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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획] 폐지 논란 속 자사고들 극명한 온도 차.. “결사 반대” vs “이 참에 일반고로”

자사고 중 상당수가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반고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자사고 중 상당수가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반고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대구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신고는 3년 전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를 4명이나 배출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학교는 지난 달 25일 대구시교육청에 일반고 전환 신청을 냈다. 자사고 지정 8년 만이다. 이 같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은 울산 성신고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 두 번째다.  ·
 
 경신고가 자사고를 포기한 이유는 학생 충원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올해 경신고의 입학 경쟁률은 0.71대 1로 미달이었다. 김지훈 경신고 교장은 “올해 중3 학생 수가 더 줄었고,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내년 학생 모집이 더 어려울 것 같다. 학교 재단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사고는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 재정 압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경신고는 2년 전에도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일반고 전환 신청을 했지만 교육청의 만류와 학부모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김 교장은 “고액 연봉 교사 20여 명을 명예퇴직시키는 등 인건비를 줄이며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라고 토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 학교와 학부모,동문들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일반고로 전환을 고려하는 자사고도 적지 않다. 같은 자사고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극명한 것이다.  
 
  우선 ‘폐지 결사반대’를 외치는 학교들은 민족사관고ㆍ상산고 같은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이거나 서울 강남의 휘문고ㆍ중동고처럼 선호도가 높은 곳들이다.이들 학교는 신입생 모집에 그다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게다가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을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상황도 양호하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전국자사고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정부 정책에 따라 학교들이 기숙사 신축 등 수백 억원을 투자하며 지금까지 발전해왔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한 순간에 손바닥 뒤집듯이 폐지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 선호도가 높은 학교들은 그만큼 특색 프로그램 개발ㆍ운영에 노력해왔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학교마저 폐지하겠다는 건 학생ㆍ학부모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정부가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자사고들은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특히 어려운 재정상황을 내세운다. 서울ㆍ대구 등에 위치한 자사고는 대부분 시ㆍ도 단위로만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민사고 등 전국 단위로 뽑는 자사고들에 비해 학생 모집이 어렵다.  
 
  특히 이들이 자사고로 전환한 2011년 이후 중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은 더 커졌다. 서울의 경우 중3 학생 수는 2015년 9만9858명에서 올해 7만5229명으로 줄었다. 2년 만에 24.7%(2만4629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자사고 대부분이 재단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 중 몇 곳은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 이번 기회에 일반고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내신이 중요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되는 등 대입 환경의 변화도 자사고 기피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학 신입생 넷 중 한 명(23.7%, 8만355명)이 학종으로 뽑힌다.  
 
  서울 소재 대학에선 학종 선발 비율이 특히 높다. 내년 신입생 중 서울대는 78.5%, 고려대는 62%, 서강대는 55%, 성균관대는 46%를 학종으로 뽑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 학생이 모여 내신 관리가 힘든 자사고보다는 동아리ㆍ자율활동 등 비교과 프로그램이 탄탄한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 관리를 잘 하는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서울 지역 자사고의 입학 경쟁률은 계속 하락 추세다. 서울 22개 자사고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2016학년도 1.62대 1에서 올해는 1.42대 1로 떨어졌다. 경문고ㆍ경희고ㆍ동성고ㆍ숭문고ㆍ장훈고 등 5개 학교는 미달로 모집 정원을 못채웠다.
 
 이 가운데 경문고ㆍ숭문고ㆍ장훈고는 자사고로 전환한 2011학년도 이후 7년째 해마다 미달사태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 중3 학생 수가 또 줄면서 내년 자사고들의 입학 경쟁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 중 신입생 충원률이 90% 미만인 학교도 지난해 2곳에서 올해는 6곳으로 늘었다. 서울 A 자사고 교장은 “학생 충원률이 90% 이하로 내려가면 재정 압박이 시작된다. 80%까지 떨어지면 재단 사정이 넉넉치 않은 곳은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B 자사고 교장은 “기본 전입금에 학생 정원 미달로 인한 충당금까지 재단이 매해 10억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며 “계속 이런 상태로 학교를 운영하기는 힘들어 일반고 전환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지난 6월 말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지난 6월 말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일부 자사고들이 일반고 전환을 고민하면서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학부모와 동문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 자사고 전환 후 시설 개선과 특색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교사 충원 등 투자금도 골칫거리다.
 
 서울 C 자사고 교사는 “기숙사 신축 등 시설 개선에만 지금까지 200억 이상을 투자했다”며 "동문들도 지원을 늘리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는데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 확실한 잇점이 없는 이상 내부 반대를 무릅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일괄 폐지로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현실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일반고 전환 여부는 자사고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일반고로 돌아섰을 때 확실한 이점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도 “정부가 일반고 전환을 고심 중인 학교에 재정 투자금에 대한 보전이나 일반고 전환 후 학교 운영비 지원 등 유인책으로 일반고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현진∙이태윤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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