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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옆 전통시장의 부활…철물점이 만두가게로, 야구팬 사로잡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1일 오후.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 반부터 잠실동 새마을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전통시장이지만 이곳의 주요 고객층은 색다르다. 중년의 여성보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20~30대 연인들과 가족 단위 야구팬들이 더 눈에 자주 띈다. 시장 곳곳에서 먹거리를 사느라 여념이 없었다.
 
롯데 경기가 잠실에서 열릴 때마다 여자친구와 새마을시장을 찾는다는 노영빈(25)씨는 “야구장에서 사먹는 치킨은 시장 닭강정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시장에서 닭강정 5000원어치와 새우만두 3500원어치를 사면 두 명이서 야구를 보며 괜찮은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가게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10~2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도 많았다.
닭강정 가게 앞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젊은 고객들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김경록 기자 

닭강정 가게 앞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젊은 고객들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김경록 기자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이 쇠락하고 있지만 잠실동 새마을시장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인근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야구팬을 타겟으로 삼은 덕분이다. 
 
과감히 업종을 바꾸고,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새마을시장은 1970년대엔 강남권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300여m의 시장 거리를 중심으로 120여 개의 상점이 양옆으로 도열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잠실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상인들이 하나둘 시장을 떠나며 폐업률이 한때 30%까지 치솟았다.
 
재도약의 기회는 2010년대 초중반 프로야구 열풍이 불면서 찾아왔다. 잠실야구장을 찾는 야구팬들이 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야구 팬들이 전통시장으로 향한다면….”
야구 팬들을 붙잡아 보자는 상인들의 의견이 모였지만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우선 새마을시장은 잠실야구장에서 직선 거리로 1.2㎞ 가량 떨어져 있어서 시장까지 손님을 불러 모으기 어려웠다. 여기에 당시만 해도 점포 중 대다수가 옷·그릇·철물 등 공산품을 취급했다. 야구장 관객을 시장으로 이끌 유인이 없었다.
 
상인들은 스스로 변신을 시도했다. 시장 상인회에서 야구장까지 찾아가 시장을 알리는 전단을 뿌렸다. 경기가 있는 날에 맞춰 할인행사를 열고, 3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는 직접 음식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20년 된 철물점은 샌드위치 가게로, 그보다 더 오래된 한복집은 테이크아웃 만두전문점으로 변신했다. 
 
국수가게를 운영하던 박민규(40)씨는 국수집을 접고 닭강정 가게를 차렸다. 국물 음식은 포장이 불편하고 야구장에서 먹기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 
 
박씨는 “야구장에서 시장까지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는 만큼 싸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게 첫째, 먹기 편하고 가져가기 편한 음식을 만드는게 두 번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변신은 성과로 이어졌다. 박씨는 “야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출이 두배로 뛴다”며 “인기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젊은 고객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다양한 신상품도 내놓았다. 야구장에서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뼈없는 닭강정을 기본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감안해 반죽에 깻잎을 넣어 바삭함을 더했다. 
 
김영석(41)씨의 만두 가게 역시 만두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줄이고, 젊은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우를 다진 속에 고추기름을 입혀 매콤한 풍미를 살렸다.
 
LG와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1일 오후 20대 연인이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만두를 산 뒤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LG와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1일 오후 20대 연인이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만두를 산 뒤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방자치단체도 새마을시장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2014년 시작한 전통시장지원사업인 ‘신시장 사업’ 지원 대상에 잠실 새마을시장을 포함시켰다.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상권 분석을 포함한 집중 환경진단을 거쳐 전문가들의 경영 컨설팅을 받게 된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야구붐’의 온기가 시장 전체에 고루 퍼지도록 하는 게 그 첫째다.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은 인기가 많았지만 전과 떡을 파는 음식점 등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은 “시장에 들러 먹거리를 사고, 야구를 즐긴 뒤 다시 시장에서 뒷풀이를 하는 코스가 잠실 대표 관광 코스로 자리잡도록 하려는 당초 목표가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같다”며 “시장 자체를 명소로 만들어 방문객 증가의 효과가 전체 상인들에게 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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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