보육 시설과 보육 교사 인력을 확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며 “더불어 탄력 근무제를 확대해 긴급 보육이 필요한 경우 보호자가 아예 일을 쉴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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