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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학교와 경찰까지 도외시 한 학교폭력, 중학생이 죽으며 쪽지로 알렸다

이군이 자살하기 전 남긴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이군이 자살하기 전 남긴 쪽지. [이군 아버지 제공]

지난 6월 15일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서 중학생 이모(13)군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숨졌다. 당시 유서에는 “난 쓸모없는 인간이다. 14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다. 아빠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폭력 관련성은 낮은 듯했다. 그러나 한 달쯤 뒤인 지난 18일 이군의 옷 주머니에서 ‘아이 2명이 날 괴롭혔고, 같은 반 아이들 전체가 날 무시하는 것 같다. 난 쓸모없는 인간이다’는 쪽지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경찰이 학교폭력 수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일 경찰에 따르면 이군이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건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올해 3월 초부터였다. 이군이 무슨 말을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 따라했다. 이군은 5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전남 나주에 있는 외할머니댁에서 살았다. 아이들은 서울말로 여긴 전라도 말과 억양이 이군의 말투에 숨어 있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이것이 재미있었는지 따라한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이었지만 이군에게는 상처가 됐다. 
피해자 보호 없는 학교폭력 예방대책.  [일러스트=김회룡]

피해자 보호 없는 학교폭력 예방대책. [일러스트=김회룡]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군은 쉬는 시간에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툭 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재미 삼아 치고 지나간 아이들이 10명이 넘었다. 이들은 1~2번 툭 건드린 것이지만 이군은 하루에 26번이나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 자신을 때리는 걸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이군은 조금씩 상처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8일 오전 11시쯤 이군은 첫 자살 시도를 했다. 당시 시험 기간이었는데 이군이 자신의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같은 반 친구 3명이 의자를 뒤로 빼는 등 못 앉게 훼방을 놓은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던 같은 반 친구들은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군은 더 참지 못하고 3층 높이의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잡아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다. 
 
이같은 사실을 안 학교에서는 이군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 이군을 그날 오후 1시 울산 동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냈다. 이군으로부터 그동안의 일을 들은 상담사는 ‘학교폭력’으로 판단해 학교측에 상담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당시 이군은 신학기초부터 그동안 겪은 이야기를 하며 “너무 화가나 자살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원망은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군은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아버지와 학교측이 상의 끝에 인근 위탁학교(학력이 인정되는 임시학교)로 보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려고 했지만 그것은 여러가지 사정이 맞지 않았다. 이군은 한동안 위탁학교에서 생활하며 마지막 목숨을 끊은 청소년문화센터에서 방과후 수업을 들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군과 이군의 아버지와 관련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이군과 이군의 아버지가 정신병자다”라는 내용이었다. 이군은 이같은 소문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학교폭력.

학교폭력.

 
경찰은 그 소문의 진원지를 이군 다니던 학교로 추정하고 있다. 원래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에서는 14일 이내에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4월 28일 사건이 발생했으니 5월 12일까지 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해당 학교는 4일이나 지난 5월 16일에 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결론은 ‘학교폭력이 아니다’였다. 경찰이 확인한 회의록에는 이군의 피해 사실이 적시돼 있지만 가해 학생들이 장난을 친 정도로 판단했다. 또 이군에 대해 ‘초등학교 때 자살 시도한 적이 있다. 분노·충동 조절 장애다’는 취지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결과 이군은 그동안 자살 시도를 하거나 분노조절 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짓 기록을 토대로 엉터리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 당연히 반영됐어야 할 이군의 진술은 빠져 있었다. 이군 아버지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피해학생측의 의견이나 견해는 배제된 채 학교 관계자가 참여한 학교폭력 전담 기구의 조사 내용만 토대로 결론을 도출한 셈이다. 특히 경찰은 이군이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3명의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피해 학부모를 만나려고 했는데 학교측에서 “이군 아버지가 정신병자인데 왜 만날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양측의 만남을 차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교 차원의 1차 위원회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피해 학부모는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데 지난 17일 재심에서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경찰은 애초 1차 학교폭력 대책자치위원회가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해 그것이 재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도 문제가 있었다. 이군의 아버지는 이군이 자살시도를 한 한달쯤 뒤인 지난 5월 20일 117을 통해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후속 조치가 없어 이틀 뒤 또 다시 독촉 전화를 했다. 그렇게 학교폭력 전담 경찰과 연락을 취해 “우리 아이 괴롭힌 아이들 용서해 줄려고 했는데 자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아무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한다. 법적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군을 만나러 오지도 않고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처리 했다. 경찰은 사건이 이렇게 종결처리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학교폭력 및 자살예방 뮤직비디오

사진/학교폭력 및 자살예방 뮤직비디오

 
이군은 자살하기 직전에 아버지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요. 우리가 가난하니까 무시해서 스쿨폴리스 등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 아니냐.” 
 
이군이 자살한 뒤 이군의 아버지는 지난 22일 서울에 있는 경찰청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경찰청은 학교폭력 사건 전문가인 경북 문경 경찰서 조유호 경사를 다음날 파견해 이군에 얽힌 학교폭력 사건의 전말을 조사했다. 조 경사는 1일 서면으로 이같은 내용의 이군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해 본청에 보고했다.
 
조유호 경사는 “1차 자살시도 시 상담 때 이미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이후 열린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에서도 결론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회의록만 보면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확인된다”며 “경찰에 사건이 접수됐는데도 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종결됐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와 경찰, 지역사회 어느 한쪽에서만이라도 제대로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이 있었다면 이군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아이들 처벌보다 사건이 불거졌을때 학교나 경찰 등 어른들이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은폐해 결국 내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 교장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본지가 1일과 2일 계속 전화 연락을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이 없었다. 2일에는 전화를 받은 뒤 기자 신분을 밝히자 “죄송합니다. 전화 끊겠습니다”고 말한 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울산=위성욱·최은경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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