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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아픔 불러낸 ‘택시운전사’ 세대·국적별 반응은?


[매거진M] ‘택시운전사’ 특별 시사회 반응 분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에선 민주화를 부르짖던 평범한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군부독재의 총칼에 쓰러졌다. 삼엄한 언론 통제 탓에 다른 지역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만약 취재를 위해 광주로 향한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지 않았다면, 만섭(송강호) 역시 그랬을 것이다. 광주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상상도 못한 비극이다.
 
전 세계에 광주의 참상을 가장 먼저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회고를 토대로 한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 장훈 감독)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의 눈으로, 군부독재에 맞섰던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마음의 빚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당시 상황에 어두운 10~30대, 외국인 관객들의 마음도 같을까. magazine M이 지난 7월 11일 160인 규모 특별시사회를 열고 10대부터 70대까지 세대와 국적별 관객 반응을 살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화두, 언론 종사자들도 이번 행사에 함께 자리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서울의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라는, 제3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같은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서울의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라는, 제3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같은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했다. 

 
소시민의 눈에 비친 5·18 광주시민들의 이야기
“최근 민주주의와 관련한 일련의 경험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임상기·27·학생) 
“서민의 삶을 가장 몰입도 있게 표현하는 배우 송강호가 연기하는 5·18 당시 시민의 모습에 관심이 갔다.”(김현주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한국전쟁의 아픔과 이념 문제를 자연스럽게 휴머니즘으로 풀어낸 영화 ‘고지전’(2011)의 장훈 감독이 광주민주화운동에 어떻게 접근했을지 궁금했다.”(박성준 JTBC 앵커)
 
11일 특별시사회 참석자들은 왜 ‘택시운전사’를 보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와 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 이후 7년 만의 재회를 기대한 관객이 과반수였다. 20~30대로 연령대를 좁히면 이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어떻게 그려낼지 보고 싶었다는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는 20대 여성 관객의 말에선 기존 교육과정에서 느껴온 목마름이 묻어났다. 최규진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는 “현존하는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자료는 대부분 외신 기자들이 촬영한 것인데, 최초의 보도를 이끌어낸 힌츠페터가 바라본 광주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고 했다.
 
40~50대 언론인들은 “(6월 민주항쟁이 있었던) 1986년 대학에 다니며 ‘한국 민주화의 상징’으로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접했다”(박성준 앵커) “대학 1학년이었던 1980년, 광주는 금기어처럼 주고받았던 얘기였다. 5월 이후 몇 개월 동안 휴학이 이어졌다”(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개인적인 기억을 반추하며 ‘택시운전사’가 그려낸 그날의 광주를 지켜봤다.
 
 
관객 울린 명대사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어린 딸을 둔 가난한 가장 만섭의 궁상맞은 익살에 객석에선 이따금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30대 관객들은 광주 대학생 재식(류준열)에게 더 공감하기도 했다. 멋모르고 광주에 갔다가 겁먹은 만섭과 독일 기자 피터 사이를 싹싹하게 중재하며 그 시절 광주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이 재식의 몫. 맨손의 시위대가 무력 진압되는 한낮의 유혈사태 대목부턴 곳곳에서 안타까운 흐느낌이 들려왔다.
 
“막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광주의 비극이 그토록 처참했다니, 큰 충격을 받았다.” 어느 40대 여성 관객의 고백. 감흥은 국경을 뛰어넘었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JTBC ‘비정상회담’ 전·현 독일 대표 다니엘 린데만(32)과 니클라스 클라분데(24)는 “광주에 온 독일 기자에 대해 자세히는 몰랐다”면서 “국적과 무관하게 감명 받았다”고 했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공부할 때도 배우지 못한 힌츠페터의 존재를 이 영화로 알게 됐다.” 다니엘 린데만(독일)
“민주화를 일궈낸 한국 사람들의 희생에서 옳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오오기 히토시(일본)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들이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의 집에서 노래하며 단란한 저녁을 보내는 장면에선 관객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들이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의 집에서 노래하며 단란한 저녁을 보내는 장면에선 관객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만섭이 서울에 혼자 있는 딸에게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고 울먹이며 피터를 구하러 광주로 돌아가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은 관객이 많았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정철현(27)씨는 “(광주시민이 아니라 제3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나라면 어떤 결정을 할지 몰입됐다”고 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만섭에게 손님을 모셔야 하는 택시의 의무를 강조하는 장면을 들며 “극한 상황에서도 직업적 사명감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무한한 선량함이 가슴을 울렸다”고 했다. 피터와 만섭의 탈출을 남몰래 눈감아주는 군인 박 중사(엄태구) 캐릭터에게서 “(아픈 역사를 다루며) 나쁜 군인과 착한 희생자의 구도로 선악을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여”(이유정 중앙SUNDAY 기자) 인상 깊었다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은 피터를 돕는 재식 등 광주시민의 희생에 대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빚진 것”이라며 “‘택시운전사’가 그 본질을 짚어냈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감동 vs 감정 과잉 아쉬워 
다만,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의 집에서 주인공들이 노래하며 단란한 저녁을 보내는 장면, 광주 택시운전사들이 만섭과 피터를 위해 나선 극적인 카체이싱 등 후반부 몇몇 장면은 “억지로 눈물 짜게 하지 않아 더 감동적이었다”(장한이·18·학생)는 호평과 “감정 과잉된 작위적인 설정”(40대 남성 관객)이라는 정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박성준 앵커는 “여성 주연 배우가 없었던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택시운전사'는 "'광장'을 경험하고 변화를 이뤄낸 현 시점이기에" 울림이 더 큰 영화라는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택시운전사'는 "'광장'을 경험하고 변화를 이뤄낸 현 시점이기에" 울림이 더 큰 영화라는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영화적 완성도에 아쉬움을 드러낸 관객도 ‘택시운전사’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광주 출신 관객들은 “타 지역 사람들이 여전히 5·18을 잘 모른다는 걸 알고 충격 받았다”(장원영·31·회사원)면서 이 영화에 기대를 걸었다. 힌츠페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일요스페셜-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2003, KBS1)와 당시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미국의 헌트리 목사,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을 삽입했던 록밴드 넥스트의 ‘더 파워(The Power)’ 뮤직비디오가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켜왔던 것처럼. 분명한 것은 “‘광장’을 경험하고 변화를 이뤄낸 현 시점이기에”(정철현) ‘택시운전사’가 선사하는 울림을 더 크게 느끼는 관객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오는 8월 2일 극장가에서 그날의 광주를 다시 만날 수 있다.
 
magazine M 취재팀 정리=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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