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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新) 인류’ 게스트하우스 스탭 청년들…“로망 품고 떠났다 ‘낭만 착취’ 당했네요”

대학생 김모(26)씨는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기대와 낭만이 넘치는 여름방학을 기대했다. 제주도에서의 휴식과 돈벌이가 가능한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제주시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staff)’로 일하기로 했다. 스태프는 정식 직원이 아닌, 일을 돕는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장기투숙객을 부르는 업태를 말한다. 알바보다는 자유롭고, 휴가지가 일터라는 장점을 갖췄다. 
 
김씨도 게스트하우스 일을 돕고 남는 시간에는 여유롭게 제주도를 여행하며 휴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꿈은 산산조각 났다. 휴식은 커녕 '마음의 상처'만 입고 일주일만에 상경했다.
 
자신의 계획이 '허무맹랑'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다른 스태프 2명과 청소·빨래·손님 응대·저녁 파티 준비 등을 했다. 숙식은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함께 지내는 아파트에서 해결했다. 
 
그렇게 해서 받는 일당은 1만원. 자유시간은 하루에 4시간이었고 이틀 일하면 이틀은 쉴 수 있었다.
 
13시간의 '중노동’이긴 했지만 제주도에서 지낸다는 장점에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스태프를 대하는 사장의 태도가 참기 힘들었다.
 
김씨는 "게스트하우스 사장은 마치 자신이 나를 정식으로 고용한 것처럼 일을 시켰다. 당직을 서게 하기도 하고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꿈과 현실의 차이일까. 
 
스탭이라는 휴가지의 '신(新)인류'는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아이유의 역할과 비슷하다.
 
프로그램 속에서 아이유는 일도 하지만 사장 내외, 투숙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며 제주도 생활을 만끽한다. 그 낭만적인 모습에 방학을 맞은 청년들 사이에서는 최근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일자리가 생기게 된 건 제주도 등 휴가지에 게스트하우스가 급증하면서다. 제주도는 올레길이 본격 개방된 2007년부터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당시 일손이 모자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이 숙식을 제공받고 업주의 일을 도운 것이 스태프 문화의 시작이다. 
 
손님은 제주 생활을 하며 틈틈이 여행을 할 수 있고, 업주는 업무 부담이 줄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엔 청년들의 '환상'을 노린 업주들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돈을 받거나 무급으로 일하면서도 온갖 노동 착취 등을 당하는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탭 생활에 대한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카페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탭 생활에 대한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카페 캡처]

 
월 15만원을 받고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를 했던 송모(22ㆍ여)씨는 "저녁마다 열리는 파티 준비를 끝내면 보통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곤 한다. 그게 싫어서 다른 곳에 따로 앉아 있기라도 하면 같이 어울리라고 권유해 불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무급 스태프를 한 박모(24ㆍ여)씨도 "사장은 쉬고 싶을 때 쉬라고 하는데, 진짜 쉰 날은 한달에 딱 6일 뿐이었다"며 "처음 내려갈 때 했던 생각과 너무 달랐다. 누군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를 하겠다고 하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같은 경험이 있는 박모(21ㆍ여)씨 역시 "구인글을 보면 모호하게 표현돼 있거나 막상 가보면 글 내용과 다른 업무 환경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시간이나 내용, 휴식시간 등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아 쓸데 없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스태프의 고용 관계는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다. 정(情)에 의존한 계약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한솔 노무사는 "일부 업주의 횡포는 제주도 생활의 낭만을 악용하는 '낭만 착취'다.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근로기준법을 비껴가려는 것이다.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있다면 엄연한 노동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수 노무사는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다"고 진단했다.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현재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별도의 등록ㆍ신고 규정은 없다. 한국소비자원 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에 따르면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은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ㆍ운영 중이다. 제주도에 신고된 농어촌민박 업체는 2015년 기준 2357개에 이른다.
 
하지만 미신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에 대한 법적 보호가 어려운 이유다. 
 
게스트하우스 주인들도 애로 사항을 호소한다. 
 
한 주인은 “게스트하우스는 돈을 벌기 위한 숙박업과는 다르다. 손님과도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그런 편안함을 바탕으로 스태프와도 서로 도우면서 일하는 건데, 자기가 생각한 것과 조금만 다르면 금방 떠나버려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할 때 상시로 스태프를 모집해 쓰기 때문에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관계자는 "제주지역 숙박업종의 근로개선 신고 접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들의 고용 문제도 제도 정비로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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